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롯데건설이 본사를 포함한 자산 매각을 통해 약 1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최근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통해 본사 부지 매각과 자체 개발, 자산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등 다양한 옵션을 분석하도록 의뢰했으며, 이를 토대로 최적의 유동화 방안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롯데건설 본사 사옥은 약 5,0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주거시설로 개발이 가능해 시행사 및 자산운용사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롯데건설이 보유한 수도권 창고 자산과 임대주택 리츠 지분 매각까지 포함하면, 총 1조 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유동성 위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가 안정된 상황에서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는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사태(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당시 정부 보증 유동화증권이 디폴트 위기에 놓이면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금리가 급등했고, 약 6조 8,000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부담을 안고 있던 롯데건설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후 롯데그룹은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PF 보증 규모를 2023년 5조 4,000억 원, 2024년 3분기 기준 4조 9,000억 원 수준으로 축소했으며, 정비사업을 제외하면 3조 6,000억 원까지 줄어든 상태입니다.
다만,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등 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2021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2021년 109%에서 2022년 264%까지 급등한 후, 2023년 3분기 기준 217%로 낮아졌습니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 1조 원을 유지하고, 올해 말 PF 우발채무를 자기자본의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본사 부지 매각 등 자산 유동화 계획이 추진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건설은 이번 자산 매각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을 15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편, 롯데건설 본사가 위치한 서초구 잠원동의 ‘설악상가’는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실속 경영 철학을 상징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롯데건설뿐만 아니라 롯데칠성, 롯데햄·우유 등이 이곳에서 함께 운영되었으며, 이후 계열사들이 본사를 이전하면서 현재는 롯데건설만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본사 사옥 부지는 2023년 9월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어 공동주택 등 주거시설로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개발이 진행될 경우 ‘롯데타운’ 형성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도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안강건설 등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줄줄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으며, 두 달 동안 폐업한 종합건설사가 100곳이 넘었습니다. 공사비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분양이 늘어나며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방 부동산 경기 보완 대책을 발표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며, 신규 분양이 위축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건설업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기준 건설업 종사자는 전년 대비 11만 4,000명 감소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 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거나 부도·파산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신중히 선택하고 필요 시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위기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건설뿐만 아니라 SK에코플랜트는 처리·폐기물 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GS건설도 수처리 전문 자회사 GS이니마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