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의 판단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며, 시장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고려아연이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던 조치가 법원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판단되면서 촉발되었습니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SMC(선메탈코퍼레이션)를 통해 영풍 지분 10.3%를 취득한 행위를 순환출자로 보고 이를 위법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고려아연이 추진한 집중투표제의 효력은 유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에서 통과시킨 이사 수 상한 설정, 액면분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중요한 안건들의 효력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또한 다가오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부활하게 되면서,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 간의 경영권 다툼은 다시 치열한 접전 상태가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집중투표제입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이사 후보의 수만큼 투표권을 주어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는 투표 방식으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로 평가됩니다. 법원이 집중투표제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이번 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열세인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의 이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의 46.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 회장 측과 우호지분은 약 39.16%에 불과한 상태입니다.

특히 이번 분쟁에서 '백기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는 현대차(5.05%), LG화학(1.89%), 한화(1.2%) 등의 기업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앞선 임시주총에서는 이들 기업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일부는 투표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이들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최 회장 측이 확보 가능한 이사 수가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4.51%)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표심 역시 중요합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소액주주 권리 보호 차원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꾸준히 지지해 왔습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지지한다면,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지난 임시주총 때 집중투표제 도입에 극명하게 갈렸던 기타 기관투자자들의 투표 방향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또한 최근 MBK파트너스가 소유한 홈플러스가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점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까지 연간 1000억~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해왔습니다. 이 같은 경영 실패 사례가 고려아연 주주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습니다. MBK의 부실 경영 논란이 확산될수록 주주들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최윤범 회장 체제의 고려아연은 견실한 경영성과를 이어왔습니다.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고려아연은 매출액 8조890억원과 영업이익 8181억원을 기록하며 10.1%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본업인 제련 분야의 효율적인 투자와 경영 전략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라는 변수가 최 회장 측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경우 영풍·MBK 연합이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사회 구성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양측이 향후 어떤 전략을 펼칠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돈 잘 버는 기업에 이슈가 있으면 기회가 옵니다. 잘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