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하임 시의회가 지난 7일, 디즈니랜드 확장안 ‘디즈니랜드 포워드’(DisneylandForward)를 7대 0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 포워드'를 통해 약 20억 달러 가까이를 들여 향후 10년간 부지를 개발할 계획인데요. 이 계획에는 애나하임 시 도로를 4천만 달러에 구입하고 서쪽 주차장을 없앤 후, 그 부지에 테마 구역과 놀이기구 등을 신설하고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파크 인근 주차장을 시강,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포함됩니다.
디즈니랜드 포워드 계획이 차근차근 실행되고 있던 그날, 월트디즈니컴퍼니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테마파크 분야가 수익 22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며 호조세를 보였는데요. 특히 홍콩에서의 급격한 실적 증가에 눈에 띄는 반면,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는 비용 증가로 인한 실적 약세를 보였습니다.
테마파크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매출은 TV·콘텐츠 사업 부진으로 4개 분기 연속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1분기 매출이 발표된 지난 7일, 디즈니 주가는 9.51% 하락했습니다. 시간 외 거래에서 디즈니 주가는 추가로 0.31% 하락하면서 낙폭을 키웠는데요. 이날 디즈니 거래량은 전 거래일 대비 238% 급증하면서 매도세가 몰렸습니다. 디즈니는 미국 회계연도 기준 2분기(올해 1분기) 220억80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매출액은 시장 전망치인 221억1000만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디즈니플러스, 훌루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와 디즈니랜드를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전통적인 TV사업과 대작 영화 부재로 인한 콘텐츠 사업 부진이 악영향을 미쳤거든요.
이번 분기 디즈니플러스, 훌루의 영업이익은 17% 증가했고 특히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가 600만명 이상 늘며 글로벌 고객수는 1억1760만명에 이르렀습니다. 테마파크 매출액은 홍콩 디즈니랜드 리조트의 방문객 증가, 가격 인상 효과로 7% 늘었구요. 문제는 TV사업인데요. ESPN의 분기 영업이익은 9% 감소했고 ESPN을 제외한 네트워크 영업이익도 낮은 평균 시청률로 인한 수수료 감소 여파로 22% 줄었습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부재로 콘텐츠 판매, 라이센스 사업 부문의 매출액도 40% 급감했습니다.
최근에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이 2023년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5편의 작품을 소개했는데, 이 중에 상위 5개 작품 중 무려 4편이 디즈니 작품이어서 제대로 망신을 당했습니다.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한 영화는 디즈니 마블의 '더 마블스' 인데요. 제작비인 2억7000만 달러도 메꾸지 못한 2억610만 달러의 월드와이드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거든요. 홍보비까지 포함한 '더 마블스'의 손익분기점은 4억5500만 달러로, 이 한 편의 작품이 디즈니에 입힌 손해액은 무려 2억3700만 달러(한화 약 3217억 원)에 달합니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전 세계적으로 3억8400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제작비로만 3억 달러, 프로모션 비용으론 1억2000만 달러를 쓰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디즈니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로 입은 손해는 1억4300만 달러(1942억 원) 입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위시'이 실패가 디즈니로서는 뼈 아플텐데요.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작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제작비로 무려 2억 달러, 프로모션 비용으로는 1억 달러가 투입된 대작 이었거요. 하지만 '위시'의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성적은 2억5320만 달러로, 최종 손해액은 1억3100만 달러(1779억 원) 입니다. '헌티드 맨션'은 국내에서 단 1만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단 1억175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데 그치며 제작비 회수에도 실패했습니다. 방금 소개한 4편의 영화만 따져도 디즈니의 적자는 무려 약 6억2800만 달러(8529억 원)로, 몇년 전까지 한 편의 마블 영화로만 10억 달러를 넘게 벌었던 그 디즈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폭망했죠.
디즈니는 누가 뭐래도 컨텐츠 사업을 잘하는 회사이죠. 이제 디즈니는 그동안 안해봤던 다른 컨텐츠 사업으로 확장 하려고 준비중인데요. 바로 게임입니다. 최근에 디즈니는 레이 그레스코 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최고개발책임자(Chief of Development Officer)를 영입했습니다. 레이 그레스코는 루카스아츠(LucasArts)와 블리자드를 거치며, 게임업계에서 30년간 종사한 베테랑입니다. 이번에 진행된 게임업계 베테랑 인사 영입은 지난 2월 에픽게임즈에 대한 투자 계획 발표 이후 이루어진 것으로, 디즈니가 게임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게임사업에 투자를 단행하며, 자사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것 알고 계시죠? 세계적으로 게임 기업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등 미디어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 트렌드에 디즈니와 넷플릭스도 올라 탔습니다. 특히나 디즈니가 보유한 IP 파워는 게임 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가 되고 있죠.
디즈니 실적에 실망하며 주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디즈니가 망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신 그 옛날 보여줬던 것처럼 창의적 우수성을 되찾아야 디즈니 투자자들이 돌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