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이 되고 싶은 대한민국의 꿈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지금 이 나라를 흔들고 있는 단 하나의 이슈는 바로 영일만 앞 바다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 가스입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어 “우리 정부에 들어와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고 설명했습니다.

< 석유·가스 매장 관련 브리핑 중이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의 브리핑 내용을 요약하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1배럴은 약 158.9ℓ)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140억 배럴 중 가스가 3/4, 석유가 1/4로 추정된다고 합니다.이정도 수치이면 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입니다. 특히,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는 점이 가장 가슴을 뛰게 하는 부분입니다. 매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영일만 바다 속 석유를 시추하려면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죠. 대한민국 만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바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입니다.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세계적 에너지 개발 기업들이 이번 개발에 참여할 의향을 밝힐 정도로 이번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게 정부의 의견입니다. 향후 구체적 일정은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합니다.


동해 심해 가스전은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걸쳐 있으며 모두 한국의 독자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되어 있어서 다른 나라와 국제 협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현재 매장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으로 약 2200조 원의 가치가 있다는 예상 계산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게 1976년 박정희 대통령 때처럼 정말 그냥 김칫국으로 끝나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많죠. 1975년 중앙정보부가 포항 영일만 인근에 시추공 3개를 뚫다가 2공구에서 드럼통 한 개 분량의 검은 액체를 발견했지만 경유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많은 이들이 실망 했거든요. 발견 지점 인근에서 원유로 추정할 수 있는 물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산유국의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앞서 언급한 가이아나 광구 사례 때문입니다. 가이아나 유전 발견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이후 석유를 뽑아 올리는 작업은 신속하게 진행됐습니다. 처음 시추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2019년 12월 20일 가이아나 해안에서 200㎞ 떨어진 라이자 해상유전에서 첫 원유 생산이 시작 됐거든요. 석유달러가 밀려들어 오면서 가이아나는 2022년 GDP 성장률 62%, 2023년 38%를 기록했습니다. IMF는 향후 5년(2024~2028년) 가이아나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20%로 예상했구요.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입니다. 2018년 6100달러였던 가이아나의 1인당 GDP는 2022년 1만8000달러로 치솟으며, 중국(1만2700달러)이나 러시아(1만5270달러)를 뛰어넘었습니다.


가이아나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 16억2000만 달러(약 2조2300억원)이고, 올해는 24억 달러(약 3조3000억원)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스타브록 광구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50%가 가이아나 정부 몫이고, 매출의 2%에 해당하는 로열티도 받습니다. 시추를 담당하고 있는 엑손모빌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이 가난했던 작은 나라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석유로 말이죠.


석유 시추 산업은 가이아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외국인들이 밀려오고, 해외로 떠났던 이민자들이 유턴하고 있거든요. 새 고속도로, 새 항구, 새 화력 발전소, 새 병원 건설도 한창입니다. 석유 수익금이 인프라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석유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천연가스를 발전소로 끌어오는 파이프라인을 한참 건설하고 있습니다.


다시 우리나라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포항 영일만 석유 매장 관련 물리탐사 단계에서 심층 분석을 맡은 기업은 미국의 액트지오(Act-Geo) 입니다. '잉? 엑손모빌도 아니고 셰브론도 아니고? 뭐? 처음 듣는 액트지오??' 라고 하시는 분이 계실 수 있는데요. 액트지오사 <세계 최고 수준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액트지오는 2017년 설립된 미국 휴스턴 소재의 심해 탐사 평가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 특히 액트지오의 아브레우 고문은 미국 퇴적지질학회(SEPM) 회장과 전 엑손모빌 지질그룹장 등을 역임한 세계 심해지역 탐사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액트지오에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한 뒤 퇴사했습니다. 당시 엑손모빌의 지질 그룹장을 맡아 심해광구 평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엑손모빌에 재직하며 심해 유전 중 최대 규모로 여겨지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 탐사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브라질 에너지 기업 플럭서스 OGE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고 있으면서 액트지오의 고문으로 있습니다. 그는 지금 한국에 있습니다. 그리고 구독자분들이 포스팅을 보고 계실 7일에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 결과에 관해 설명회를 가질 것을 예정되어 있죠.

