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밈 코인에 대한 규제 방침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SEC는 밈 코인이 연방 증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증권이 아니라 수집품에 가깝다고 정의했습니다. 이는 밈 코인이 사용성과 기능이 제한적이며, 하위 테스트(Howey Test)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SEC는 밈 코인을 발행하거나 판매하는 이들이 연방 증권법에 따라 등록할 필요가 없으며, 투자자 또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 같은 발표는 최근 밈 코인 시장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커다란 조정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밈 코인이 급등세를 보이며 투자 열기가 뜨거웠으나, 최근 몇 주 동안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코인마켓캡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밈 코인 시가총액은 지난달 19일 1,176억 달러에서 27일 573억 달러로 51.30% 급락했습니다. 특히 도지코인은 48.0%, 페페는 54.4%, 오피셜트럼프는 82.8% 하락하며 시장 전반에 강한 조정이 발생했습니다.
밈 코인은 인터넷의 유행이나 특정 캐릭터, 정치적 트렌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며,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관심과 홍보에 의해 가격이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이 오히려 밈 코인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밈 코인이 중앙화된 자본에 반대하는 비트코인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평가했지만, 최근 등장한 트럼프 밈 코인과 같은 프로젝트들은 이 같은 특징을 왜곡하며 생태계를 냉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트럼프 밈 코인은 발행 즉시 80%의 물량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통 구조를 조작했고, 이는 밈 코인의 공정한 출시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밈 코인을 이용한 불법 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해커 그룹 라자루스는 바이비트 해킹 사건과 관련하여 밈 코인을 활용한 자금 세탁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펌프펀(PumpFun)이라는 솔라나 기반 밈 코인 플랫폼에서 ‘진시황(QinShihuang)’이라는 밈 코인을 발행한 후, 단 3시간 만에 2,600만 달러의 거래 규모를 형성하며 자금을 세탁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솔라나 측은 해당 코인을 플랫폼에서 제거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되면서 밈 코인 시장 전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지지했던 밈 코인 ‘리브라(LIBRA)’의 폭락 사태가 시장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리브라는 밀레이 대통령이 개인 SNS에서 홍보한 후 개당 0.5달러에서 5달러까지 급등했으나, 몇 시간 만에 0.19달러로 94% 하락하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이후 분석 결과, 리브라 공급량의 82%가 단일 클러스터(연관 지갑)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대규모 매도 물량이 발생하면서 전형적인 ‘러그풀(Rug Pull)’ 사기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았으며, 총손실액은 2억 5,100만 달러(약 3,59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브라 사태는 정치적으로도 큰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직 대통령이 밈 코인 사기에 연루되었으며, 이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연합당 등 야당에서는 정부가 국회에 출석해 해당 사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는 요구를 제기하고 있으며,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밈 코인 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내부자 거래와 초기 토큰 분배의 불균형입니다. 밈 코인 프로젝트들은 백서나 사업 계획 없이 발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컨트랙트 주소(CA) 공개 직후 가격이 급등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안전성 검증 없이 투자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최근 트럼프 밈 코인의 국내 거래소 상장 후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것도 이러한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해당 코인은 상장 직후 3만 5,720원에서 8만 원까지 134% 폭등했다가, 이후 2만 원대로 하락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습니다.
SEC가 밈 코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적 명확성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밈 코인이 악용될 경우 SEC가 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SEC는 “밈 코인의 명칭을 이용해 연방 증권법을 회피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향후 밈 코인의 운영 방식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밈 코인 규제 강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및 디지털자산 공동협의체(DAXA)와 협력하여 신규 코인 상장 심사 기준을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서 밈 코인과 같은 불투명한 코인의 상장 요건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 및 보안, 법규 준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밈 코인의 미래가 단순한 투기적 흐름에서 벗어나 보다 명확한 유틸리티와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밈 코인의 본질적인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공정한 운영 구조를 갖추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앞으로 밈 코인 시장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혹은 현재의 변동성 속에서 더욱 축소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