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최근 실적 악화와 경비 절감 압박 속에서 연례 기술 행사인 '인텔 이노베이션'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인텔이 현재 직면한 여러 문제를 반영한 조치로, 기업 내부와 업계 전반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텔 이노베이션'은 과거 '인텔 개발자 포럼'(IDF)을 계승한 인텔의 가장 중요한 기술 행사 중 하나로,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2021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인텔이 신기술을 공개하고, 업계의 주요 인사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자리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행사에서는 1.8나노급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올해 예정되었던 행사는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인텔은 신중한 검토 끝에 2025년까지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인텔은 이번 행사 연기의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결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인텔의 2분기 실적은 월가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으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128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6억 1000만 달러의 적자를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인텔의 주가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인텔 주가는 하루 만에 26% 폭락하며 5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실적 악화에 따른 대응으로, 인텔은 10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했습니다. 이 구조조정 계획에는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약 1만 5000명을 감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2024 회계연도 4분기부터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고, 연간 자본 지출을 20% 이상 줄이는 등의 조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텔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텔의 어려움은 단지 실적 부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텔은 한때 생성형 인공지능(AI) 선두주자인 오픈AI의 지분을 매수할 기회를 가졌지만, 당시 경영진은 AI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로 인해 인텔은 오픈AI의 지분 매수를 포기했으며, 이는 인텔의 주요 전략적 실수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현재 오픈AI의 가치는 약 860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인텔이 이 기회를 놓친 것은 AI 분야에서의 입지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인텔은 AI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코어 울트라 PC 칩을 출시하며 반격을 시도했으나,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AI 학습에 있어 엔비디아의 칩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텔의 칩에 대한 수요는 더욱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텔은 AI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으며,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텔의 이러한 어려움은 미국 반도체 업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텔은 한때 CPU(중앙처리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했으나, 모바일과 AI 시대의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AI 시장에서 인텔의 경쟁력 약화는 엔비디아와 같은 경쟁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텔의 경쟁사인 AMD는 2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19% 증가하며 인텔과 대조적인 성과를 보였습니다. AMD는 고성능 CPU와 GPU(그래픽 처리 장치) 시장에서 인텔을 압박하고 있으며, 특히 데이터센터 및 AI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인텔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인텔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인텔은 앞으로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할 계획이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로 인텔의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합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텔의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인텔의 장기적인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인텔은 직원 복지에도 대폭적인 감축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미 식사와 간식 등의 복지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기로 결정했으며, 일부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제공되던 전용기 혜택과 피트니스 코칭 프로그램도 중단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인텔 내부의 사기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경쟁사로의 인재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텔이 현재 직면한 상황은 단순한 실적 부진 이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AI 및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주요 전략적 실수,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은 인텔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인텔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