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글로벌 시장 확장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농심의 실적은 부진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1% 감소한 1,631억 원으로, 경쟁사인 삼양식품의 영업이익 3,442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매출은 3조 4,387억 원으로 0.8% 증가했지만, 이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반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133%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과거에는 농심이 국내 라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지만,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삼양식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77%에 달했지만, 농심은 약 38%에 그쳤습니다. 삼양식품은 일찍이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며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이에 농심도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다음 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농심 유럽(Nongshim Europe B.V.)’을 설립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유럽 라면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2%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농심의 유럽 매출은 연평균 25%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0% 성장했습니다. 농심은 유럽 법인을 비즈니스 거점으로 삼아 라면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농심은 영국 테스코, 독일 레베, 프랑스 까르푸 등 유럽 주요 유통망에서 신라면 등 주요 제품의 판매 규모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각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제품 개발을 병행하며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특히 매운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가진 농심의 제품 라인업이 유럽 시장에서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농심은 부산에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은 2026년 하반기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이 현재보다 두 배 증가한 10억 개에 이를 전망입니다. 기존 미국법인(약 10억 개)과 중국법인(약 7억 개)을 합치면 연간 27억 개의 글로벌 공급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농심은 유럽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한편, 농심은 지난해 9월 미국 제2 공장에 용기면 고속 생산라인을 추가했으며, 멕시코에 영업사무소를 신설하며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도 마쳤습니다. 또한, 신제품 ‘신라면 툼바’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신라면 툼바는 이미 미국 최대 유통 체인 월마트 온라인몰에 입점했으며, 오는 6월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될 예정입니다.


신라면 툼바는 호주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울워스(Woolworths)와 일본의 세븐일레븐에도 입점이 확정됐습니다. 각각 3월과 4월부터 해당 유통망에서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또한, 글로벌 광고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신라면 툼바 모델로 활동 중인 에드워드 리 셰프를 미국 등 해외 광고에도 활용할 예정이며,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 트렌드에 맞춰 ‘틱톡 드라마’ 형식의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라면 툼바가 불닭볶음면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시 초기 두 달간 1,100만 개가 판매되었지만, 이는 2021년 출시된 ‘신라면 볶음면’이 3주 만에 1,000만 개를 판매한 기록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과입니다. 또한, 신라면 툼바가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국물 없는 매운 라면’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농심의 주력 라면 제품인 신라면, 짜파게티, 너구리, 육개장, 안성탕면 등은 모두 1980년대 중반에 출시된 제품들입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다양한 K라면 중 하나로 인식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라면급의 초대형 신제품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편, 농심과 삼양식품은 네덜란드를 유럽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법인을 설립하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8월 네덜란드 암스텔벤에 ‘Samyang Foods Europe B.V.’를 설립했으며, 농심은 오는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Nongshim Europe B.V.’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두 회사 모두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삼양식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식품업계 대장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6조 7,571억 원으로 코스피 61위에 올랐으며, 농심은 2조 1,289억 원으로 147위까지 밀려난 상태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성공이 삼양식품의 전체 성장을 견인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농심은 해외 시장에서 신라면 툼바를 앞세워 반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불닭볶음면처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가운데, 농심이 신라면 툼바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성공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농심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삼양식품의 성장세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전략과 시장 반응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