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3분기 동안 주요 석유화학 4사(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의 차입금이 급증하며, 재무 건전성 악화와 함께 설비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차입금은 45조 6369억 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 2분기 말에 비해 약 40%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이 주목됩니다. 이러한 차입금 증가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단기 차입금의 비중이 높아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경우 전체 차입금 중 단기 차입금 비중이 31%에 달하며, 이에 따라 당장 상환해야 할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설비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과 사업 체질 개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3년간 평균 3조 원의 설비 투자 금액을 유지해왔으나, 내년에는 이를 1조 7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일 계획입니다. LG화학도 올해 설비 투자 목표를 4조 원에서 2조 원 중반대로 크게 낮춘 바 있으며, 내년 투자 규모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석유화학 업계는 현재 기초화학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사업군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신규 설비와 공정 전환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자금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공급 과잉이 겹치며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어, 근본적인 사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일부 기업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추가 차입금 조달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석유화학 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나, 탄핵 정국과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정 공백으로 인해 정책 발표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논의 중인 지원안에는 기업활력법 기준 완화, 세제 혜택 제공, 공정거래법 독점 규제의 한시적 완화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자율적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지원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부와 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두 달 만에 약 두 배 상승하며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나프타 가격 하락과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 과잉과 중동 국가들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시장의 구조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한편,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미 고강도 재무 개선과 비핵심 자산 매각,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청산과 해외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LG화학은 일부 공장 가동 중단과 매각을 검토 중입니다. 한화솔루션도 비핵심 사업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진하며 수익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업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 안정화 기금, 기업활력법, 관세 정책 등을 통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셜티 생산을 위한 전략 물자 확보와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러나 강달러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단기적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석유화학 업계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적 전환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책 공백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 간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사업 재편과 체질 개선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