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을 비롯한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진출이 필수적입니다. 세계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은 FDA 인허가 제도와 복잡한 의료전달체계로 진입장벽이 높지만, 성공적으로 진출할 경우 강력한 제도적 보호를 누릴 수 있습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판영업을 통해 현지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미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720억 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미국은 제품 사용에 대한 비용 지불 의지가 크고 혁신 제품에 대해 가장 열려있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서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하며, 특히 경쟁이 치열한 만큼 직접 영업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루닛은 이를 위해 유방암 진단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볼파라를 인수하고 직접 영업 영역을 확대해 왔습니다. 이 같은 전략은 루닛의 영업팀이 현장에서 시장 특성을 철저히 파악한 후,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낳고 있습니다. 루닛은 미국에서 SaaS 모델을 적용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AI 솔루션 사용료를 병원이 아닌 환자가 직접 지불하는 새로운 모델을 통해 수익성 확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병원 대부분이 PE(Private Equity)에 의해 운영되는 구조적 특징을 활용하여 병원들이 환자에게 직접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분석 의뢰 건수는 5000건을 돌파하며 전년도 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향후 B2G 사업을 통해 각국의 암 검진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 대표는 호주, 스웨덴, 사우디, 카타르, 싱가포르 등에서 국가 주도 암 검진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B2G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루닛은 암 진단 외에도 자율형 AI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신 MRI AI 솔루션을 통해 모든 암을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루닛의 AI 기술은 2016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글로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다양한 AI 대회에서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또한, 루닛은 생성형 AI를 통해 흉부 X레이 영상을 판독하고 결과를 텍스트로 제공하는 솔루션을 연내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러한 생성형 AI 솔루션은 의료 인력 부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의 의료 AI 기술력은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으며, 특히 영상진단, 신약개발, 바이오마커 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 영상 분석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 증가율은 연평균 94%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 AI 연구개발 실적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일본과 유럽을 앞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AI 바이오마커 기술은 면역 항암제 반응 예측 등에 사용되며, 루닛은 이 분야의 글로벌 톱4 기업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로슈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향후 빅파마와의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동시에 한국은 AI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AI 신약개발 기술 수준에서도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처럼 신약개발에 필요한 구조 예측 기술을 보완하는 형태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각각 독자적인 진입장벽을 가진 헬스케어 산업의 양대 축입니다. 신약 개발은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지만 높은 실패 위험을 동반하며, 의료기기는 개발 기간이 짧아 빠른 매출 실현이 가능하지만 기술 혁신 속도가 빠릅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규제 또한 신약 수준으로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5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며 성공 확률은 0.01%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이 얀센과 협업하여 레이저티닙의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와 달리 의료기기는 상대적으로 규제 장벽이 낮지만, 수출 과정에서 국가별 인증 차이가 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루닛의 사례처럼 디지털 의료기기 분야는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임플란트와 필러 분야는 수출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