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자 컴퓨팅 관련주들이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몇 마디에 폭락을 했습니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25 기조 연설에서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한 영향이었죠.

젠슨 황은 양자 컴퓨팅의 현 상황에 대해 현실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이 기술이 “매우 유용”해지기까지는 15년에서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15년 쯤 걸릴 거라고 하다가, 30년으로 말을 바꿨죠.

사실 젠슨 황의 발언은 양자 컴퓨터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류 수정, 하드웨어 확장성, 양자의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과제가 여전히 큰 장벽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죠.

투자자들에게 이는 냉정한 현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단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며 양자 컴퓨팅 기업에 낙관적인 투자 태도를 취했던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겠죠. 실제로 그의 발언 이후 다수의 양자 컴퓨팅 관련주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거든요.

 

예를 들어 양자 컴퓨커 대장주 격인 아이온큐(IONQ) 및 단기간에 가장 많이 상승한 리게티 컴퓨팅(RGTI)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10% 넘게 폭락을 했습니다.

한국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된 KOSEF 미국 양자 컴퓨팅 상장지수펀드(ETF)는 약 4% 정도 급락한 상황입니다. 10,000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는 건데, 장 초반 주가는 9,69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KOSEF 미국 양자 컴퓨팅 ETF는 미국 양자 컴퓨팅 관련 2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인데요. 아이온큐가 30.91%로 가장 많은 비중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Group), 엔비디아(NVIDIA), 허니웰(Honeywell International) 등의 종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총이 어느 정도 되는 종목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고, 리게티 컴퓨팅(RGTI)이라든지 QUBT, QBTS, LAES, ARQQ 같은 종목은 없으니 참고 바랍니다.

양자 컴퓨터 관련주 조정 시작?

한편 어제 장중에서도 양자 컴퓨터 관련주들의 주가는 좋지 않았습니다.

 

아이온큐 주가는 전일 대비 2.9% 하락했고, 퀀텀 컴퓨팅(QUBT)은 3.32%, 리게티 컴퓨팅(RGTI)은 5.74%, D-Wave Quantum(QBTS)은 6.46% 하락하며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미국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 채권 금리가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4.7%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젠슨 황 CEO의 발언이 이러한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는 양자 컴퓨팅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유용한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30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초기 단계 제품이 나오기까지도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인 게 투자자들의 우려를 심화시킨 것 같습니다.

양자 컴퓨팅 주식은 최근 한 달 동안 한국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종목인데요.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리게티 컴퓨팅 주식을 1,425.18만 달러(약 2,700억 원)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IonQ는 863.75만 달러(약 1,260억 원), D웨이브 퀀텀은 32.48만 달러(약 47억 원), 퀀텀컴퓨팅은 27.52만 달러(약 40억 원) 순매수하며 매수세를 보였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양자 컴퓨팅 주식 보유 비중도 증가했는데요. 6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IONQ 주식을 3,230.29만 달러(약 4,700억 원) 보유하고 있는데, 아이온큐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리게티 컴퓨팅 주식도 751.08만 달러(약 1,090억 원)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시가총액의 약 16%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손실 구간에 진입한 투자자 비중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이온큐와 리게티 컴퓨팅의 경우 약 20%의 투자자가 손실 구간에 들어섰고,QUBT와 QBTS 종목은 손실 구간에 있는 투자자 비율이 40%에 달한다고 합니다.

제 경험으로 미뤄보았을 때 한국에서 '서학 개미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테마!' 라며 국내 ETF로 상장되고 해당 상품이 언론에서 막 홍보가 되고 있을 때가 조심해야 할 시점인데,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앞서 말씀드린 KOSEF 미국양자컴퓨팅 ETF는 키움투자자산이 운용하고 있는 상품인데 순자산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하네요.

특히 양자 컴퓨팅 주식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고 투자들의 기대감이 뜨거운 가운데, NVIDIA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의 CES 2025 발언은 퀀텀 컴퓨팅 기술 발전이 아직 초기 단계임을 상기시키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 양자 컴퓨터 테마는 장기와 단기 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젠슨 황의 말마따나 상용화가 10년 넘게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봤을 때 양자 컴퓨터가 투자 테마로서 죽었는지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투자자들이 추매하게끔 조정이 이어지다가 곡소리가 극에 달했을 때쯤 다시 반등 나오고 전고점 돌파에 신고가 달성까지 연속해서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만, 워낙 밸류에이션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잘 해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