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리테일 트렌드에 관심이 많으신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미국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의 화려한 부활 스토리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아베크롬비앤피치는 1892년 뉴욕에서 시작되어 13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의류 리테일러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과 헤밍웨이 같은 유명 인사들이 즐겨 입었던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젊은이들이 최상으로 꼽는 미국의 대표 브랜드로 번창했습니다. 당시 아베크롬비의 상징적인 광고와 매력적인 모델들은 많은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아베크롬비앤피치는 2016년 인종 차별적 제품과 빗나간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미국에서 가장 혐오 받는 브랜드로 선정되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쇠락을 거듭했고, 심지어 회사 매각까지 검토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자생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아베크롬비는 한국 시장에서도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환골탈태하였습니다. 영국 BBC는 "1990년대의 부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고, 미국에서는 "가장 혐오 받던 리테일러가 Z세대의 큰 점수를 얻고 있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CNBC는 "맹렬한 성장세가 둔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승 행진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고 놀라움을 전했고, 포춘은 "2000년대 초 쇼핑몰에서 가장 핫했던 아베크롬비의 폭발적인 컴백은 초기 열풍의 전조일 뿐 아니라 상징적인 쇼핑몰 기반 브랜드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베크롬비의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한 10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익금은 전년 동기 1,660만 달러에서 1억1,390만 달러로 거의 7배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습니다. 이로 인해 주가는 24%나 상승하며, 올 들어 73% 상승하여 S&P 500 평균 11% 상승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아베크롬비의 이러한 성공의 단초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프란 호로위츠(Fran Horowitz)가 새로운 CEO로 취임하면서부터 회사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2019년부터 타겟 고객에서 공급망까지 모든 것을 재구상하며 조용한 변화를 추진했습니다. 오랜 기간 요란한 브랜딩과 셔츠를 입지 않은 모델을 사용해 판매를 추진했던 배타적 리테일러에서 벗어나, 포용성에 중점을 두고 밀레니얼을 핵심 고객으로 하는 회사로 이미지 변신에 힘썼습니다.

프란 호로위츠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 및 디지털 역량을 통한 현대화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회사에 결정적인 한해였다"고 회고했습니다. 또한, 홀리스터 브랜드의 더 많은 카테고리를 도입하여 회사의 성공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아베크롬비는 지난 3월 신부와 결혼식 하객들을 위한 의류 컬렉션을 판매하는 A&F 웨딩샵을 개설했으며,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컬렉션은 결혼식 당일뿐만 아니라 결혼식 파티와 리허설 같은 파티에도 착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드레스, 비키니, 잠옷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템 당 80~150달러의 가격대로, 아직 결혼 비수기인데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아베크롬비앤피치의 화려한 부활은 포용성과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한 현대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지지를 얻으며, 다시 한번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나는 주식은 꼭 봐야 됩니다.

아베크롬비도 관심에 넣어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