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매력적인 주가에 도달한 기업들이 생겨났길래 간만에 신규매수 및 추가매수를 단행했다.
RP에 넣어두었던 현금들을 주로 사용했지만 이제 현금이 거의 떨어졌고 조만간 조금씩 인출을 해야할 것 같아서 보유종목들 몇 개를 손절했다.
사실 이건 그동안의 내 모습을 돌아봤을 때 엄청난 변화이자 발전(?)이다. 나는 원래 손절을 일절 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싼 주식들을 좋아하고, 절대 도박적인 매매를 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 역시 손절을 하기 싫어하는 성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금액의 수익과 손실 중 수익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을 봤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큰, 대표적인 Emotional Bias 중 하나인 Loss-aversion bias(손실기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오히려 더 심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여기에 더해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을 때부터 실현손익으로 성과를 측정했던 것, 내가 산 종목들은 무조건 수익으로 마무리해왔다라는 일종의 자부심(?)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잘못된 습관이 형성되어 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손절을 하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이걸 절대 용납하지 못했다. 내가 고른 종목, 내가 산 가격은 무조건 옳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기존에는 수익을 낸 종목들만을 매도하고, 손실중인 종목들은 지속적으로 비중을 키웠다. 수익으로 마무리할거고, 그래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너무 일찍 팔아버린 좋은 종목들이 생겨나고, 오래 갖고 있지 말았어야 하는 종목들이 포트폴리오 비중 상위를 차지해버리는 일종의 악순환이 존재했다.
그러나 한 재작년부터 포트폴리오의 기간수익률을 가지고 성과측정을 하기 시작했고, 절대 손절을 하지 않겠다라는 고집이 전혀 쓸모가 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익중인 주식을 매도하여 이익을 실현하든, 손실중인 주식을 매도하여 손실을 실현하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별종목들의 수익률, 평단도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좋은 가격에 사도 비중이 작아버리면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니까..
궁극적인 목표는 개별종목의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극대화가 되어야 한다.
실패하는 종목은 나올 수밖에 없다. 잘라야할 종목은 자르고 좋은 종목들, 확신이 드는 종목들, 업사이드가 큰 종목들에 비중을 실어줘야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좋아질 수 있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러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