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전에 이론적인 가설을 하나 살펴보자. 바로 랜덤워크 이론이다. 즉 주가의 움직임은 우연이 축적되어 형성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론적으로

1.시장이 정비되고

2.경제 지표나 기업 정보 등 정보가 잘 전달되고

3.시장 참가자가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시장은 랜덤워크에 가까워진다.

랜덤워크는 브라운 운동과 같다. 꽃가루를 잘게 부수어 물속에 넣으면 물 분자가 끊임없이 충돌해 꽃가루 입자가 불규칙하게 운동한다. 이것이 브라운 운동이다. 주식도 지금 있는 모든 정보가 현재의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면, 앞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이제부터 나오는 예측 불가능한 신규 정보뿐이다.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또는 어느 정도 움직일 것인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주가가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은 거의 비슷하다. 그 변동 폭을 기록하면 결국에는 정규분포의 형태에 가까워진다.

엄밀하게 말하면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이 향상되고 기업 가치가 증대해 주가가 상승하게 마련이다. 요컨대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주가가 올라야 정상이다. 성장 경제에서 주가는 오를 확률이 내릴 확률보다 다소 높다. 단, 주가 변동을 나타내는 정규분포의 평균이 제로보다 조금 플러스 쪽에 치우쳐 있다는 얘기일 뿐, 매일 또는 시시각각의 주가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움직임에 따라 성립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랜덤워크 이론을 부정하는 투자자들은 주가의 움직임이 어떤 법칙을 따르며, 우연만으로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전한 우연의 산물인 가공의 주식시장도 어떤 법칙을 따르는 듯 보이며, 도저히 우연만으로 성립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대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사람은 우연 속에서 필연을 찾아내려고 하며,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가공의 주식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주가 전망을 나타낸다고 보는 추세나 특정 패턴이 우연의 결과만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어떤 추세나 패턴이 나타났다고 해서 그것이 꼭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이 가공의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추세나 패턴이 나타난 뒤에도 이후 주가가 상승할 확률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확률이 변하는 듯 보였다면 심리적인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의 주가 변동은 정규분포와 매우 흡사하다. 우연은 정규분포를 낳는다. 주가 변동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정규분포에 가깝다면, 전부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꽤 많은 부분이 우연에 영향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실 이미 답은 대부분 나와 있다. 주가 변동은 거의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남은 문제는 두 가지다. 주가 변동이 대부분 우연에 의한 것이라면 그 '대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우연 외의 요소는 무엇인가?

첫 번째 문제에는 그다지 정확하게 답할 수 없다.분명한 것은 주식시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연의 영향을 훨씬 강하게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우연을 우연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주식시장이 우연에 영향받는 비율은 시장의 성숙도와 투자자 등에 다라 변한다.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시장이 성숙할수록, 투자자가 현명하고 다양해질수록 주가는 우연의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

만약 어떤 요인으로 우연의 영향이 약해지면, 현명한 투자자가 이익을 얻을 기회가 높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현명한 투자자가 더욱더 주식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우연의 영향이 증가하도록 작용한다. 시장은 우연의 영향이 자연스럽게 강해지는 매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우량하고 장래에 이익이 증가할 것 같은 기업이 있다고 하자. 주가는 당연히 상승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만약 인간의 판단력이 합리적이라면 주가에는 그 기업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 주가는 그 이상 상승하지 않는다. 그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사람이 어떤 인지 편향에 의해 미래의 성장을 정당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물론 이 시큘레이션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전적으로 우연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각 펀드매니저의 성과도 우연의 결과일 따름이다. 사실은 C가 A보다도 훨씬 세련된 기업 분석 능력을 지니고 있어도, B가 다트로 종목을 선택했어도, 좀더 비유적으로 말하면 사실 다트를 능숙하게 던지는 원숭이였다고 해도 앞에서 서술한 일은 일어난다.

우연만으로 성립된 세계는 방향감이 없는 평범한 세계라는 이미자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연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사실 드라마틱하며 실로 운명적이다. 그리고 놀랄 정도로 현실 세계와 비슷하다.

