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STX중공업 인수 조건부 승인

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인수대금 813억 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3년간의 시정조치를 포함합니다. 해당 시정조치에는 선박용 엔진 부품의 공급거절 금지, 최소물량 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 금지가 포함됩니다.


기업결합의 경쟁 제한 우려와 시정조치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는 선박·선박용 엔진·엔진용 부품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 엔진에 필요한 크랭크샤프트를 전량 자가소비하고 있습니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 제조업을, 그 자회사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는 크랭크샤프트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KMCS는 STX중공업에 필요한 크랭크샤프트를 전량 공급하며 일부를 외부에 판매합니다. 이번 결합으로 엔진 부품과 선박용 엔진의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의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과 선박의 수직결합이 발생합니다.

한화엔진의 경우, 주요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에 달하고, 원전 주기기의 수주 증가로 크랭크샤프트 생산을 증대시킬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산 크랭크샤프트는 품질, 운송비 및 납기 안정성 등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으며, HD현대중공업은 크랭크샤프트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한화엔진에게 KMCS가 유일한 대체공급선이었습니다.

공정위는 HD현대와 STX중공업 간의 기업결합이 선박용 엔진 및 엔진 부품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엔진 부품인 크랭크샤프트의 수직결합과 선박용 엔진 간의 수평결합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한화엔진과 STX엔진 등 경쟁 엔진사가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엔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기업결합 전, 한화엔진은 KMCS로부터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20% 받았으나, 기업결합으로 인해 KMCS가 공급을 거절할 유인이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경쟁 엔진사가 안정적으로 크랭크샤프트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필요시 이러한 조치는 연장될 수 있습니다.


조선업계의 수직계열화와 시장 영향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시작으로 조선업에 진출했습니다. 2024년에는 HSD엔진(현 한화엔진)을 인수하며 선박용 엔진 제조업을 수직계열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화는 HD현대중공업의 유력한 경쟁사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해 한화가 크랭크샤프트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심사를 통해 친환경 엔진 투자를 포함한 결합회사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경쟁 엔진사에 대한 보호 조치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조선업 및 관련 중간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국가 기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합니다.


조선업계의 경쟁 환경 유지

현재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엔진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선주 및 조선사가 엔진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거래구조를 고려할 때, 결합회사가 선주들을 대상으로 엔진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한, 선박용 엔진과 선박 간 수직결합에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낮다고 평가되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경쟁 조선사에 선박용 엔진 공급을 거절하거나 가격을 인상할 경우, 한화엔진을 통해 엔진 조달이 가능합니다. 한화오션은 한화엔진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어 선박용 엔진 가격인상 및 공급거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삼성중공업은 결합 이후에도 엔진 공급처에 변화가 없어 본 결합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입니다.


공정위, 구조적 조치 불필요

공정위는 HD현대와 STX중공업 간의 기업결합에 대해 구조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자회사 KMCS의 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한 명확한 반응입니다.

현재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는 사업자가 KMCS를 인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았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한화엔진이 인수할 경우 STX중공업의 CS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KMCS는 STX중공업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으며 가동률도 20% 내외로 낮습니다.


이해관계자 의견과 전문가 자문

공정위는 선주, 조선사, 엔진 제조사, 크랭크샤프트 제조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총 10개사로부터 30차례에 걸친 의견을 수렴하고, 전원회의 출석을 통한 의견진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한국해양대학교, 한국선급,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의 전문가 자문을 받아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정위는 중간재 시장에서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 제한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시정조치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이는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는 유지하면서도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 공정위 결정 수용

HD한국조선해양은 오늘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기업결합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를 위해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해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STX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규모 선박 수주 성공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유럽 소재 선사와 1만5천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계약 규모는 총 3조 6천832억원입니다.

이번에 수주한 12척 컨테이너선은 울산 HD현대중공업과 전남 영암 HD현대삼호에서 6척씩 건조해 2028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입니다. 이 선박에는 LN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비롯해 폐열회수장치 등 친환경 장비가 탑재됩니다. 폐열회수장치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장비를 말합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해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통해 차세대 친환경 선박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제적 무역량 증가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해상 물동량이 많아지며 컨테이너 운임은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요가 반등하고 있으며, 컨테이너선 신조선가 역시 지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억 9천만 달러 수준이었던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1만5천TEU급 기준)의 평균 신조선가는 현재 2억 2천만 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

한편, HD한국조선해양은 하반기에도 다양한 선종에 걸쳐 연일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7월 들어 VLGC·VLAC 각 2척, 총 4척 6,716억 원 규모의 건조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의 독보적 지위 강화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용 엔진 제작업체인 STX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조선업 수직계열화를 한층 단단히 했습니다. 이번 인수로 HD한국조선해양은 독보적인 선박 엔진 경쟁력을 갖추며 세계 시장 1위 사업자 지위에 쐐기를 박게 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7월 기업 결합 결정을 발표하며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약 1년 만입니다.

선박 엔진은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1979년 첫 대형엔진을 생산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기준 점유율 35%로 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며 1989년부터 35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습니다. 2위는 한화그룹이 인수한 한화엔진(옛 HSD엔진)으로 점유율 약 13%를 차지합니다. 3위는 점유율 2%를 기록 중인 STX중공업입니다. HD현대는 이번 인수로 1·3위 업체를 모두 보유하며 점유율을 37%까지 늘리게 됐습니다.

HD현대는 기존 대형 선박에 더해 중소형 선박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박 엔진은 항해에 필요한 추진엔진(대형엔진)과 배에서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엔진(중형엔진)으로 나뉩니다. 대형엔진은 선박 크기에 따라 다시 대형 선박과 중소형 선박 엔진으로 분류합니다. 대형엔진 중에서도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선박용 엔진을, STX는 중소형 선박용 엔진을 주로 제조해 왔습니다.

이번 인수로 HD현대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중형엔진인 ‘힘센엔진(HiMSEN)’ 부품 중 터보차저를 국산화해 원가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터보차저는 엔진에 공기를 압축해 전달하는 부품으로 유럽 업체에서 전량 들여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STX중공업은 터보차저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전용 생산 공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엔진 개발을 통해 친환경 규제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선박 온실가스 10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선 수소, 메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엔진 개발이 필수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STX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