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부터 시장이 흘러내리다가 어제 코스피는 -3%, 코스닥 -4% 급락이 나왔다. 관심종목에 담아둔 게 57개인데 그 중 LG생활건강만 빨간색, 초소형주 하나 보합을 제외하고 전부 파랗다. 평균적으로 3~4%씩 하락했는데 반도체 쪽은 기본 7%다. 하이닉스가 -10%니 말 안해도...
반도체 조정을 바래왔지만 막상 이렇게 심하게 빠져버리니 '내 생각이 틀렸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은 도구일 뿐인데 시장이 제시하는 가격에 내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것을 보니 아직은 좀 더 수련이 필요한 것 같다.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 모두 체감상으론 꽤나 빠진 것 같고 일봉상으론 심각해보이지만,
<코스피, 코스닥 일봉차트>
주봉으로만 봐도 이 정도 하락은 몇 달에 한 번씩 찾아올 정도로 흔하다. 월봉으로 보면 더 하찮고...
<코스피, 코스닥 주봉차트>
현재 코스피는 고점 대비 -7.6%, 코스닥은 -18.5% 이다. 시장 하락은 아직까진 별 거 없는 수준인데 곡소리들이 들리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섹터 비중이 높거나 전력 인프라 비중이 높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사실 이런 종목들을 쌀 때부터 사서 비싸질 때까지 들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이 와도 그리 힘들어하지 않는다. 이미 많이 먹었거나 이 정도 하락은 이겨낼 멘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시끌시끌한 사람들은 뒤늦게 따라붙어서 먹은 게 별로 없는데 급락을 맞아버리니 손실이 커진 케이스이지 않나 싶다.
나 역시도 중소형 소외주들 위주로 포트가 구성되어 있고, 최근 바닥권에 있던 반도체 기판주들을 매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하락에서 마냥 자유로울 순 없었다. 소외받던 놈들은 계속 소외되고, 바닥인 줄 알았던 기판은 지하실이 있었다. 다행인 점은 소외받던 종목들이라 이런 상황에도 낙폭이 크지 않았고(애초에 들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던지는 사람도 없음...), 반도체는 싼 가격에 신규매수를 하다보니 타격감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끌 베팅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지만, 지금이 그럴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위에 지수차트 다시 보고 오세요...). 영끌은 공포 단계에서 해야하는 것인데 지금은 그냥 차익실현 단계 정도... 이번 상승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학습 효과가 조금 생겨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뿐, 시장은 풀베팅을 들어가야 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았고... 실제로 그래야 하는 상황(ex. 20년 3월, 22년 말)에는 그럴 생각도 안 드는 것이 현실이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로서 가격이 떨어질 때 물량을 늘리는 관점은 정말 좋다고 생각하지만 영끌을 할 정도의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다만 개별종목단에서는 꽤나 많은 종목들의 가격 부담이 사라진 상태이다. 그리고 종목들이 빠졌다는 것은 반대로 말해서 현금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앞으로 주가가 오르고 빠지고를 떠나서, 이렇게 현금의 가치가 올라간 시기에는 그 현금을 소비에 사용해버리기보다는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 많은 부를 쌓을 수 있다.
통계적으로는 8월과 9월의 지수 성과가 좋지 않다고 한다. 이번에도 그 역사가 반복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또 그렇게 된다면 이 기회를 잘 살려서 귀해진 현금으로 좋은 주식을 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