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3D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고영이 의료로봇 FDA 인허가 소식이 나온 1월 20일 상한가 직행을 기점으로 강력한 주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약 2달만에 주가가 2배 이상 치솟으면서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아찔한 높이이다.
<고영 일봉차트>
사실 이번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고영이 가진 기술력과 신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의료로봇에 대한 가능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싸이클 상단에서는 400억대, 하단에서는 100억대 남짓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그래서 매년 평균적으로 250억원 수준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이 회사가 왜 이렇게 높은 밸류를 받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웃 중 고영에 투자하던 분이 계셔서 잠시 체크해봤던 적은 있었지만 숫자만 보고서 매력을 찾지 못했고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시총 6천억원 수준에서도 그냥 넘겼던, 그런 기업이었다.
최근 고영은 IR에서 의료로봇의 개발 현황, 향후 해외 진출 스토리에 대해 설명했다. 짧게 요약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번 3월부터 미국향 선적 시작. 곧바로 매출로 인식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 병원에서 의사들이 이걸 써보면서 데이터가 누적되고 정말 괜찮다 싶으면 구매 프로세스 통해 확정될 것
- 의료로봇 Geniant Cranial(KYMERO의 글로벌 버전)의 대당 가격은 10억원~100만 달러 수준이며 올해 목표 판매대수는 9대
- 미국에서 협업했던 11곳의 병원도 시간을 두고 모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 뇌 신경외과를 보유한 병원수는 미국 1,437개, 일본 1,750개, 중국 2,216개, 유럽 및 기타지역 598개. 일본은 작년에 이미 PMDA 신청해서 올해 상반기 안에 인허가 목표. 중국은 올해 10월쯤 신청할 예정. 유럽도 준비 중. 이 4개 지역만 해도 6~7조원 정도 되는 시장
- 2011년 산자부 국책과제로 수술용 로봇 개발 시작했고 2016년 식약처 인증, 첫 판매까지 4년이 걸려 2020년 세브란스 병원에 공급. 수술건수 500건 이상 쌓인 상황. 2024년 5월에 미국 FDA 신청하여 2025년 1월 미국 FDA 인증. 3D 비전기술이라는 원천기술 덕분에 개발 가능했던 것
현재 뇌 수술에 사용할 수 있는 1mm 수준의 오차범위(FDA는 1.5mm로 승인 받았으며 1mm도 내부적으로 개발이 끝나 승인 시도 중)를 가지고 있는 수술로봇은 세계적으로 고영밖에 없고, 수술로봇계의 선두주자인 인튜이티브서지컬(복강경 수술로봇 다빈치)같은 경우도 뇌 분야로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에 고영이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회사에서 제시하는 명확한 가이던스는 없다. 하지만 올해 목표한대로 9대 공급 및 매출인식이 완료되고 나면,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병원들이 정말 우후죽순 생길 것이기 때문에 장비 매출 증가를 통한 향후 수 년간의 실적 성장은 예정된 시나리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수술로봇은 소모품 매출도 발생하기 때문에 꾸준하게 깔릴 매출과 이익률 개선은 덤..
개인적으로는 다른 가짜 로봇 기업들과는 질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이미 주가가 꽤 올랐음에도 몇 배는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차트를 보면 너무 불편해서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결국은 이런 기업들도 호재가 가시화되기 전에 가능한 한 싸게 사는 것이 답일 것인데...
이런 종목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몇 가지 생각해보면,
첫 번째,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거나, 높은 이익률을 유지, 또는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시현하는 기업.
두 번째, 기본적인 펀더멘탈이 뒷받침되다보니 밸류가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닌 기업. PER 기준으로 보면 아무리 낮아도 10배 이상에서 20배 밴드에서 등락.
세 번째, 1번과 2번에 해당하는 기업도 특정 이슈로 인해 주가가 크게 빠질 때가 있다는 것.
펩타이드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인 케어젠과 세계 1위 반도체 3D 검사장비 업체인 고영의 공통점이라고 생각되는데,
<케어젠 일봉차트>
케어젠도 작년 8월 부진한 실적을 공시한 이후로 2영업일만에 주가가 35% 가량 폭락했는데 지나고보니 결국 그 시기가 최저점이었다. 물론 이 때는 실적 부진이라는 개별 이슈와 증시가 10%씩 빠진 블랙먼데이, 매크로 이슈가 겹치면서 더 크게 빠졌다.
케어젠, 2Q 영업익 61.8억…전년비 19.07%↓ (edaily.co.kr)
고영도 반도체 하락 싸이클 속에서, 심지어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좋던 2024년 상반기에도 주구장창 주가가 떨어지기만 했다.
<고영 일봉차트>
이런 좋은 기업들은 평상 시 높은 멀티플을 받고, 매수하고자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단순 매크로 이슈만으로는 주가가 쉽게 빠지지 않는 편이다.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상황, 실적 성장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그러니까 개별 이슈가 있어야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는다. 그게 정당한 주가 하락인지, 일시적인 시장의 오해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능력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결국은 돌고돌아 능력범위인가...
고영이나 케어젠같은 기업을 사게 될 것인지, LG생활건강같은 기업을 사게 될 것인지는 정말 한 끗 차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