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스파이 임무용'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습니다. 현지시각 지난 22일 오전 4시쯤, 스페이스X는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국 기지에서 NROL-146 위성이 탑재된 팰컨9 로켓을 우주로 발사했는데요. 이는 미 정보기관인 국가정찰국(NRO)의 '정찰용 위성 집합체' 구축을 위한 것 입니다. 이 위성은 스페이스X가 만든 첫 번째 첩보위성으로, NRO의 스파이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RO는 올해 안에 6차례의 추가 발사를 계획 중이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정찰용 영상 위성 집합체'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파이 임무용 위성을 쏘아올린 스페이스x>


그 어느 때보다 우주 항공 관련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요즘이죠. NASA가 주도하고 일본·유럽 등 40개 국가, 블루오리진·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도 그 실체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내도 27일 한국판 NASA인 ‘우주항공청’이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우주 개발 시대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5대 우주 강국’ 진입을 목표로 R&D(연구·개발) 예산 확대를 예고하면서 국내 우주 관련 일부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한 달새 두 자릿수 상승하기도 했죠. 우주항공산업에 투자하는ETF 등 다양한 상품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류의 첫 달 착륙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뜨거웠던 1950년대 이후 다시 떠오르는 우주 개발 프로젝트가 옛날과 크게 다른게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부 주도로 우주 항공 산업이 진행되었는데, 최근에는 민간 기업 참여 유도형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죠. 민간 주도 프로젝트이니 참여 기업 중 상장되어 있는 록히드 마틴, 보잉 등에 원하면 개인 투자자가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예전과 크게 달라진 상황입니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도 우주 산업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래 산업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기 때문이죠. 당연히 우주항공은 방위산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최근 몇 년간 해당 산업이 발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르테미스 계획 상상도>

이렇게 우주항공 산업이 빵 뜨고 있어서 주목받고 있는 ETF가 하나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에 상장한 ‘아이셰어즈 유에스 에어로스페이스 앤 디펜스’ (iShares U.S. Aerospace & Defense)입니다. 우주·항공뿐만 아니라 방산 기업들도 포함된 이 종목은 최근 한 달간 0.1% 상승했습니다. 국내 상장 ETF 중, 지난 4월 출시된 ‘타임폴리오 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는 최근 한 달간 3.5% 올랐는데 록히드 마틴 등 외국 기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국내 상장 기업들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스페이스테크iSelect’도 최근 한 달간 2.9% 올랐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2017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우주정책명령 1호(SPD-1)에 서명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아르테미스 1호는 2022년 유인 센서 5600개, 방사능 감지기 34개가 부착된 인간 모형 마네킹을 싣고 발사돼 유인 탐사 안전성과 우주선 기능 검증에 성공했습니다. 아르테미스 2호의 임무는 우주비행사 네 명을 태워 달 궤도에서 시험 비행을 하고 신체 변화를 파악한 다음 이를 데이터화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원래 오는 11월 발사 예정이었지만 내년 9월로 연기되었습니다. NASA는 아르테미스 2호를 발판 삼아 3·4·5호까지 잇달아 발사해 테라포밍(지구 외 행성에 거주 환경을 조성하는 것) 시대를 앞당긴다는 구상입니다. 2026년 9월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 발사 때는 달 표면에 우주비행사가 발을 내디딜 예정입니다.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디딘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무려 53년 만에 다시 위대한 발걸음을 남기게 될 예정이죠. 바로 여기서 중요한게 스페이스X ‘스타십 유인착륙시스템(HLS)’의 궤도 안착입니다.

