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은 최근 상암 사옥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가구 업계 1위를 오랫동안 지켜온 한샘이 처음으로 그 자리를 현대리바트에 내준 상황에서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한샘은 오는 24일 그래비티자산운용으로부터 서울 마포구 성암로에 위치한 상암 사옥 매각 대금을 수령할 예정이며, 이번 매각으로 32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번 사옥 매각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확정된 사안으로, 한샘은 이 매각을 통해 기업 가치 제고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한샘은 사옥을 매각한 후에도 해당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상암 사옥은 한샘이 2017년에 1485억 원에 매입했으며, 7년 만에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한편, 가구업체와 부동산의 관계는 매우 밀접합니다. 가구업체의 매출은 주택 매매 거래량과 부동산 경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면 신규 입주자와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해 가구 판매가 늘어나는 반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가구 구매와 인테리어 수요가 급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샘의 최근 실적 부진도 이러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리모델링 수요도 함께 감소해 B2C 중심의 한샘이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입니다.


이번 사옥 매각을 주도한 것은 한샘의 대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입니다. IMM PE는 2021년 롯데쇼핑과 함께 1조5000억 원에 한샘 지분 21.1%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당시 한샘은 코로나 특수로 매출 2조2300억 원을 기록했으나, 팬데믹 종료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받아 2022년 매출이 2조 원으로 줄었고, 사상 처음으로 2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에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은 다시 1조9000억 원대로 줄어들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기준으로 현대리바트에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현대리바트가 이처럼 가파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B2B 사업 부문의 성공이 있습니다. 현대리바트는 주택 매매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빌트인 가구와 오피스 가구 수주를 확대해 매출을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B2B 가구 부문 매출이 55.3% 성장하며 빌트인 가구 매출이 86.1% 급증하는 등 이 부문이 매출 확대의 주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현대리바트는 자사몰 '리바트몰'의 콘텐츠를 강화해 온라인 판매 채널의 효율성을 높였고, 이를 통해 최근 유통업계에서 발생한 '티메프 사태'로 인한 손실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차별화된 전략은 현대리바트가 한샘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핵심 요인입니다.


한편 한샘은 이번 매각 대금으로 본격적인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샘은 매각과 동시에 건물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그래비티자산운용에 2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가구 시장의 판도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가 한국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중저가 가구 브랜드 니토리가 한국 시장에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각의 전략을 강화하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한샘은 '한샘다움'이라는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정립하며 내부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외부 확장을 위한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샘은 상암 사옥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을 구상 중이며, 향후 리모델링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실적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