노력이나 능력은 의미가 없는가?

학계에서는 랜덤워크가 단순한 탁상공론이 아니다. 수많은 실증 연구도 대체로 랜덤워크를 지지한다. 하지만 수많은 전문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는 랜덤워크 이론에 뿌리 깊게 감정적으로 반발한다. 노력이나 재능이 결과에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사실 나도 주식시장에서 노력이나 능력으로 수익을 올리는 일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믿고 예측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랜덤워크 이론을 지지하는 재료에 비해 그런 생각을 지지하는 재료는 극히 미덥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주식시장은 랜덤워크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고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확률적 사고에서 멀리 떨어진 사고방식이다. 주식의 움직임에 우연 외의 요인도 작용하며 노력이나 능력으로도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진간히 신중한 고찰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다만 우연이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고려하면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올리는 그 어떤 방법도 모조리 확률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잇다. 100% 확실한 방법이란 없다. 이길 확률이 높은 방법이 있을 뿐이다.

주식시장에서 우연 외의 요인으로 이익을 올리기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런 경우에도 우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올바른 방식으로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잘못된 방식으로 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게 된다. 결국 무엇이 올바른 방식인가를 결과만으로 알기가 어렵다.

로버트 루빈의 자서전에는 그가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모습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두 가지 거래가 소개된다. 흥미롭게도 무수한 성공담을 자랑하는 루빈이 자서전에 적은 두 가지 사례는 모두 실패한 얘기다.

하나는 8% 확률로 **달러의 이익, 15%의 확률로 XX달러의 손실이 예상되어 기댓값이 높다고 판단하고 거래를 실행한 사례다. 15% 확률로 보았던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결국 손실을 입었다. 그 뒤 루빈은 자신의 판단을 돌이켜 보며 "결과는 나빴지만 판단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라고 결론을 내었다.

이것이 바로 확률적 사고의 핵심이다. 15% 확률이라고 생각한 일이 실제 일어난 것이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15% 일어날 수 있는 사태는 15% 확률로 현실이 된다. 이 일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가령 50% 확률로 일어난다고 보아야 할 것을 15% 확률이라고 판단했을 때다.

루빈이 소개하는 또 다른 사례는 친구인 주식 거래인에게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를 듣고 거기에 편승해서 거래했던 경우다. 친구는 '반드시 남는 장사' 라고 보고 거액을 투입했다. 루빈 또한 큰 확신이 있었지만 문득 '반드시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거래량을 줄였다. 이 거래는 실패로 끝났고, 친구는 직장을 잃었고 루빈 또한 큰 손해를 입었지만 투자 금액을 줄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설령 도중에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면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성공할 수 있다. 사람은 우연을 통제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른 판단을 거듭하는 것 뿐이다.

한편 잘못된 판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한 우연에 의해 성공한 것에 만족해서 스스로 반성하지 않으면 언젠가 파멸적인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확률적 사고는 막연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성공을 지속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분수령이 된다.

이 시점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우연 외의 요인도 살펴보자. 그것은 바로 인간의 심리적인 구조에서 비롯되는 편향, 즉 '인지 편향' 이다.

가령 앞에서 살짝 언급했던 성장 기업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상승한다는 단순한 명제를 좀더 생각해보자. 이것은 주식투자의 기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대부분 결과론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월마트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사전에 그런 일을 예상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일부 성공 사례의 뒤에는 수많은 실패 사례가 존재할 터였다.

다만 지금은 인간의 인지 편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성장력이 높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어느 정도 선별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생각해보자.

자, 그렇다면 성장력이 높은 기업의 주가는 정말 계속 상승할까? 이론적인 면에서 말하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 기업의 성장력을 과소평가한다는 조건이다.

랜덤워크 이론이 성립하는 전제 중 하나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로 말하면, 투자자가 성장 기업의 미래 성장력을 정확하게 인식했다면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되어 있고 이후의 주가 변동은 새롭게 나오는 우발적인 정보에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가의 움직임은 랜덤워크가 된다.

