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권의 중심이 영국으로 이동해 있던 18세기 하반기, 영국에서는 경제사에서 중요한 두 가지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산업혁명과 경제학의 태동이 그것이었다.
특히 1776년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처음으로 생산된 해이며,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처음으로 발간된 해이기도 하다.
실제 <국부론>을 저작할 때 아담 스미스는 당시 막 태동하던 산업혁명의 현상을 목격하지 못했다. 때문에 분업(수공업)과 무역을 생산요소가치, 즉 비용을 낮추어 '보이지 않는 손'을 잘 작동시키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보았지만 만약 자동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을 목격했다면 이것이 경제발전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예견하였을 것이다. 아담 스미스 이후에도 상대우위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 인구론으로 널리 알려진 맬서스 등 유독 영국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배출된 것도 동인도회사 등을 통한 활발한 무역과 산업혁명을 통한 영국 경제의 급상승에 이유가 있다.
1838년 발표된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는 산업화와 불평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당시 영국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8년간 이어진 미국의 독립전쟁은 프랑스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1783년 승리하며 끝난다.
하지만 독립전쟁은 미국을 지원했던 루이 16세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오며 프랑스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다. 독립전쟁을 지원한 프랑스의 국가 재정은 파탄이 난 상태였다.
또한 독립전쟁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돌아온 프랑스인들에게 미국의 자유 분위기는 꽤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루이 16세는 할아버지 태양왕 루이 14세로부터 물려받은 화려한 빚을 갚아가지는 커녕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세금 부과 대상을 넓히려 했다. 이에 면세 특권을 누리던 기득권세력인 귀족, 성직자들과 정치적 권리는 갖지 못하면서도 무거운 세금을 내고 있던 신흥 세력 부르주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은 1870년에 일어나 1871년에 끝난 프로이센과 프랑스와의 전쟁이다. '철의 재상'비스마르크의 강한 리더십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은 곧이어 독일을 통일하며 강력한 독일제국을 탄생시켰다. 반면 패배한 나폴레옹 3세가 권좌에서 물러난 프랑스는 제국에서 다시 공화정으로 바뀌며 마침내 오랜 왕과 황제의 시대에 막을 내린다. 일반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은 어쩌면 1차 및 2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이후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전쟁의 원인은 독일의 통일을 위해 프랑스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스마르크의 결단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제사관에서 보자면 독일이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하며 현재 프랑스의 영토인 알자스,로렌 지역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에 기인한다. 원래 넓은 포도밭과 평야로도 인기가 높았지만, 1850년 무렵부터 독일에서도 산업혁명이 시작되자 이 지역의 철광석이 주변 탄광지역과 연계했을 때 효과가 엄청날 수 있기 때문에 독일로서는 절실하였을 것이다.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의 결과로 이 지역은 약 40년간 독일령이 되어 독일의 산업혁명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한편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은 미국을 부강하게 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현존하는 미국의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창립자 J.P 모건이 전쟁에서 패전한 프랑스 국채를 세상 사람 모두가 내다 팔 때 이들을 헐값에 매입하여 막대한 이익을 남긴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프랑스인들의 자존심, 엄청난 식량 생산 능력, 그리고 부르주아 세력의 확산 등을 고려하여 프랑스가 채무불이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이 투자로 막대한 이익을 보며 큰 자금력과 영향력을 가지게 된 JP모건체이스 은행은 미국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이를 구제해주는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시작된 시점은 JP모건이 사망한 해의 12월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마르크스의 자본론,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아마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경제학 베스트셀러들이기도 하다.
이 세 경제학자의 저서에 담긴 핵심적인 경제이론들을 이해하게 된다면 경제학의 90%는 이미 소화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이 세 저서를 이해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흔히 경제학을 '선택의 기술을 가르치는 학문'으로 표현한다. 사람이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의사결정의 기로에서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길을 제시하는 방법론이란 뜻일 것이다. 미래의 부를 보다 많이 확대시키는 선택의 방법을 제시하는 투자론도, 국가나 어느 지역의 보다 나은 부를 위한 선택의 기술인 재정학도 경제학에 포함된다.
헌데 이 모든 선택을 하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등의 모든 경제학적 행위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가치'일 것이다. 때문에 나는 경제학을 '가치를 다루는 학문'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 원이 넘는다는 콩국수의 실제 가격은 '교환가치'를,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의 맛은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얻는 효용, 즉 '사용가치'를, 콩국수를 실제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생산요소가치'라 할 수 있다.
