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현재 모습은 과거로부터 만들어진다. 특히 과거에 실패했던 경험, 크게 후회하는 사건이 '지금의 나' 라는 존재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쭉 살았더니 어떤 병에 걸려서 크게 아파본 경험,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경험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보다 더 건강에 신경쓰고 습관을 바꾼 채 살아간다.



인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는 투자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에 테마주 매매를 하다가 크게 다친적이 있는 사람은 테마주 매매를 하지 않게 되고, 저per주 투자를 하다가 망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저per주를 피하게 된다. 즉, 사람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실패(이 길로 갔더니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로부터 배우고 다시는 그와 같은 접근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찰리 멍거는 타인의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연히 나의 실패로부터도 배워야겠지만 꼭 내가 그 실패들을 다 해볼 필요는 없다.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 그 길을 갔더니 실패했던 타인의 경험은 나의 시행착오를 단축시켜줄 수 있는 매우매우 귀한 자원이다. 직접 다 경험해보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실패 스토리를 얘기해주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물어보면 대체로 대답을 잘 해주는 편이다.



어제는 스터디가 끝나고 뒷풀이 때 같은 테이블에 있던 분들께 지금까지 투자를 하면서 가장 후회가 되었던 경험이 있는지를 여쭸다. 지금은 다들 좋은 성과를 내고 계신 분들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낸 과거 이슈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한 분이 그런 말을 해주셨다.



"모 기업의 실적이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 예상되는데 그에 비해 주가가 싸서 매수했다. 그런데 이후로 실적이 부러지면서 더이상 싼게 아닌 주식이 되어버렸다."




그런 경험을 하신 뒤 그렇게 단순하게 밸류에이션을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깊이 공감되는 말씀이었다. 사실 투자를 하면서 굉장히 어려운게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을 기업인지를 파악하고, 실적 추정을 하고, 거기에 적당한 멀티플을 붙이는 것. 이 세 가지 중 뭐 하나만 빗나가도 그 투자는 실패하게 된다.



그걸 항상 잘할 수는 없고 항상 맞출 수도 없기 때문에 분산도 하고 더 잘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그러면서도 유연한 사고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테다.



내 투자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 회사들의 경쟁력을 잘 이해하고 있을까? 실적추정은 합리적인 사고에 기반했던 것인까?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