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볼펜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모나미가 최근 몇 년간 깊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견 종합문구업체로서 국내 문구 시장에서 여전히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본업인 문구 부문 매출의 감소와 신사업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모나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5.9% 줄어든 1330억 원에 그쳤으며, 영업손실은 38억 원으로 손실 폭이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순손실 역시 53억 원에 달해,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나미가 겪고 있는 실적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문구류 시장의 침체와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입니다. 최근 들어 국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사무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필기구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으며, 해외 매출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수익 구조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모나미는 2012년까지만 해도 매출 2천억 원 중반에 육박하며 100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견실한 성장을 이뤘지만, 2013년 컴퓨터 소모품 부문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모나미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최근 들어 연속적인 적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모나미는 색조화장품 사업으로의 진출을 야심 차게 시도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경기 용인에 약 222억 원을 투자해 색조화장품 OEM 생산공장과 물류창고를 설립하고, 2022년 초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14억 원 수준에 불과했고 순손실은 33억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이 수익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화장품 사업이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본업의 어려움과 신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모나미는 배당금도 점차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1년 주당 100원에서 시작된 현금 배당금은 2022년 70원, 2023년 50원, 그리고 올해는 30원으로 감소하여 총배당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현금흐름 악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변화는 크지 않은 가운데, 모나미는 창업주 고 송삼석 회장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2세 형제경영 체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장인 송하경 회장과 막내 동생 송하윤 사장이 장기적으로 경영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이들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최근 들어 모나미의 오너 3세 송재화 상무가 새로 설립한 교육업체 '엠씨랩'을 통해 직접 경영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모나미는 이미 수년 전 ‘모나르떼’라는 교육 브랜드로 초등생 대상 교육 사업에 도전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실적 부진이 겹쳐 결국 법인을 청산하는 아픔을 겪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다시 송재화 상무가 이를 독립된 회사인 엠씨랩을 통해 되살렸고, 이 사업의 성과가 앞으로의 가업 승계 및 경영권 이양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모나미는 티펙스라는 물류 자회사를 통해 내부거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회사의 운영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티펙스는 송재화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으며, 모친 홍의숙 씨와 함께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관계자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모나미와의 내부 거래로 지난해에만 48억 원, 올해 3분기까지도 38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본업인 필기구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모나미는 프러스펜을 활용한 수채화 키트 출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오유 작가와 협업한 수채화 원데이 클래스 개최 등 적극적인 협업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오닐과 협업하여 펜 드로잉 아트워크를 선보이며 스포츠웨어 라인으로 확장하는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이미지 전환을 꾀하고 있기도 합니다.


모나미는 앞으로 문구류의 프리미엄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그리고 아직까지 성과가 미미한 화장품 사업의 본격적인 확대를 통해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변화된 소비자 트렌드와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평가입니다. 결국, 국민 볼펜으로 자리 잡은 모나미가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다시 한번 국내 대표 문구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사업들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