가격이나 비용은 장소나 시점 등 여러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로 표현되므로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지만 효용은 같은 상황과 시점이라도 소비하는 자의 주관적인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명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가격이나 비용이 정량적(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인 가치라면 효용은 분명 정성적인 가치다.
일반적인 효용을 이야기할 때는 상황마다 달라지는 효용의 평균적이고 대략적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전부터 경제학에는 이런 모호한 효용의 개념을 최대한 계량화 하기 위해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비용, 즉 생산요소가치에는 일반적으로 3대 생산요소, 즉 토지,자본,노동에 쓰인 비용이 합산된다.
세상의 모든 재화와 용역, 즉 세상의 모든 상품들은 '효용, 가격,비용'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이해하자. 이 세 가지 가치는 이 책에서 앞으로 많은 경제 현상과 이론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 될 것이다.
어떤 하나의 상품을 소비하면서 소비하는 개수가 증가할 때마다 추가로 얻게된느 효용을 한계효용이라한다.
배가 고플 때 빵을 처음 1개 사서 먹을 때의 효용과 추가로 1개 더 사서 먹을 때의 효용은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빵 2개째의 효용은 첫 번째 빵을 먹을 때보다 감소한다. 1개씩 빵을 추가할 때마다 지금가지 먹은 모든 빵에 대한 총 효용은 증가하지만 한계효용이 점점 떨어지는 현상을 경제학 용어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이라고 부른다.
빵을 계속 먹다가 어느 순간 빵을 추가하여도 효용은 커녕 불쾌감이 증가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때는 '한계효용 마이너스'의 상황이며 총 효용도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경제학에서는 '1단위 변수를 추가할 때마다 변하는 결과치'를 '한계XX'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예컨대 노동자 1인을 추가할 때마다 증가하는 생산량의 변화분을 '노동의 한계생산량'이라 표현하고 소득이 증가할 때마다 증가하는 소비량의 변화분을 '한계소비량'이라 부르는 식이다.
<국부론>은 그 내용이 과히 이전의 철학 책들과 달라 이들과 구분 짓기 위해 역사상 처음으로 경제학이라는 용어로 불리었다. 아담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로 부르는 이유이다.
국부론이 이전의 철학 책들과 구분된느 가장 큰 다른 점은 인간을 마냥 도덕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이기적이고 합리적이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도덕적이지 않은 행동도 하는 존재로 보았다는 것이다.
국부는 화폐(금,은)의 축적이 아닌 상품의 생산과 교환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중상주의의 보호무역은 옳지 않으며 자유무역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부는 이렇게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일부러 개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가끔씩 가격과 효용의 차이가 너무 가까울 때 소비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독점이나 담합을 통한 인위적인 가격 상승을 정부는 감시하고 막아내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
과학과 기술 혁신 -> 상품의 생산비용 하락 -> 비용과 효용의 차이 확대 -> 생산&소비량 증가 -> 경제발전
과학과 기술 혁신 -> 새로운 상품의 탄생 -> 새로운 효용의 탄생 -> 생산&소비량 증가 -> 경제발전
이런 논리를 통하여 우리는 자신의 일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고 부정했던 경제학자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본주의의 탁월한 성과를 인정한 경제학자다.
그는 자본주의의 몰락은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반발과 혁명을 통해 완성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노동운동, 계획경제, 사회민주주의 등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여러 모습들은 이미 어느 정도 수정된 모습으로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인정되며 존재하고 있다.
가만히 두어도 돌아간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떤 이유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확신에 찬 마르크스의 생각을 읽는 것은, 자본주의의 보다 나은 미래의 해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생산물의 양은 점점 커진다. 과학과 기술 혁신의 발전으로 생산비용이 계속 하락하기 때문이다. 고전경제학파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생산된 모든 상품들은 가격이 효용보다 낮게 형성된다면 소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생산된 것은 결국 모두 소비된다는 장바티스트 세의 '세의 법칙'은 고전경제학파의 중요한 기본 논리이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지적한 문제는 그렇게나 많이 생산된 상품의 수요자 대부분이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생산물은 계속 많아지는데 이를 모두 소비시키려면 바로 소비의 주체인 노동자들의 소득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생리상 이윤을 배분하는 주체인 자본가는 노동자들에게 그만큼 돈을 나눠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주도 상품 가격의 상당 부문을 지대(임대료)로 보상받고자 요구할 것이므로 결국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증가하는 상품의 양에 비해 점점 줄어들 것이라 보았다. 아무리 가격보다 효용이 높아도 소비자가 그 가격을 지불할 돈이 없다면 소비활동이 멈춰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논리가 가능하다.
