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강남에 오픈한 베이비 디올 매장>
한국의 출산율 감소와 함께 나타난 새로운 소비 패턴 중 하나가 '텐포켓(Ten Pocket)' 현상입니다. 텐포켓은 '아이 한 명이 열 개의 주머니를 가진다'는 의미로, 한 아이를 중심으로 부모, 친척, 부모의 친구들까지 열 개의 지갑이 열리게 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들어서면서 출생아 수가 급감한 반면, 자녀를 소수로 낳아 귀하게 키우는 기조가 자리잡으면서 프리미엄 유아용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러한 초저출산율 시대에 접어들면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 어린이집 등의 규모가 줄어들고 폐업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텐포켓 현상으로 인해 명품 유아용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적은 수의 자녀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명품옷과 유모차 등 프리미엄 유아용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키즈 관련 시장 규모는 2002년 8조 원에서 2020년 50조 원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5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중에서도 유아 명품 관련 시장은 매년 20~30%가량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의 2023년 1~4월 아동 명품 매출은 28.5% 성장했으며, 신세계백화점의 수입 아동 제품군 매출은 25.7% 증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시밀러룩, 패밀리룩 등의 트렌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를 자녀에게 선물하며 가족이 비슷한 패션을 연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명품 유통 전문 플랫폼 구하다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키즈 상위 인기 브랜드는 성인 인기 브랜드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자신의 패션 취향을 반영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허경옥 성신여대 교수는 저출생 시대에 자녀에게 많은 투자를 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유아 명품 관련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녀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과도한 투자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키즈카페도 텐포켓 현상의 수혜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주말이 되면 많은 부모와 조부모, 친척들이 아이와 함께 키즈카페를 찾습니다. 키즈카페는 다양한 놀이기구와 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시설로,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기업형 키즈카페는 가족 단위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국내 키즈카페는 1994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문을 연 플레이타임이 시초로,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키즈카페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으며, 2013년 61개였던 기타 유원시설업은 2022년 2,280개로 37배 늘어났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와 같은 종합 유원시설업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키즈카페의 급성장은 저출산 시대에 부모와 친척들이 자녀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는 텐포켓 현상과 맞물려 있습니다. 대형 키즈카페는 다양한 놀이기구와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중소형 키즈카페는 시간당 8,000~9,000원, 대형 키즈카페는 두 시간에 2~3만 원으로, 4인 가족이 이용할 경우 10만 원이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공형 놀이 시설을 만들어 주민에게 제공하는 추세입니다. 이들 공공형 키즈카페는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 '가성비 키즈카페'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만, 민간 키즈카페와 비교해 시설 수준이 다소 뒤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키즈카페 산업의 안전 사고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소형 키즈카페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중복 규제로, 키즈카페 내 기구는 유형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문체부로부터 각각 안전 감독·점검을 받습니다. 이에 따라 신고·허가 신청을 하지 못해 관리 대상에서 빠지는 키즈카페도 생기는 실정입니다.
저출산 시대에도 불구하고 명품 아동복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의 수입·명품 아동복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명품 유아복 브랜드 매출은 10% 증가했으며, 프리미엄 유모차와 욕조 등 유아용품은 25% 상승했습니다.
명품 아동복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골드키즈, 텐포켓 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친척들이 귀하게 키우는 자녀에게 아낌없이 소비를 하면서, 프리미엄 유아용품과 명품 아동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업계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명품 아동 브랜드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베이비 디올, 펜디 키즈 등 럭셔리 브랜드를 입점시켰습니다.
키즈 명품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국내 키즈 시장은 2012년 27조 원에서 2021년 52조 원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까지 5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프리미엄 유아동용품 분야는 더욱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 업계는 해당 카테고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론적으로, 저출산 시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키즈 관련 시장, 특히 프리미엄 유아용품 시장은 텐포켓 현상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친척들이 자녀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키즈카페와 명품 아동복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즈카페와 명품 유아용품 브랜드는 앞으로도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