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실적은 여러 측면에서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간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적자전환 자체는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성장통으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매출 감소는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든다는 신호일 수 있어 더 큰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지난 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잠정 매출은 6조45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2255억 원으로 적자전환되었습니다. 이는 북미 완성차 업체의 주문 물량 감소와 고수익 배터리 제품 출하 비중 축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연말 재고 손실 처리와 같은 일회성 비용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는 2021년 3분기 이후 처음 발생한 분기 적자로, 당시에는 GM의 '볼트 EV' 리콜 문제로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적자는 성장이 둔화된 시장 정체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 성격이 다릅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 3773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영업손실 규모는 6028억 원에 달해 그 손실 폭이 더욱 커집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실적발표회에서 이미 4분기 실적 부진 가능성을 예고했으며, 실제 결과는 예상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연간 매출은 25조61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754억 원으로 73.4% 급감했습니다. 매출의 경우, 2023년 33조7455억 원에서 2024년 25조6196억 원으로 감소하며 정점을 지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정체인 캐즘으로 볼 수도 있지만,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인한 출혈 경쟁의 시작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중국 배터리는 주행 거리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위기경영 체제를 도입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투자 및 비용 구조 재검토, 추가 수주를 통한 매출 확대, 새로운 배터리 형태 개발, 글로벌 생산공장 매각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통해 오는 2026년 이후 예상되는 캐즘 회복기에 대비하고 시장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더 큰 도약과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 제품 및 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 미래 기술 및 사업 모델 혁신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전기차 캐즘의 장기화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삼성SDI와 SK온 등 다른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산 배터리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동안, 국내 3사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9%, 83.2%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SK온 역시 주요 고객사의 판매 부진으로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에도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쉽지 않은 환경에 직면할 전망입니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기차 관련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IRA 보조금을 폐지할 경우,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요 침체가 가속화되고,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비용 절감과 자산 효율화를 강화하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배터리 폼팩터 도입과 전기차 및 ESS 사업 부문의 수주 확대를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도 전반적인 시장 회복은 어렵겠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2026년 이후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