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딘가에 돈을 맡길 때는 그 대상이 믿을만한지, 그 곳에 맡기는 것이 최선인지를 따져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를 할 때는 그 기업이 믿을만한지, 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대상에 투자하거나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것보다 나은지, 기대값이 플러스인지를 따져본 후에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주식투자를 하는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러한 과정, 기대값이 플러스인지 따져보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평생 단 한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수십년이라는 긴 기간을 두고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될텐데 주가가 오를 확률이 떨어질 확률보다 더 높은지, 또는 주가가 오른다면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 떨어진다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를 따져서 도출된 값이 양일 때 투자를 해야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계산한대로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투자가 참 쉬울 것이다. 아니, 오히려 모두가 같은 방법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투자로 초과수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기업과 경영진에 대해 잘 알고, 기업이 가진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도출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실적을 정교하게 추정한다 할지라도 복잡계인 이 세상에서는 항상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심지어 모든 투자 아이디어가 옳았다 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주가' 라는 요소는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이 기업을 잘못 분석했음에도 그 당시에는 그게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이너스 기대값' 을 가진 투자처를 '플러스 기대값' 을 가진 투자처로 오인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한 '기대값이 플러스' 인 상황에 투자했다 하더라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6년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 짧은 시간 속에서도 그런 경우들을 참 많이 보고, 겪게 되는 것 같다. 보유종목에서도,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목들에서도...
나는 일반적으로 3년에 100%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되면 투자를 하는 편이다. 성장주인가, 가치주인가, 라지캡인가, 스몰캡인가를 따지지는 않는다.
잠시 성장궤도를 이탈해 가격이 저렴해진 주식이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투자하기도 하고, 드라마틱한 성장이 나오진 않지만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실적이 늘어나면서도 준수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초소형주이지만 그럼에도 성장이 나타나고 있어 나중에 시장에 알려지게 되었을 때 큰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되는 기업에도 투자한다.
문제는 어떤 아이디어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맞았는데 어느 순간 틀리게 될 수도 있고, 설령 그 아이디어가 틀리지 않았더라도 매크로의 상황에 따라,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또는 시계열의 차이에 따라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정말 엄청난 확신이 드는 기업이라도 너무 큰 비중을 실어서는 안된다. 그 확신이 정말 달콤한 열매로 돌아올지, 내 집을 태워버릴 거대한 불길로 돌아올지는 정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슈피겐코리아라는 종목을 완전히 정리했다. 보호필름과 차량용 악세사리 매출을 늘리며 스마트폰 케이스 의존도를 서서히 낮추고, 이러한 방식으로 가파르진 않지만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싸게 사기도 했고, 한 때 정말 큰 확신을 가졌던 기업이었기 때문에 당시 동아리원들에게 '슈피겐코리아에 투자했다가 1년 뒤 이 시점에 손실이면 손실액 다 메꿔주겠다' 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케이스 매출은 크게 꺾이기 시작했고 다른 아이템들의 성장이 기존의 것을 상쇄시키지 못했다.
경영진의 태도 역시 불량했다. 과거 주주환원을 늘리겠다고 했으면서도 갈수록 주주환원액을 줄였고, 건물을 매입해 주주환원 재원을 아예 없애버리기에 이르렀다.
<슈피겐코리아 일봉일지차트>
손실을 입었지만 가능한 한 싸게 샀고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높은 비중을 싣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한 손실로 끝낼 수 있었다.
슈피겐코리아에 대한 투자를 실패로 마무리 지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지켜는 보고자 한다. 한 때 큰 확신을 가졌던 기업 중 하나로서... 기업은 옳은 길을 가고 있었음에도 단지 내 시계열이 짧아 오판했던 것인지, 정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기업이었는지를...
그래도 바라기는 부디 신사업의 성과도 잘 나오고 기존 제품들의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잘 모색해서 오랜시간 회사를 믿고 기다렸던 주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내가 판 그곳이 부디 저점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