<2024년 3월 14일, 스페이스x의 로켓 '스타십'이 발사되는 모습>


스타십은 현재 스페이스X가 운용 중인 로켓인 팰컨9과 팰컨 헤비를 대체할 다목적 초대형 로켓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로켓 재사용부터 우주 수송 산업과 관련한 새로운 경제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스타십은 달과 화성 탐사부터 미래 심우주 탐사 계획까지 고려해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타십은 길이 120m, 직경 9m로 아폴로 계획 당시 달 탐사 용도로 만들어졌던 '새턴 V'(길이 110.6m)를 제치고 사상 최대, 최고 성능의 로켓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로켓의 추진력도 강력하지만 가장 핵심은 2단부 로켓이자 우주선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스타십입니다. 스타십은 80~1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우주선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로켓처럼 자체 추력을 내 우주 공간에서의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단순한 유인 탐사선이 아닌 우주를 오갈 수 있는 '여객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머스크 또한 스타십을 단순한 'Space craft'가 아닌 'Space Ship'으로 지칭하며 여객선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타십이 재사용 가능하고, 수십차례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랩터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주여객선의 특성상 승무원 탑승 공간도 넓다는 판단하에 NASA는 아르테미스에서 사용될 달 착륙선인 '휴먼 랜딩 시스템(HLS)'에 스타십을 선정한겁니다. 지난 3월 14일 시도된 스타십의 세 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에서 스타십은 48분여간 비행하며 궤도에 도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낙하하는 과정에서 교신이 끊겨 공중에서 분해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앞서 스페이스X는 지난해 4월과 11월에도 스타십의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시도했으나, 각각 약 4분, 8분 만에 실패로 끝난 바 있구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일론 머스크. 머스크는 올해 상반기 안에 네 번째 시험비행을 준비한다고 X에 글을 올리며 "스타십이 최대 가열점을 지나거나 적어도 지난번보다는 멀리 가는 것이 목표" 라고 밝혔습니다.


스페이스x의 대표 사업은 사실 대형발사체 '팰컨9' 입니다. 최근 NASA가 수행한 주요 우주임무 중에서도 팰컨9을 활용한 사례가 많거든요. 인류 최초의 소행성 충돌 우주방위 임무였던 'DART(쌍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 프로젝트'의 무인 우주선이나 '외계행성 탐사 위성(TESS)' 등이 팰컨9을 타고 우주로 향했습니다. 미국 우주군의 극비 우주선 'X-37B'도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발사됐구요.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도 팰컨9를 타고 달로 향했습니다.


스타링크의 활약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타링크는 지구 궤도를 도는 약 7천500개 인공위성 가운데 약 60%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최근 약 1만 7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 인공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가 개통돼 외딴섬까지 인터넷에 접속 가능하게 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동남아에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인도네시아에서 스타링크가 개통된거죠. 이처럼 위성기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글로벌 판매 실적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올해 매출 규모가 66억달러(약 9조원)를 기록하면서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스타링크 출범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아직 정식으로 스타링크의 실적에 대해 공고를 하고있지 않지만, 미국의 우주산업 전문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 퀼티 스페이스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링크 관련 매출은 최근 3년 간 급증세를 보여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세계 75개국에 진출해 27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링크 사업부의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올해 중 38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해 EBITDA 기준으로 흑자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죠. 올해 매출 규모가 66억달러로 예상된다는 것은 지난해 대비 무려 80%에 가까운 증가가 예상된다는 뜻에서 관련업계를 모두 놀래키고 있습니다. 참고로 총 270만명의 가입자 가운데 97%가 일반 소비자이고 전체 사용자 가운데 57%가 미국 소비자인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외에 스타링크 사용자가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하는 지역은 호주, 영국, 유로존인 것으로 나타났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지역에서도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잘나가는 스페이스x는 지난해 12월 공개매수에서 주식 가치를 주당 97달러에 판매하며 기업 가치를 1800억달러(약 247조원)로 인정받았습니다. 200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시총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상장 기업들 수준이죠. 참고로, 보잉 시가총액이 약 1057억달러이니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보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인 겁니다.다만 스페이스X는 비상장 기업으로, 장외에서만 주식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스페이스X가 오는 6월 기존 주식 일부를 공개 매각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격 범위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회사 측 공개 매각 가격을 1주당 108~110달러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죠. 이번 공개 매각은 스페이스X 지분 일부에 해당하며 구체적인 수량이나 비중, 방식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스페이스X 혹은 회사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위성인터넷사업인 스타링크 상장 여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습니다. 작년 말에는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상장을 염두에 두고 이르면 2024년 회사를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구요. 참고로 이번 6월에 진행되는 공개매각은 기존 주식의 2차 매각입니다. 즉, 기존 주식을 양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규 자본 조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같이 스페이스X는 직원과 회사 주주들에게 주식을 현금화할 기회를 주기 위해 이와 같은 2차 매각을 1년에 2회 정도 진행합니다. 최근 평가액은 작년 7월 매각 당시 주당 81달러 였는데 이제는 1주당 100달러를 넘기고 있으니 주식 상승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미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과 비교할 때 미국 내 50위권 수준입니다. 록히드마틴(1120억달러)은 물론 보잉(1500억달러), 월트디즈니(1670억달러)보다 우위에 있고 나이키(1820억달러)나 인텔(1850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이죠. CNBC는 스페이스X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센티콘’ 혹은 ‘헥토콘’으로 분류된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의 비상장 회사)의 100배 규모이죠.

