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을 보고있으면 온도차가 극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여름엔 2차전지가 모든 돈을 빨아들이며 홀로 질주했던 것처럼, 그 뒤론 반도체가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 상반기까지 시장을 주도해왔던 것처럼, 또 비슷한 시기 변압기와 전선주들의 폭등랠리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화장품과 음식료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게 따분하게만 보이던 업종들이, '그런 주식을 왜 사?' 라는 시선을 받던 주식들의 주가가 오르자 시장에선 온통 화장품과 음식료 얘기밖에 없다. AI, 엔비디아,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가 시장을 주도할 때 온갖 반도체 얘기밖에 없었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다. 실적과 연관성이 별로 없어도 그냥 음식료 업종에 속해있으면 그냥 날아가고 화장품 업종에 속해있으면 날아간다.
이게 어디까지 오를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이런 싸이클을 여러 번 경험해본 사람이나 해당 산업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어느정도 오를 수 있고 어디까지 슛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볼 수 있을 뿐이다.
시계가 없는 이 무도회장에서 언제까지 놀다가 나가야할지 대부분은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는지,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것만을 보고서 나가야할 때를 유추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출하지 못하고 죽을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하다보니 깨닫는 것은 아무리 별볼일 없어보이는 업종이더라도 볕들 날은 온다는 것이다. 저성장주라고 평가받던 주식들이 촉매를 만나고, 성장주의 밸류를 받게 되면 몇 배가 오르는 건 순식간이다. 고성장주가 성장성을 잃어버림으로써(성장주 탈락현상) 순식간에 몇 토막 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1) 평소에는 사람들한테 별 관심을 받지 못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어야 한다는 점과 2)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촉매' 가 나타나야 한다는 점, 그리고 3) 그 촉매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성장성이 낮다. 그렇기 때문에 주가 역시 낮게 형성되며 그 낮은 성장성에서 벗어날 무언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주가는 오르지 못한다. per이 낮다고 해서 저평가인 것이 아니라 그냥 그게 딱 적정 수준인 것이다.
결국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촉매가 있어야 그런 기업에 투자를 할 만한 것이고, 그 어렴풋한 촉매를 알기 위해 산업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언제 발현될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최준철 대표님의 말마따나 평소에 리서치를 해두는 것(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주식이 무엇인지 찾고, 그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촉매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이 중요한 이유이다.
지금은 FOMO에 휩쓸려 '지금이라도 사야하나' 를 고민할 때가 아닌, 어떤 주식이 외면받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