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기아와 삼성SDI가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협업은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다양한 서비스 로봇까지, 로봇 산업의 급성장을 뒷받침할 핵심 기술로 부상한 ‘배터리’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1. 왜 로봇 전용 배터리인가?
로봇은 그 특성상 공간 제약이 크고, 작고 효율적인 배터리 셀을 탑재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되던 전동 공구나 경량 전기 이동수단(LEV)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로봇의 복잡한 구조와 다양한 동작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현재 대부분의 로봇은 출력과 사용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배터리 용량은 3700Wh에 불과해, 단순 보행 외에 AI 처리나 무거운 짐을 옮기는 작업에 투입하면 1시간도 채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2~3배 이상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2. 현대차·기아와 삼성SDI의 협력 전략
이번 협약에서 양사는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현대차·기아는 오랜 로봇 개발 및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배터리의 충·방전 성능, 사용 시간, 보증 수명 등을 평가하며 로봇에 최적화된 배터리 적용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 삼성SDI: 삼성SDI는 고용량 소재 개발과 설계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밀도를 크게 향상시켜, 배터리의 출력과 사용 시간을 대폭 늘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로봇이 한 시간 이상 연속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양사는 또한 로봇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공동 마케팅 전략에도 나설 예정이다. 3월에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에서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달이, 모베드 등)을 시연하며 로봇 전용 배터리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3. 배터리 혁신, 로봇 산업의 게임체인저
현대차·기아와 삼성SDI의 협력은 로봇 배터리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정도의 역할을 하려면, 배터리 사용 시간과 출력이 지금보다 훨씬 개선되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성능 배터리를 확보한 기업이 앞으로 로봇 전용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이번 협력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4680 배터리나 수년 내 상용화가 기대되는 전고체 배터리가 로봇용 배터리에 적용된다면, 에너지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로봇이 8시간 이상 연속 작업하는 것도 꿈이 아니게 될 것이다.
4. 앞으로의 전망과 산업적 파급효과
현대차·기아와 삼성SDI의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로봇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파급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 시장 확대: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다양한 로봇 분야의 시장 규모는 2032년 6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 세계적으로 로봇 배터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 기술 경쟁력 확보: 로봇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력이 향상되면, 로봇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기존 전기차 배터리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산업 동맹 강화: 이번 협력은 테슬라와 LG에너지솔루션, 중국의 BYD 등 글로벌 로봇·배터리 기업 간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