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벌에 대한 좋은 인상들 보다는 나쁜 인상이 더 많습니다. 특히 창업자가 아닌 경우는 분명히 그렇죠. 이건희는 당연히 그 중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휠체어 타고 국민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던 그의 모습은 감정적인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죠.

다만 외국의 창업자들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 재벌들 1세대의 이야기를 보면 그들인 정말 근면성실하고 노력가들에 뛰어난 운과 선견지명을 가졌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껌 팔아서 재벌되었다던 롯데의 신격호도(정말 껌팔아서 재벌됐더라..) 얼마나 성실했는지를 보면 그가 왜 그 거대한 제국을 만들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죠.

이건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만석꾼이었던 이병철이 더 키워낸 삼성을 세계 최고의 기업, 기술의 삼성으로 만들어 낸 것은 이건희 입니다. 숫자에 밝고 자신의 질문에(초밥 갯수까지 물었던 건 유명한 일화) 숫자를 가지고 정확히 대답하던 사람을 총애한 이병철을 넘어 엔지니어를 중용하고 기술을 중요시한 이건희의 모습은 그가 삼성 회장에 취임하며 내건 '제2의 창업' 을 떠올리게 하고 그를 2세 경영인이 아니라 새로운 삼성의 창업가로 보이게 만듭니다.

국내 1위에 만족하고 나태해 있던 조직의 혁신을 위해서 프랑크푸르트 선언, 신경영 선언 등과 자신의 육성 강연을 전 직원에게 10분간 듣게 한다던가 9시 출근 6시 퇴근 + 야근이 당연시 되던 시대에 7시 출근 4시 퇴근의 7-4제를 밀어 붙여 일찍 일어나는 고통을 통해 직원의 정신을 개조시키고 빠른 퇴근으로 한 가지의 전문가인 I형 인재에서 다방면에 소양이 깊은 T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노력들이 삼성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낸 힘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천재들은 확실히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부여하고 그 기준을 내 회사와 직원들에게도 강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내 말을 알아먹지 못한다"는 푸념이 책에 꽤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이미 몇십년 전에 소프트웨어를 강조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업의 본질('호텔은 부동산업이자 장치산업이다.')을 파악하는 능력은 훌륭한 기업의 창업자에게 걸맞는 탁월한 경영자의 모습 그대로 입니다.

이건희는 각 삼성 제품에 대한 관심과 탁월한 이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제품들만이 아니라 삼성 이미지 광고 등에도 능력을 보였다고 하는데 과연 그가 말했던 것 처럼 어렸을 적부터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자랐기 때문일까요? 나도 좋은 것을 보고 자랐다면 통찰력이 더 높아졌을까요? 우리 아들은? 다빈치는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자연에서 이치를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 그저 주어진 조건에 기대어 변명하는 것은 추합니다.

그가 말한 새로운 삼성, 기술의 삼성, 세계 1등의 삼성은 단순히 제품과 기술을 떠나 그 구성원 한명 한명 그리고 그들이 모인 조직이 새롭고 세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