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가 피살됨에 따라 중동 정세 불안이 확산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우리나라 물가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8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11.0원으로 직전 주 대비 2.9원 하락했습니다. 이는 7월 마지막 주에 6주 만에 주유소 기름값이 하락한 이후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인 것입니다. 국제 유가도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여 브렌트유는 8월 1일 기준 배럴당 79.52달러로 지난달 1일 86.60달러에서 떨어졌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3.38달러에서 76.31달러로, 두바이유는 86.50달러에서 78.63달러로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은 중국 경기 부진과 미국 고용 지표 악화에 따른 경기 후퇴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하마스 지도자 피살 이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 하락 폭은 제한되었습니다. 실제로 중동 불안 요인은 미국 대선 결과와 함께 유가 변수의 상방 리스크로 꼽힙니다. 중동 불안이 절정으로 치닫을 경우 올 하반기에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아스마엘 하니야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되면서 이란이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동 정세 불안이 석유가스 수급 이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석유·가스의 국내 도입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도 정상 운항 중입니다. 또한, 약 7개월 분량의 비축유와 법정 비축의무량을 웃도는 가스 재고분을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석유 물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으며, 석유류는 8.4% 올라 2022년 10월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휘발유가 7.9% 올랐고 경유도 10.5% 상승했습니다. 이는 유류세 인하 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국제 유가 상승과 기저효과 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 본토 시설이 공격을 받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 공급망에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텔은 이스라엘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두고 있어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인텔의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 갓에 위치한 팹28에서는 첨단 CPU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웨이퍼 제조 공장도 확장 건설 중입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로 인해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또한, 엔비디아도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투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스라엘에 연구개발(R&D) 및 투자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텔아비브 지역에 판매법인과 R&D센터를 운영 중이며, LG전자도 텔아비브에 판매지점을 운영 중입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동 충돌에 따른 다양한 변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이번 공격에서 미군을 동시에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공격 기간이 며칠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26% 급등한 배럴당 77.9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입니다.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하니야가 이란 테헤란에서 피살되면서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입니다. 이란과 하마스는 하니야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강력한 보복을 시사했습니다.


중동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당분간 유가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지속될지 여부는 중동의 군사적 갈등이 실제 산유량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더 크게 감소한 점도 유가에 상승 압력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와 OPEC+의 감산 조치 일부 해제 가능성은 유가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