물론 사람은 항상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랜덤워크 이론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반랜덤워크파가 주로 내세우는 논리지만 사실 너무 빈약하다. 주가의 움직임이 100%는 아니지만 꽤 많은 부분이 랜덤워크인 경우, 100%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랜덤워크를 부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성장 기업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인과관계이며 물론 랜덤워크가 아니다. 랜덤워크가 아닌 요인에 의해 실제로 주가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예측이 단순하게 잘못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모두 잘못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같은 방향으로 모두 잘못되는 것이 바로 인지 편향이며, 이 인지 편향이라는 존재가 최초로 랜덤워크 외의 요소를 시장에 부여한다. 인지 편향은 사람들이 확률을 잘못 보게 만들며 그것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도박의 오류와 자기 관여의 환상

사람들은 우연 속에서 필연을 찾아내고, 불규칙한 움직임 속에서 패턴을 찾아낸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는 확률을 무의식중에 자신의 입장에 맞게 수정해간다.

드문 현상

사람은 자신이 산 복권이 당첨될 확률을 높게 잡는다.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나 주식을 매수할 때, 보통 투자자는 그 기업이 도산할 확률을 무의식중에 높게 예상한다.

이 경우에는 그 드문 현상이 일어났을 때의 일에 초점을 맞추며, 그럴 때 사람은 확률을 꽤 과대하게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하고 나서 어지간히 시간이 지나 이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람은 먼 과거의 기억보다 비교적 가까운 기어에 한층 강한 영향을 받는다. 요컨대 '익숙함'이 생겨나는 것이다.

주가가 안정된 추이를 보이는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 그 상황에 익숙해져, 먼 과거에 있었던 폭락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느끼게 된다. 이 경우, 드문 현상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 의식의 초점에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그 확률을 거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드문 현상이 발생할 확률을 어떤 유형의 것은 항상 모두가 과대하게 평가하고, 다른 유형의 것은 항상 모두가 과소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문제의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틀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이 나오는 것을 '프레이밍효과'라고 한다.

과잉 확신 편향

수많은 투자자가 스스로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휴리스틱

사람의 인지 편향 중 대부분은 뭔가를 판단할 때 모든 수집 가능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나서 답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극이 일부를 토대로,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무의식중에 지극히 기계적, 고정적인 방법으로 간단하게 답을 끌어낸다. 약간의 정보를 토대로 일정하게 패턴화된 방법으로 답을 끌어내는 것을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하지만 휴리스틱은 어디까지나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이며, 대체로 틀에 박힌 방법으로 획일적인 판단을 이끌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기업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기에 기업이나 업종에 딱지를 붙이는 일도 종종 있다. '저 업종은 안 된다'라든지 '저 기업은 우수하다'와 같은 딱지가 일단 붙여지면 상황이 달라져도 수정하는 일 없이 휴리스틱에 따라 획일적인 판단을 계속 내리게 된다.

앵커링은 주식시장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가령 F사가 수년간 고성장했다고 하자. 사람들은 성장 기업의 성공 확률을 낮게 예상한다고 했지만, 그 기업이 실제 고성장을 실현하면 이번에는 '성장 기업'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성장률이 높은 기업은 PER이 높다. F사는 성장력을 인정받아 PER 30배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하자. 얼마 뒤 F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이 둔화되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하지만 일단 PER 30배 전후에 형성된 주가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몇 년에 걸쳐 성장이 둔화되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될 무렵, 드디어 F사의 PER이 내려가기 시작해 새로운 수준으로 안정되어간다.

그래서 일단 확립된 주가 수준은 한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앵커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앵커링된 배수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지면 드디어 달라져 새로운 앵커링을 찾게 된다. 그때 주가가 크게 변동한다.