<지난 19일 텍사스주에서 발사되고 있는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우주항공 기업인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비상장 기업입니다. 블루오리진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끌고 있죠. 사실 블루오리진은 우주 관광을 먼저 시작했지만 2022년 발사 실패 이후 스페이스x에 약간 밀리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우주선이 텍사스주 밴 혼 발사장에서 고도 105.7㎞ 상공까지 날아오른 뒤 약 10분 간의 우주 비행을 마치고 지상에 착륙했습니다. 이날 탑승객들은 통상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보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을 넘었고 몇 분 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했다고 하죠. 뉴 셰퍼드선은 대형 낙하산을 펼쳐 지상에 착륙했습니다.


블루오리진은 2022년 8월 무인 캡슐을 장착한 뉴셰퍼드 로켓을 발사했지만 발사 1분 뒤 2만8000피트(약 8.5㎞) 상공에서 부스터 엔진이 불꽃을 내뿜다 궤도에서 이탈했습니다. 지난해 3월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해 로켓 엔진 노즐의 ‘구조적 결함’이라 발표했지만 이후 2년 가까이 로켓 발사를 진행하지 않았었죠. 그렇기에 이번 발사 성공을 발판삼아 다시 우주관광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올 연말에는 뉴셰퍼드보다 큰 ‘뉴글렌’ 로켓을 선보일 예정이구요. 블루오리진은 그동안 뉴셰퍼드 로켓으로 총 7번의 우주 관광을 진행했으며 누적 탑승객은 37명입니다. 2021년 NASA가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인간착륙시스템(HLS) 프로그램 사업자로 당초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두 회사를 모두 선정한다는 계획을 깨고 스페이스X만 선정하면서 잡음이 좀 있었습니다. 블루오리진이 NASA를 고소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지난해 블루오리진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오는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을 개발해 나사에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스페이스x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죠.

<스페이스X의 신형 선외활동 우주복>

우주 산업 관련 분석회사 브라이스테크(BryceTech)가 공개한 2024년 1분기 발사 보고서에 따르면, 궤도 발사 수에서는 이전부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올해 1분기 발사 중량 합계는 42만9125kg(429톤)으로 처음으로 400톤을 돌파했구요. 스페이스X의 발사 수는 2023년 2분기 22회, 2023년 3분기 26회, 2023년 4분기 27회로 다른 기업에 비해 10회 이상 앞서는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는 중국 국영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3위는 러시아 국영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로 5회였습니다.

로켓으로 쏘아 올린 위성과 탐사선 등을 모두 포함한 '우주 발사체'에서도 1위는 스페이스X 525기, 2위 CASC가 27기, 3위 로스코스모스가 24기로 집계됐구요. 3위 이하는 미국 로켓랩(Rocket Lab)이 10기, CASC 산하 중국 로켓기술연구원 자회사인 차이나로켓(Chinarocket)이 9기, 미국 항공기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과 보잉의 발사부문을 전신으로 하는 ULA(United Launch Alliance)가 7기, 이외 기업은 5기 미만입니다.

<Mars in true color>


화성에 인류가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꿈, 과연 스페이스x가 실현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