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인의 야심찬 시작과 현재 위기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가 결합된 월드코인(Worldcoin)은 인류 모두를 위한 '디지털 신분증'과 기본소득을 목표로 출발한 혁신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알렉스 블라니아가 있습니다. 이들은 AI 시대에 인류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으로 월드코인을 제시했습니다.


월드코인의 핵심 기술과 목표


월드코인의 주된 목표는 AI가 주도하는 시대에 인류의 존재를 증명하고, 모든 사람들이 기본소득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월드코인을 사용하려면, ‘오브’(Orb)라는 기기를 통해 홍채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 홍채 인증은 사람마다 고유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 신원 확인 오류 확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올트먼 CEO는 AI와 사람이 수행한 작업을 구별하기 어려운 미래를 대비하여, 이와 같은 생체 인증 기술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증이 완료되면, 사용자는 월드 ID를 발급받아 월드코인 네트워크에서 신분증 역할을 합니다. 월드코인 플랫폼에서 월드 ID를 활용하면, 매달 일정량의 월드코인을 기본소득처럼 지급받게 됩니다. 이러한 월드코인의 시스템은 단순한 암호화폐 이상의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신분증 역할을 하면서, AI 시대에 모든 인류가 공평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월드코인의 초기 성공과 인기


월드코인은 출시 초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암호화폐를 무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홍채 인증을 통해 월드코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특히 경제가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많은 수요가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 물가상승률이 2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기 위해 하루에 약 9500명씩 월드코인에 가입했습니다.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월드코인의 가격은 한때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오픈AI의 뉴스나 생성형 AI ‘소라’와 같은 기술적 발표들이 나올 때마다 월드코인의 가격은 크게 상승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2월 월드코인은 한 달 만에 5배 가까이 가격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위기의 원인: 규제와 신뢰 문제


하지만 월드코인은 최근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각국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입니다. 월드코인이 수집하는 홍채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냐는 2023년부터 자국 내에서 홍채 데이터 수집을 금지했습니다. 또한, 한국과 홍콩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월드코인의 홍채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해 조사 및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월드코인은 특히 정부 감시가 약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홍채 데이터를 기만적으로 수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2021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케냐에서 현금이나 경품을 미끼로 홍채 데이터와 개인정보를 수집했으며, 약관을 영어로만 제공하여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제공 없이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문제도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월드코인이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국민으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정부의 역할을 넘어서는 세계 신분증을 만든다는 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분증 시스템이 과연 전 세계 정부와 시민들을 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졌습니다.


월드코인의 미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이러한 규제와 신뢰 문제로 인해 월드코인의 가격은 최고가 대비 86% 이상 하락했으며, 신규 가입자 수도 급감했습니다. 월드코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샘 올트먼이 월드코인과 별도로 진행했던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월드코인의 당위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트먼은 2019년부터 3년간 1000여 명에게 매달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그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빚을 더 많이 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 암호화폐 업체 대표는 “월드코인은 많은 투자를 유치했고 이미 시가총액이 커서 당장 상장폐지되지는 않겠지만, 각국의 규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올트먼 CEO에 대한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월드코인의 지속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월드코인은 AI와 암호화폐를 결합하여 인류 모두를 위한 디지털 신분증과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규제와 신뢰 문제로 인해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월드코인의 미래는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방식의 경제 모델을 제시했지만, 월드코인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