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업계는 한때 세계 1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했지만,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롯데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 업체들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업계 전체적으로 3,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3조 2,81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9% 증가했지만, 6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출이 4.7% 증가한 2,060억 원이었으나, 35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866억 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매출이 9,721억 원으로 2.6% 감소했으며, 28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아직 공식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922억 원에 달하는 만큼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중국 단체 관광객의 부재, 고환율로 인한 판매 부진, 보따리상(다이궁) 수수료 부담,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추가된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더욱이, 올해 전망도 어둡습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의 리모델링이 완료되면서 기존의 임대료 감면 혜택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면세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개별 관광객 매출 비중을 높이는 사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국내 면세업계는 2000년대 이후 한류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으며, 2010년대 초반에는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매출 1위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면세점 특허가 남발되면서 과잉 공급 문제가 불거졌고, 2017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면세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이 결정타를 가하면서 최악의 불황을 겪었고,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도 면세점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명품과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면서 매출을 견인했지만, 이제는 개별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쇼핑보다 문화 체험에 대한 소비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면세점으로 유입될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고환율 장기화로 인해 해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인천국제공항의 높은 임대료와 보따리상에 대한 높은 수수료 지급이 계속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단독·차별화 상품 개발과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수익성이 개선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면세점 사업이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업황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올해 인천국제공항에 명품 브랜드 매장이 잇따라 입점할 예정이어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신라면세점은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스와로브스키의 신규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판매하기로 결정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내 스와로브스키 매장에서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Swarovski Created Diamonds, SCD)’ 32종을 단독으로 선보이며, 지난해 높은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면세점 판매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생성된 인공 다이아몬드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은 동일하지만 환경 친화적이며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주얼리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신라면세점은 이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고급 주얼리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국제 보석학 연구소(IGI) 인증을 받았으며, 재생 에너지를 사용한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되었습니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재활용 금과 은을 사용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면세업계가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이 같은 차별화된 시도들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그러나 외부 환경 변화가 면세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단순한 상품 차별화만으로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는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면세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