자본주의가 가장 융성할 때 자본주의의 붕괴가 발생한다는 그의 예견은 이 논리와 통한다.
한편, 생산되어도 소비가 되지 않는 상품은 자본가들의 손해로 연결된다. 이들의 손해는 결국 생산활동의 침체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노동자의 소득 저하로 이어져 소비를 감소시킨다.
결국 효용,가격,비용의 가치 매커니즘으로 움직이던 보이지 않는 손 엔진이 멈추면서 경제는 피페해지고, 소득이 사라져 소비를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혁명을 일으켜 자본주의를 붕괴시킨다는 것이 수천 쪽에 달하는 자본론의 요지라 할 수 있다.
유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다. 바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공황이다.
경제활동의 3대 주체로 가계,기업,정부를 꼽는다. 하지만 정부 개입 없이도 국가경제는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서 기업의 생산활동과 가계의 소비활동 두 가지만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현 세대에서는 국가경제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역할이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시중 물가를 일정 목표 범위 내에서 움직이게 하고 국내 경제를 적정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위해 시중에 유통되는 자금(통화량)의 양을 조절하는 엄청난 권한을 부여받아 실행하고 있다.
이들은 기준금리 수준 결정, 시중 은행의 지금준비율 결정, 통안채 발행량 조정 등의 방법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는데 이 중 기준금리 수준을 조절하는 방식이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통용된다.
기준금리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시장금리가 아니라 유일하게 인위적으로 결정하는 정책금리다. 주로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에 단기 자금을 빌려줄 때의 금리를 뜻하는데, 예컨대 한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과 거래하는 단기 금리의 일종인 7일물 RP금리이다. 기준금리는 낮추면 시중 은행들도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가계나 기업에 대출해줄 수 있게 되므로 시중 통화량은 증가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반대의 상황이 일어나 시중 통화량은 흡수된다.
지급준비율이란 은행이 수신하고 있는 예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비율이다.따라서 지급준비율을 높일수록 시중의 통화량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을 통안채 또는 통화증권이라 한다. 통안채의 발행량(발행 잔고)을 증가시키면 시중의 자금이 채권 매입 자금으로 흡수되어 통화량이 감소하고 발행량을 감소시키면 통화량이 증가한다.
국가의 세입은 크게 소비세, 소득세, 보유세로 나누어진다. 국부의 분배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보 성향의 정부일수록 보유세 소득세 소비세의 순으로 세금을 높이려는 경향이 높다. 반면 보수 성향의 정부의 경우 반대의 세입정책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어디서 어떻게 세금을 거둬들이느냐의 문제는 오래전 중국의 제자백가 시대부터 다뤄진 매우 중요한 경제정책의 핵심이었다. 주택세를 많이 물리면 사람들이 큰 집을 짓지 않고 농사세를 많이 물리면 농산물의 생산이 감소한다는 관중의 말처럼 세입정책은 국민들의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준다.
과거 20여 년간 국내에서 펼쳐진 세입정책은 우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필자는 1999년부터 시행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정책을 가장 성공적인 세입정책으로 꼽는다. 실질적으로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의 소득과 소비량을 동시에 높여준 이 정책은 IMF 사태 이후 경제 침체기에 부족한 유료수요를 메워주는 경기 부양 효과를 낳았다. 이뿐 아니라 신용 거래 활성화를 통한 투명한 세무 처리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데도 큰 몫을 하였다.
이후 2004~2006년에 있었던 전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시절, 정부가 펼쳤던 강력한 부동산세 관련 정책들은 부동산으로 흐르던 물길을 그나마 축소시켜 이후 전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했을 때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유독 건실할 수 있었던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평가된다.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세입정책 중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된 것도 있다.
주식을 장기 투자하는 경우 배당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세제 혜택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이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락된 것이다. 반면 부동산 관련 세금을 전폭적으로 인하해주자 배당을 목적으로 주식을 장기투자하던 건전한 양질의 자금들이 대거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가 부동산시장 또는 해외 금융시장으로 이동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