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발언에 긁힌 양자 리더들?

젠슨 황의 양자 컴퓨팅 관련 발언의 영향이 크긴 컸나 봅니다.

세계 최대 IT 박람회인 CES 2025에서 양자 관련 세션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양자 컴퓨터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젠슨 황의 '상용화 코멘트'에 반발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죠.

참고로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와 국내외 컨설팅 업체들은 올해 CES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로 양자 컴퓨팅을 꼽았는데요. 이번 양자 세션은 퀀텀 월드 콩그레스(Quantum World Congress)가 주최했고, 아이온큐와 마이크로소프트, 퀀티넘이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행사를 진행한 재클린 테임이란 인물은 아예 첫 질문으로 "양자 컴퓨팅이 수십 년, 어쩌면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젠슨 황 CEO의 양자 컴퓨팅 관련 발언을 의식한 질문인 거죠.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성장 부문 총괄 존 니시는 양자 컴퓨팅 기술의 상용화가 몇 년 내에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 컴퓨팅 기술의 상용화가 수십 년이 아닌 몇 년 안에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이제 신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팅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1~2년 내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양자 컴퓨팅 기술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힌 거죠.

실제로 이번 행사에 참석한 양자 분야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팅 기술이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유용한'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합니다.

벤처 캐피털 회사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의 글로벌 운영 파트너인 재클린 테임은 "2028년까지 최소 두 대의 유틸리티(실용적) 양자 컴퓨터가 운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는데요. 여기서 유틸리티 수준의 양자 컴퓨터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조지 D. 토마스 퀀텀 월드 콩그레스 전무이사는 "양자 컴퓨팅은 약 1조에서 2조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 컴퓨팅은 더 이상 실험실 과학이나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은 약 150억 달러, 미국은 약 40억 달러를 투자하며 많은 국가들이 양자 컴퓨팅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하네요.

IBM 퀀텀 부사장 조셉 브로즈는 "양자 컴퓨팅은 미래를 바꿀 것"이라며 "초기에는 화학 및 소재 과학 분야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후에는 금융 등 다양한 산업으로 양자 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확장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대해 매우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양자 컴퓨팅 활용, 공급망, 다양한 분야에서 큰 혜택을 볼 것"이라며 "이미 많은 한국 기업과 기관들이 양자 컴퓨팅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된 마이크로소프트존 니시는 패널 토론에서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함께 2033년까지 유틸리티 규모의 양자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온큐 반응

현재 순수 양자 컴퓨팅 관련주 중에서는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이온큐 역시 양자 컴퓨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강조했습니다.

아이온큐 마케팅 책임자 마가렛 아라카와는 "우리는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된 데이터 센터용 양자 컴퓨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미 공군 연구소, 아마존 웹 서비스(AWS), 현대자동차그룹, 에어버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고객으로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매출이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는 것은 양자 컴퓨팅 기술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해 고성능 컴퓨팅(HPC)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를 양자 컴퓨팅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며 "현대와 5년간 협력하며 자율주행 배터리 관련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공동 연구 논문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재밌는 건 아이온큐 공동 창업자이자 듀크대학교 교수인 김정상 교수 역시 몇마디 거들었다는 건데요. 아이온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던 김 교수는 같은 날 1월 9일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유나이티드 코리안 파운더스(UKF)에 참석해 '양자 컴퓨팅'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CEO의 발언을 언급했습니다.

"양자 컴퓨팅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아이온큐의 주가는 지난 2년간 7배 올랐다"면서 "그러나 젠슨 황의 발언으로 인해 시가총액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엔비디아가 1990년대 GPU를 만들고 그것이 인공지능(AI)에 사용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며 "그의 발언은 시가총액 3조 달러 규모의 양자 컴퓨팅 기업이 30년 안에 나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양자 컴퓨팅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는데요."양자 컴퓨팅은 30년에 한 번 오는 기회이며 앞으로 많은 활동이 있을 것"이라며 "20~30년 후에는 모든 개인이 양자 컴퓨터를 사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ONQ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한편 김정상 교수는 작년 초에 자신이 창업했던 아이온큐를 떠났고, 작년 중순에는 자신이 보유 중인 IONQ 주식을 일부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온큐 흑자 전망

이러한 가운데 아이온큐 측에서는 1월 10일 CEO 피터 채프먼의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놓았습니다.

전문을 번역해서 옮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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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기존 컴퓨팅 하드웨어는 계산 능력과 전력 요구 사항의 한계로 인해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들 중 일부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아이온큐의 현재 #AQ 36 포르테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은 이미 고객들에게 해결책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5년에 출시될 예정인 #AQ 64 템포 시스템과 차세대 #AQ 256 시스템은 점점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여 단기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특히, 가장 큰 변혁 가능성이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강한 AI이며, 우리는 네이티브 양자 AI가 기존 AI를 능가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현명한 리더는 단기적인 수익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투자합니다. 2023년 말까지 전 세계 양자 기술 투자는 5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맥킨지, 제3회 연례 양자 기술 모니터 2024 개요, 2024년 4월 24일). 아마존, 구글, 엔비디아,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들은 현재 양자 컴퓨팅 분야에 투자하고 인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부터 군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안전한 통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이온큐는 양자 네트워킹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이는 양자 컴퓨팅만큼이나 중요한 시장이라고 믿습니다.

아이온큐는 기술적·상업적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2024년 실적이 예약 및 수익 가이던스의 상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2025년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온큐는 2030년까지 매출이 10억 달러에 근접하며 수익성을 달성할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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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빅테크가 투자하고 있고 인재를 채용할만큼 양자 컴퓨팅은 유망한 산업이라는 건데요. 가장 주목할만 한 것은 마지막 줄에 담겨 있었습니다.

'2030년까지 매출 10억 달러 근점하며 수익성 달성 예상'

지금으로부터 5년 뒤에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거라는 건데요. 이걸 두고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을 할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전망이라는 게 나중에라도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거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빠른데?'와 '생각보다 너무 늦는데?'라고 나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단기적으로 IONQ 주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현재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난 금요일 아이온큐 주가는 변화무쌍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프리마켓에서는 10% 이상 급등했다가, 장 초반에는 급락하더니, 중반에는 또 급등한 뒤 결국 약 7% 상승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애프터마켓에서는 약 5% 하락했죠.

사실 단기적으로 보면 '양자 컴퓨터 상용화가 얼마나 걸릴 것인가' 문제보다 투자 심리가 중요합니다. 보통 이렇게 주가가 한 번에 반토막이 나는 이벤트가 발생하고 나면 V자 반등보다는 추가 하락이 나온 뒤 곡소리가 엄청 커진 이후에야 바닥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미국 양자 컴퓨터 관련주, 특히 아이온큐에 한국인 투자자들 비중이 많고 그 중에는 강성 주주들이 많다는 게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일단은 상황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