정부가 발표한 탐사 시추 성공률은 20% 입니다. 가이아나 스타브룩 광구의 최초 탐사 시추 성공률이 7%에서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편이죠. 올해 말부터 본격화되는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 심해 시추 작업에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시추선이 투입된다고 알려진 것이 고무적인데요. 석유·가스의 대량 매장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 ‘대왕고래’를 처음으로 뚫는 시추 작업에 한국산 시추선이 나서는 것이거든요. 여러모로 참 의미가 있습니다.

석는 이미 올 4월에 세계적인 해양 시추 업체로 꼽히는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과 시추선 사용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드릴이 지난달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WEST CAPELLA)가 한국에서 약 40일간의 1개 유정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은 2024년 12월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 계약이 바로 한국석유공사와 맺은거죠. 선주는 시드릴인데 건조한 기업이 바로 삼성중공업 입니다. 이번에 투입되는 웨스트 카펠라는 2008년 건조한 중량톤수 9만6000t 규모의 시추선으로 최대 10km까지 시추가 가능합니다.

석유 시추 산업의 키포인트는 경제성입니다. 현재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물리탐사 결과 검증을 마치고, 탐사 시추를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일반적으로 석유 개발 사업은 광구 취득→탐사( 지표지질 조사, 물리탐사, 탐사시추, 평가시추)→개발→생산이라는 일련의 절차로 진행되는데요. 시추를 위해서는 앞으로 투입해야 하는 돈이 수 십조원 이상이는게 문제입니다. 게다가 석유 시추 지역에서 원유가 유출되면 대규모 환경 재난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비용과 시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구요.

더구나 시추에 성공하더라도 개발을 거쳐 생산으로 넘어가려면 최소 5~10년이 걸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게다가 요즘 글로벌 탈탄소화 흐름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석유 개발에 대한 역풍도 존재할 수 있죠. 그렇지만 정부는 막대한 개발 비용과 겹겹이 쌓인 어려움 속에서도, 이번 석유 사업은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등 인접국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생산·수송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죠.


동해 가스전 소식이 들린 이후 석유·가스, 강관 밸브·피팅 등 여러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일부 종목의 상승세가 멈추면서 개미들은 ‘진짜 수혜주’ 찾기에 돌입한 모습이죠. 업계에서는 가스전 인프라 건설을 수행하는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2035년 시작되는 상업생산 이후에나 수혜를 볼 정유·가스 업체보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하는 탐사 시추 작업과 시설 공사 과정에서 사업을 먼저 수주할 수 있는 업체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주 중에서는 심해 시추선을 보유한 한화오션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화오션은 기존 선주였던 노던 드릴링(Northern Drilling)과 계약 해지된 드릴 선박 1척을 보유 중으로, 해당 선박은 해저 유전에 투입할 수 있거든요. 부유식 가스저장·생산·하역 설비(FLNG)를 발주하면 삼성중공업도 수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FLNG 건조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동해가 심해인 점을 감안할 경우 안정적으로 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FLNG를 발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죠. 국내 건설사는 육상 원유 및 가스 처리시설 EPC건을 수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판매하는 국내 정유사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됩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1년에 약 10억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습니다. 원유 140억배럴은 엄청난 물량이기 때문에 굳이 해외에서 비싸게 원유를 수입을 필요가 없어지죠. 특히 국내 원유 도입 시 발생하는 유조선 비용, 운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구요.

현재 국내 정유사 중 정제 외의 업스트림(탐사·시추·개발·생산)을 진행하는 것은 SK이노베이션입니다. 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등도 시추 사업을 영위하고 있긴 하구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어스온은 작년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원유를 발굴·생산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탐사 시추를 진행 중입니다. SK그룹이 2021년 인수한 SK오션플랜트도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죠. 이 회사는 과거 이어도 해양관측기지, 동해 천연가스전 납품 등의 이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 5대 부문(플랜트, 특수선, 후육강관, 조선, 수리·개조)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SK오션플랜트는 석유시추용 해양플랜트 구조물과 후육강관 제품이 최대 수혜 품목으로 거론됩니다.

중요한 사실 하나!

한국석유는 석유·가스 채굴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석유공업제품 생산기업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실!! 아직 아무도 성공 가능성을 모른다는 겁니다. 지금 물리탐사 단계에서는 지층 사이에 공간이 있다고만 확인된 거거든요. 땅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 모르니까 확실히 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직접 파 보는 것이죠. 석유가 아니라 물이 들어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물이 아니라 석유가, 원유가 진짜 들어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