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1월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이후,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사의 주식을 공개 시장에서 사들이는 행위를 의미하며, 주로 주주 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 그리고 기업의 재무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올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들의 절반가량은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결과를 보여, 자사주 매입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이익(EPS)이 상승하게 되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해 주가 상승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투자 심리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 기아, 고려아연 등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상승에 성공한 사례로 꼽힙니다.
최근 사례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정용준 부사장과 SK하이닉스의 박진규 담당은 최근 각각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이들은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이를 저평가로 보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자사주 매입은 배당보다 유연한 주주 환원 정책으로 활용됩니다. 배당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재무 상태나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해 재무적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경기 침체나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환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00만 주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는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이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자사주 매입이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한 후 이를 소각하면 자본이 감소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승하며,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발표하며,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또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면 외부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대비해 경영진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경영권 유지를 원하는 경영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올해 2분기 말 자사주 5000억 원어치의 매입을 완료했으며, 이는 구광모 회장이 약속한 대로 하반기에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 중 60.7%가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실적 악화 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자사주 매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장비업체 HPSP는 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개선 등의 이유로 기업들이 선택하는 중요한 재무 전략이지만, 실적과 시장 상황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여러 측면을 고려해 이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