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원 환율이 강달러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며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 시작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상승하며 1,475원에 출발하였고, 이는 2009년 3월 16일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러한 상승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가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을 줄이며 달러 가치가 급등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FOMC는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네 번에서 두 번으로 축소하였습니다. 이는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기며 국내 환율 시장에도 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환율은 최근 7거래일 연속으로 장중 1,450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이러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장중 환율이 1,486.7원을 기록하며 1,490원 돌파를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국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시장에서는 연말 거래량 감소와 수급 부담을 고려할 때 1,48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 국채 금리 상승과 같은 대외 요인도 강달러 기조를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움직임과 국내 정치 안정화 가능성은 환율 급등을 일부 제어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외환당국은 환율 급등에 따른 불안 심리를 완화하기 위해 시장 곳곳에서 개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 스와프 한도 증대와 같은 조치를 통해 달러 공급을 늘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시장 심리를 전환시키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특히 외환보유고를 통한 직접 개입은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어 적극적인 실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환율 상승은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수출 중심의 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매출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 기업들은 제품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며 환율 상승의 수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환율 상승으로 인해 현대차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도체 기업들 또한 달러 거래 비중이 높아 강달러의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반면 철강업계와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면서 원가 상승 압박을 겪고 있으며, 값싼 중국산 철강 제품과의 경쟁까지 더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항공업계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발생하지만, 항공기 도입과 유류비, 정비비 등 비용 또한 달러로 지불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환율 변동에 따라 세전 순이익이 크게 변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하고 있지만, 제품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바이오 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과 같은 기업들은 수출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달러 강세로 인해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셀트리온 또한 수출 기반 사업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환율은 게임, 미용 제품, 엔터테인먼트 등 K-웨이브 관련 업종에도 수혜를 줄 수 있습니다.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고환율 덕분에 원화 환산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들은 북미 콘서트 티켓 판매와 앨범 매출 등에서 달러로 결제되는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어 강달러 기조가 유지될 경우 이익 증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게임 업계 또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강달러 기조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국내 경제 전반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2400선 아래로 떨어지며 16년 만에 6개월 연속 하락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경제의 성장 부진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상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강달러 기조는 단순히 환율 상승으로 끝나지 않고,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화와 경제 회복을 위한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