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면서 시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FOMC 회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세계 1위 국가의 중앙은행인 만큼 연준의 결정이 시장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연준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2022년에는 시장에서 유동성이 회수되며 하락장을 맞았고, 최근에는 미국의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다.
즉, 투자 실적에 영향을 주는 돈의 흐름을 읽으려면 연준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하는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FED's Balance Sheet
기업의 재무적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를 확인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대차대조표는 좌변에 자산, 우변에 부채(타인자본)와 자본(자기자본)으로 나타낸다.
기업은 자기자본이나 타인자본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자산을 구입하기 때문에 자산 = 부채 + 자본 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마찬가지로 연준의 재무적 정보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연준의 총 자산은 약 7.18조 달러인데 이 중 총 부채가 약 7.14조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연준의 경우 자산 규모는 부채 규모와 거의 같다.
연준의 대차대조표에서 자산과 부채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한다면 시장의 유동성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SOMA, 대출
SOMA(System Open Market Account)는 연준이 FOMC에서 결정한 통화 정책의 목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공개 시장 운영을 할 때 사용하는 증권 포트폴리오가 담긴 전용 계정을 의미한다.
연준이 SOMA 포트폴리오에서 국채를 매입하면 계정의 보유 자산이 증가하고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반대로 SOMA 포트폴리오에서 국채를 매도하면 계정의 보유 자산이 감소하고 시장에서 유동성이 회수된다.
대출(Loans)은 연준이 경제 위기가 있을 때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에게 제공하는 대출을 말한다.
대표적인 대출로는 재할인 창구, PPPLF(Paycheck Protection Program Liquidity Facility),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이 있다.
재할인 창구(Discount Window) |
은행에 긴급하게 자금 수혈하기 위한 창구 |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LF) |
COVID19 팬데믹 위기 당시 운영 |
은행대출제도(BTFP) |
23년 초 SVB 은행 부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 |
역레포(RRP) 잔고, TGA 잔고, 지급준비금
연준의 부채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은 역레포(RRP) 잔고와 재무부의 TGA(Treasury General Account) 잔고, 그리고 지급준비금(Reserve Balances)이 있다.
레포(Repo, RP)란 시중 은행이 연준에 유가증권(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단기로 자금을 빌리는 거래를 말한다.
레포 거래 시 자금은 연준에서 시중 은행으로 이동하여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이때, 시중은행은 자금을 빌린 대가로 RP 금리만큼의 이자를 연준에 지급한다.
역레포(RRP)는 레포의 반대로 시중 은행이 잉여 현금을 연준에 맡기고 담보로 유가 증권(국채)을 받는 거래를 말한다.
역레포 거래 시 자금은 시중 은행에서 연준으로 이동하여 시장에서 유동성이 회수되는 효과가 있다.
이때, 연준은 자금을 빌린 대가로 RRP 금리만큼의 이자를 시중은행에 지급한다.
TGA는 재무부가 재정정책을 시행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연준에 개설한 계좌를 말한다.
국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차입하거나 세금을 징수하면 자금이 확보되어 TGA 잔고가 늘어난다.
반대로 정부의 재정지출로 자금을 사용하면 TGA 잔고가 감소한다.
지급준비금(지준금)은 은행이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하여 연준에 예치하는 일정 비율(지급준비율)에 해당하는 현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준이 10%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요구한다면, 시중은행은 예금으로 받은 1,000 달러에 대해 10%에 해당하는 100 달러를 지준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연준이 이렇게 지준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지급준비금 잔액이 증가하면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 상황에서 대출 등 금융 활동을 할 때 필요한 현금을 보다 쉽게 제공하여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SOMA, 대출, 역레포 잔고, TGA 잔고, 지급준비금의 관계
연준의 자산은 거의 부채와 같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SOMA + 대출 = 역레포 잔고 + TGA 잔고 + 지급준비금 |
이를 변화량(Δ)으로 나타내면 각 지표의 변화에 따라 유동성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다.
ΔSOMA + Δ대출 = Δ역레포 잔고 + ΔTGA 잔고 + Δ지급준비금 |
예를 들어 지급준비금의 변화는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Δ지급준비금 = ΔSOMA + Δ대출 - Δ역레포 잔고 - ΔTGA 잔고 |
자산인 SOMA와 대출이 일정한 상태에서 지급준비금이 증가하면 역레포 잔고 또는 TGA 잔고가 감소한다.
이는 연준이 역레포 거래를 통해 시중은행에서 빌렸던 돈을 상환하거나, 재무부가 재정 지출을 하여 TGA 잔고가 감소함으로써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고 시중은행에 예치되는 금액이 많아지며 지급준비금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SOMA와 대출이 일정한데 지급준비금이 감소하면 역레포 잔고 또는 TGA 잔고는 증가한다.
이는 금융기관이 자신의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면서 지급준비금이 감소하고, 인출한 자금으로 역레포 거래를 통해 연준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국채를 매입하여 TGA 잔고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상관성
지급준비금과 S&P500 지수를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상관성을 보인다.
지급준비금이 증가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주가가 상승하고 지급준비금이 감소하면서 유동성이 회수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연준의 대차대조표에서 지급준비금의 변화를 통해 전반적인 유동성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또한 자산 항목인 SOMA와 대출, 나머지 부채 항목인 역레포 잔고와 TGA 잔고를 통해 정책적으로 지급준비금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5가지 핵심 유동성 지표를 활용하면 현재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지, 아니면 줄어들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에서 자산 항목인 SOMA와 대출, 부채 항목인 역레포 잔고와 TGA 잔고 그리고 지급준비금이 어떤 의미를 갖고 유동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았다.
또한 지급준비금과 S&P500 지수의 높은 상관성을 통해 연준의 대차대조표 항목들이 실제로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유동성 지표들을 투자에 활용하면 거대한 돈의 흐름이 내가 투자하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