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92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나 현재 화석연료 경제가 87조 달러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뒤바뀔 정도의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린 버블로 인한 비용 상승과 수익감소는 그린 보틀넥으로 이어져 에너지 전환에 어려움을 주는 반면 화석연료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투자감소는 공급 부족을 일으켜 폭염과 한파에 수요폭증으로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었습니다. 풍력기업의 수익성 저하는 그린 버블의 가장 큰 수혜자를 화석연료로 만들었으며 한동안 이것이 지속된다는 시그널을 주고있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펜데믹이 잦아들어야 하고 운송망이 정상으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린 보틀넥을 줄이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관련 핵심광물의 공급이 늘어나야하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잡아야 합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전력공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하지만 이는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높은 가스 가격으로 비료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CF인더스트리의 재가동을 위해 영국은 재정자원을 하기로 했는데 조지 유스티스 환경부 장관은 이 조치에 수백만 파운드의 비용이 들 것이며 음식 및 음료 제조업체들이 이산화탄소 가격을 5배 더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질소계 비료를 대체할 제품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 위기는 식량난으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비료의 부산물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는 가축도축과 신선고기, 농산물의 포장, 온실채소 성장 촉진, 탄산음료와 맥주, 제품 냉각과 드라이아이스에 사용되기 때문에 식품 밸류체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자신의 역할을 해주면 천연가스의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한파에 전력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다시 화석연료의 가격이 올라가고, 전기요금이 상승하며 이를 반영한 제품가격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비단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화석연료와 전력 가격, 이와 연관된 제조업의 제품 가격까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것이죠.

-세계의 공장 중국에 이런 변동성이 생겨버리면 전세계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게 됨

증가하는 전 세계 인구에도 식량 공급이 그나마 원활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질소계 비료의 역할이 컸지만, 이제 식량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유럽의 화석연료 사용은 단순히 재생에너지가 기대했던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디젤기관차는 전기기관차의 운영비용이 2배가 넘어가자 선택한 것이었고 채소와 곡물 가격 급등은 대체 불가능한 질소계 비료와 이산화탄소 부족에 기인했으며 화석연료를 원료와 연료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비용 급등을 이기지 못하고 감산과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이었습니다. 유럽의 에너지 우기와 그 후 선택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유럽마저 화석 연료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으며 에너지전환 비용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면 다시 화석연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역사는 그간 에너지의 혁명적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나무 뗄감에서 석탄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에너지 혁명의 결정적인 순간은 1709년 1월이었습니다. (중략)

하지만 석탄이 목재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에너지원이 되기까지 200여 년이 걸렸습니다. 비슷한 예로, 석유는 1859년 서부 펜실베니아에서 발견됐지만, 석탄을 넘어 세계 제 1의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것은 100여 년이 지난 1960년대였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팬데믹 이전 기준으로 87조 달러(10경 2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경제를 떠받쳐온 거대하고 복잡한 에너지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세계는 전체 에너지의 84%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과정에서 누적된 막대한 정부 부채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에너지전환에 투입할 수 있는 정부 예산이 제한될 것입니다.

-워싱턴 포스트(2020.10.06) The new geopolitics of energy

재생에너지 비중확대가 그 자체로 재생에너지에 걸림돌이 되는 반면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이 에너지전환에 도움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팬데믹과 함께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믹스에서 전력부문의 변화를 전체 그림으로 오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석탄발전소가 재생에너지로 바뀐다고 해서 제조업과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의 원료와 연료, 사람과 물자의 이동에 필요한 해운과 항공연료까지 재생에너지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에너지 위기에서 깨닫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