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는 이제 역사속으로 : 퍼스트 시티즌스에 인수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에서 SVB 인수를 하며 SVB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양입니다. 


퍼스트 시티즌스는 이번 협상에서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는데 합의하였습니다. 



하지만 SVB가 파산 절차에 들어간지 17일 밖에 안된 상황에서 퍼스트 시티즌스가 모든 SVB의 자산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인수를 하였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720억 달러의 SVB 자산을 165억 달러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는 것으로 협상을 한 것이고, SVB 압류 자산 중 약 900억 달러 (117조원)은 FDIC(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 가 계속 보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제 얼마나 수지타산이 맞는 거래를 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17일 밖에 안된 기간 동안 720억 달러 자산에 해당하는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였다고 하는 것을 보면 기계적으로 이번 사태의 원흉이었던 미국 국채 등의 대출을 제외한 채권들은 모두 제외 시키고 순수한 스타트업 기업의 예금과 대출 채권만 인수한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인수가 마무리 되었고, FDIC에서는 이번 SVB 파산으로 인해 예금보험기금 중 200억 달러 (약 26조원)이라는 거금을 지출하며 마무리가 되는 모습입니다. 


 

SVB가 파산하고 새로운 주인을 찾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의 인수로 인해 뱅크데믹(Bankdemic)이 일단락 되는 것일까요?



일단 SVB로 인해 예금보험기금 200억 달러가 증발해 버렸고, 지금의 시기는 경기 침체가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SVB의 스타트업 예금과 대출을 모두 인수한 퍼스트 시티즌스도 이번 경기 침체기 하의 스타트업 기업 리스크가 점점 더 커질 것이므로 어려운 시기를 버텨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밴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스타트업 기업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벤처 캐피털 회사 NFX가 최근 스타트업 창업자 8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응답자의 59%가 자금 조달 시장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했고, 22%는 올해 어떤 펀딩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였습니다.


이러한 지금의 보유 자금이 본인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스타트업들이, 퍼스트 시티즌스가 인수하자마자 제 2의 뱅크런 사태라도 벌이게 된다면 퍼스트 시티즌스가 인수한 예금 채권의 상환을 위해 퍼스트 시티즌스도 곧바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결국 부도난 은행을 새로운 우량 은행이 인수한다고 해도 시장의 심리가 안정되지 않으면, 이미 극도로 불안해진 심리로 인하여 바로 돈을 빼갈려고 할 것입니다.  (심지어 퍼스트 시티즌스는 SVB 보다 자산규모가 적은 은행이라 시장의 심리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운이 좋아 또 한번의 뱅크런 사태가 다행히 발생하지 않더라도, SVB 사태는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오기도 전에 큰 출혈만 남기고 간 느낌입니다.




지금의 은행 심리가 안정이 되려면 2가지가 동시에 선행이 되어야 합니다.



1. 경기 침체 회복 : 기업들과 가계들의 소득이 좋아져야 대출 채권들이 부도가 나지 않습니다.


2. 고금리 -> 저금리 회귀 : 부채가 쌓일 만큼 쌓인 상황에서 지금의 고금리가 계속 이어진다면 점점 풍선의 약한 틈새(부실)가 벌어져서 안에 들어있던 공기(은행 자산)은 계속 빠져 나가게 되고 결국 은행은 버티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발생시킵니다.



이 두가지가 동시에 선행이 되려면 아직도 기나긴 터널을 빠져 나가야 될까 말까 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인플레이션을 유의미하게 잡지 못하였고, 경기 침체는 확정적으로 이제 시작 국면입니다. 


그때까지 은행들이 버틸 수 있다? 라고 보는 건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