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대 사모펀드(PEF) 중 하나인 아폴로 에셋 매니지먼트(이하 아폴로)의 공동대표인 짐 젤터 회장이 한국의 주요 보험사 CEO들과 만나 초고령화 시대의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방한했습니다. 젤터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에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국내 손해보험사의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고령화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연금보험 시장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11월 CIO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배분 전략 논의 이후 CEO급을 대상으로는 처음 진행된 것으로, 그만큼 한국 보험 시장에 대한 아폴로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을 차지하며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는 일본을 포함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여타 국가들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입니다. 초고령화 현상은 보험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공적연금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사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적연금 시장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지난 5년 사이 46%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금보험 시장에 주목하고 있으며, 짐 젤터 회장의 방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 보험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아폴로는 1990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로, 미국 내 연금보험 시장 1위인 자회사 '아테네(Athene)'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폴로는 보험사의 보험료 수입을 사모대출 형태로 운용하고, 이를 통해 창출한 수익을 다시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최근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지난 1일에는 한국 법인을 공식적으로 출범시켰습니다. 지난해 이미 신한라이프와 보험 및 자산운용 부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국내 보험업계와의 협력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폴로 외에도 한국 보험사들은 국내 보험 시장의 성장 한계로 인해 해외 진출과 금융사업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화생명은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Velocity)' 지분 75%를 매입하며 미국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지 금융상품 소싱과 판매 역량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며, 전통적인 기관 투자자 중심의 상품을 개인 고객에게도 제공해 사업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사장이 글로벌책임자(CGO)를 맡으면서 한화생명의 글로벌 사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와 진출을 통해 보험사 최초로 해외 현지 법인의 배당 실현과 흑자 전환 등의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신한라이프 역시 아폴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자산운용 및 보험상품 개발 부문에서의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은 전문적인 대면 영업조직인 FC 채널을 신설하여 현지 금융 시장을 더욱 깊이 있게 공략하고 있으며, 방카슈랑스를 통한 판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신한라이프는 아폴로의 글로벌 투자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보험 및 자산운용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DB손해보험도 해외 사업에 집중하면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괌,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 주요 지역에서 적극적인 현지화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공격적으로 지분을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전략본부를 신설하고 해외 진출 전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부여하는 등 조직 개편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에서 현지 손보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등 해외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되면서 금융당국 역시 관련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해외 진출 절차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 등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했고, 실제로 현지 영업 확대가 이전보다 수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 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소형 보험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보험산업에 진출을 추진하며 투자금융 중심의 금융그룹으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보험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최근 흐름과도 맞물려 있으며, 공동재보험을 중심으로 한 보험사 자산 및 부채 운용 전략이 투자금융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칼라일과 아폴로 등 글로벌 PEF들은 보험 자금을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여 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보험사와 사모펀드 모두에게 높은 투자 수익을 가져다주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폴로 역시 자회사인 아테네를 활용하여 최근 세컨더리 펀드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아부다비 투자청(ADIA)과 함께 3조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투자금융과 보험사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 보험업계는 글로벌화와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과 성장 기회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자산운용사와의 전략적 협력은 보험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