자기 정당화 따라하기

사람의 마음은 특정 정보만이 아니라 자신의 언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언동에만 이끌리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언동에도 이끌린다. 자신이 잘 모르는 일은 타인의 행동을 흉내 낸다.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증명'이라고 한다. 요컨대 따라 하는 것이다.

거품경제 시절에는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기에 주식 투자로 성공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주식 투자라면 콧방귀를 뀌던 사람도 그런 성공담이 귀에 들어오면 샘이 나고 자신만 뒤처진 듯해서, 거품이 잔뜩 끼어 있는 주식시장에 어둥지둥 발을 담그게 된다.

따라 하기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또 하나 있다. 주가 하락 국면이다.

조직 편향

사람에게 인지 편향이 있는 이상, 사람의 집단인 조직도 인지 편향을 갖는다. 가령 호황이 이어질 대, 기업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공격적으로 사업 계획을 작성한다. 경기는 순환한다. 몇 년 지나면 경기가 나빠지고 다시 회복된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긑이 없는 호황은 없다. 그럼에도 기업은 호황이 지속되면 그것을 전제로 한 계획만 세운다. 호황이 영구히 이어질 듯이 말이다.

물론 주가가 본래의 가치보다 낮아지는 경향은 종목에 따라 달라진다. 널리 알려져 있고 인기 있는 종목은 사람들이 '이 기업을 잘 안다' 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느끼며 투자 대상으로 선호한다. 이런 연유로 주가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기며, 본래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아지는 경향이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명도가 높지 않거나 투자 대상으로서 인기가 높지 않은 종목이 주가가 저평가 되어 있고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는 각각의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있으며 소위 딱지가 붙은 경우가 많다.

행동재무학에 관한 책에는 인지 편향으로 인해 주가에는 우연이 아닌 움직임이 작용하므로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면 주식 투자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글이 적혀 있다. 좀더 말하면 시장이 랜덤워크가 아니라는 증거로 행동재무학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견해에는 함정이 있다.

1.주가가 인지 편향에 의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그것이 시정될 때 우연 외의 힘이 더해진다는 사실은 맞는 얘기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주가의 움직임 중 대부분은 여전히 불규칙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행동재무학은 주가의 움직임이 정확한 정규분포가 아니라는 점은 설명할 수 있지만 정규분포에 가깝다는 점은 설명할 수 없다.

2.인지 편향으로 잘못 평가된 주가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도 사실 매우 어렵다. 인지 편향은 누구나 같은 잘못을 범하는 것이어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잘못 평가되는 주가의 특성을 이용하는 쪽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잘못 평가하게 만드는 원인 자체다. 따라서 인지 편향을 이용해서 돈을 벌기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요컨대 주가가 완전히 불규칙하든, 인지 편향으로 인해 정규분포가 뒤틀리든, 여하튼 주식 투자로 이익을 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행동재무학의 핵심 이론에 전망 이론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사람은 이익을 얻었을 때의 만족감보다 손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따라서 투자자는 다소 이익이 나면 바로 주식을 팔아 이익을 확정하고 손실이 났을 때는 조금이라도 더 보유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길 때는 작게 이기고 패할 때는 크게 패한다.

단, 완전하게 불규칙한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심리적 경향이 있더라도 주식 투자의 기대수익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조금씩 몇 번 이기다가 가끔 크게 진다. 평균하면 손해도 이익도 없다. 하지만 다양한 인지 편향 때문에 현실의 주식시장에는 우연 외의 요소가 더해진다. 예를 들어 일단 주가가 상승하면 '따라 하기 행동'으로 주가가 더욱 상승한다. 주가가 하락할 때는 한층 더 하락한다. 요컨대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완전히 불규칙한 주식시장보다 하나의 추세가 오래 지속된다.

그러면 그런 추세를 이용해서 돈을 벌면 될 성싶은데 그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전망 이론에서 말하는 심리 구조를 지닌 인간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 순수하게 불규칙한 세계라면 기대수익에 변화가 없는데, 불규칙한 시장보다 추세가 길게 유지되는 주식시장에서는 기대수익이 마이너스가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