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미국 내 분기 매출에서 처음으로 월마트를 제치며 1위에 올랐습니다. 월마트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의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1805억5000만 달러(약 259조 원)라고 발표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 증가한 수치입니다.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1810억1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조정 주당순이익은 0.66달러로 예상치인 0.64달러를 상회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지난 2024년 10월부터 12월까지의 4분기 매출이 1877억9000만 달러(약 269조 원)를 기록하며 월마트를 앞질렀습니다. 이는 아마존이 사상 처음으로 월마트를 제친 것으로, 월마트가 2012년 엑손모빌을 제친 후 12년 동안 유지해온 1위 자리를 내준 것입니다.
월마트의 매출 증가는 주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과 구매 증가 덕분이었습니다. 동일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했으며, 특히 전자상거래 부문 매출은 20%나 늘어났습니다. 거래액은 2.8% 증가했고 평균 구매액도 1.8%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월마트의 향후 실적 전망치는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월마트의 부진한 가이던스 발표로 인해 월가 전반에서는 미국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는 만큼, 월마트의 실적은 중요한 소비 지표로 여겨집니다. 특히 지난 1월 미국의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0.9% 하락하며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점이 소비 둔화 우려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CNBC 인터뷰에서 "소비자 지출 패턴은 안정적이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월마트의 판매 제품 중 약 3분의 2는 미국에서 제조·조립되지만,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편, 아마존은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와 효율성 개선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전체 매출의 약 17%를 차지하며 2020년 이후 두 배 이상 성장했으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수익도 전체 매출의 24.5%에 달했습니다. 아마존 스토어의 더그 헤링턴 CEO는 "비용 절감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며 효율적인 배송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배송 과정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단위당 서비스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대규모 해고를 통한 비용 절감과 물류 창고 및 AI 데이터 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올해 아마존의 자본 지출은 10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마트도 아마존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운영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포함한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며 고소득층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고급 식료품을 포함한 '베러굿즈(Bettergoods)' 브랜드를 출시했고, SNS에서 화제가 된 저가형 ‘워킨백’을 통해 트렌디한 상품군을 확대했습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 중 89%가 월마트에서 쇼핑한다고 답할 만큼 고객층이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월마트는 미국 내 약 4600개 매장과 600개 샘스클럽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 및 픽업 서비스를 강화했으며, 물류센터 자동화 및 로봇 기술 도입으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번 분기에서 월마트가 아마존에 분기 매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연간 매출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월마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6809억9000만 달러(약 976조 원)로 아마존의 6479억6000만 달러(약 930조 원)를 상회했습니다. 올해 연간 매출 예상치 역시 월마트가 7087억 달러로 아마존의 7008억 달러보다 다소 높게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양사 간 매출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월마트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적 발표 직후 뉴욕 증시에서 월마트 주가는 6.53%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는 실적은 예상치를 상회했으나, 향후 전망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주가도 1.65% 하락했으나 시간외거래에서 소폭 반등했습니다. 월마트가 직면한 관세 리스크와 소비 둔화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마존은 클라우드 및 AI 서비스, 물류 혁신에 더욱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아마존의 분기 매출 1위 등극은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 미국 유통업계의 경쟁 지형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