지난 3월 6일 오전 10시 30분, 태국 방콕에 위치한 고급 공동주택 단지에서 흰색 차량 한 대가 천천히 건물 현관에 있는 지정된 주차 구역으로 들어섰습니다. 운전자는 차량을 정차한 후, 관리인으로부터 전자태그(RFID) 카드를 받아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국내의 발렛파킹과 비슷한 형태로, 주차 카드를 받고 차량의 관리를 맡기는 방식입니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직후, 기다란 판자 형태를 닮은 검은색 철제 로봇이 차량 밑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차량의 폭과 길이, 바퀴 위치를 신속하게 측정한 뒤 팔처럼 생긴 장치를 펼쳐 차량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 로봇은 차량을 부드럽게 차고로 이동시킨 후, 1층부터 지상 10층까지 마련된 주차 공간 중 빈 자리를 찾아 차량을 주차했습니다. 다시 차량을 빼고 싶으면 운전자는 1층에 있는 대기실에서 전자태그 카드를 찍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로봇이 자동으로 차량을 출입구까지 가져다줍니다. 특히 출차 시에는 안면인식, 지문인식, QR코드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보안을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이 공동주택 단지에 적용된 기술은 삼표그룹 계열사인 에스피앤모빌리티(SP&Mobility)가 보유한 첨단 로봇주차 시스템인 ‘엠피시스템(MPSystem)’입니다. 엠피시스템은 로봇이 건물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주차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국내 자주식 주차장에 비해 같은 공간에서 최대 2배 이상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일반적인 방식으로 8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엠피시스템을 설치하면 최대 21대까지 병렬로 주차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삼표그룹은 이미 로봇주차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던 중소기업 셈페르엠과 2022년 합작법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했습니다. 국내 시장은 에스피앤모빌리티가 담당하고, 해외 시장은 셈페르엠이 관리하며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현재 엠피시스템은 태국, 스페인, 헝가리를 비롯해 전 세계 총 12개국에서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1000대 규모의 주차장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엠피시스템이 기존 기계식 주차장과 크게 다른 점은 안전성입니다. 기존 기계식 주차장에서 자주 발생했던 차량 추락 사고가 로봇의 정밀한 제어 덕분에 원천적으로 방지됩니다. 지난 6일 인천에서 발생한 교회 주차장 사고처럼 사람이 직접 차량을 조작하거나 바닥 구조물에 의존하는 방식과 달리, 엠피시스템은 차량을 로봇이 직접 들어 올리고 옮기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사실상 없습니다. 또한 차량이 운송되는 공간은 철골 구조가 아니라 콘크리트 벽체로 구성되어 있어 화재 발생 시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화재 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입니다.
경제적인 효과도 뛰어납니다. 국내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엠피시스템 도입 전에 자주식 주차와 로봇주차를 비교 분석한 결과, 자주식 주차장은 층당 2명씩 관리 인력이 총 72명이 필요했지만, 엠피시스템은 20명의 인력만으로 운영할 수 있어 연간 운영비에서 35억원이 절감되었습니다. 게다가 엠피시스템을 도입하면 건물을 지을 때 주차장 건설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지하 7층까지 건설해야 하는 자주식 주차장에 비해, 엠피시스템은 한 층을 덜 지으면서도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어 공사비를 약 165억원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됩니다.
엠피시스템은 또한 시스템 레이아웃이 현장마다 유연하게 설계될 수 있어, 고객의 요구와 건축 환경에 따라 지하형, 타워형 등 다양한 구조로 주차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특히 엠피시스템 로봇은 높이가 약 10cm로 매우 낮아, 전기차와 같은 낮은 지상고의 차량도 문제없이 들어 올리고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팔레트 방식 주차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높이 제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엠피시스템의 편리함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차량 입출고 과정은 자동화되어 있으며, 운전자는 단지 카드나 생체 인식으로 출입만 관리하면 됩니다. 실제 방콕의 복합 쇼핑몰에서는 차량 입고부터 주차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2분 30초 정도로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기 시간 동안 편안한 웨이팅룸에서 차량의 입출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기술과 경제성을 갖춘 엠피시스템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규제의 벽으로 인해 상용화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현행 규정상 국내 공동주택에는 기계식이나 로봇 주차장 설치가 금지되어 있으며, 주택 외 시설에서 도입하는 경우에도 출차 시간 제한 등 여러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자주식과 로봇주차가 혼합된 형태로 운영되는 방식이 현실적이며, 장기적으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에스피앤모빌리티는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로봇 주차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미 현대건설과 협력하여 서울 성북구의 한 오피스텔과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등에 엠피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하고 준비 중이며, 관련 규제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태국 방콕의 도심 속 공동주택과 쇼핑몰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는 엠피시스템의 성공 사례를 통해 볼 때, 로봇주차 시스템은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삼표그룹과 에스피앤모빌리티 역시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시장 확장 전략으로 미래 로봇 주차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