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스타벅스’, 일본에 ‘도토루’가 있다면 캐나다엔 ‘팀홀튼’이 있다고 하죠. 스타벅스를 너무나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팀홀튼은 캐나다의 국민 브랜드로 꼽히는 커피전문점입니다. 팀홀튼이 작년 말 한국에 첫 진출하면서 커피 애호가들의 주목을 끌었는데요. 2023년 12월 14일과 28일 신논현역과 선릉역에 1~2호점을 연이어 개점하면서 스벅과의 전면전을 예고했습니다.


팀홀튼은 1964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커피 브랜드로 현재 전세계 15개국에서 5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에 이은 아시아 일곱번째 진출 국가입니다. 전 세계 커피 브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벅스’가 캐나다에서 위세를 떨치지 못한 것은 이미 시장을 선점한 팀홀튼 때문이라는 말이 있죠. 팀홀튼을 한국에 들여온 건 ‘버거킹’의 운영사 ‘비케이알(BKR)’입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이 있는데요. 바로 가격입니다. 현지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면서 '한국 시장이 호구냐?' 혹은 '한국 시장에서는 무조건 비싸야 잘 팔린다' 라는 자조적인 비판도 나오고 있죠. 실제로 팀홀튼은 캐나다에서 미디엄사이즈 기준 블랙커피를 1.83캐나다달러(약 1795원), 아메리카노를 2.49캐나다달러(약 2440원)에 판매 중인데 한국에서는 블랙커피가 3900원, 아메리카노는 4000원이니 비싸긴 합니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가 뭘까요? 2023년 국내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52잔 대비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연간 405잔이니 하루에 1잔 이상 마시는 셈인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 커피 한잔, 그리고 점심 식사 후에 커피잔을 들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회사원들을 종종 볼 수 있으니 하루에 2잔 정도는 보통인 것처럼 느껴지죠. 그만큼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참으로 유별나죠. 실제로 국내 커피 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은 9만6650개로 전년 동월(9만2468개) 대비 4200개 가까이 증가했거든요.

팀홀튼은 “한국은 커피 문화가 강하고 새로운 음식 경험을 시도하는 고객들이 많아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했다”고 언급 했습니다. 팀홀튼만 한국 시장에 눈독 들이는게 아닙니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도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거든요.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한 인텔리젠시아는 중남미와 동아프리카 생산자로부터 커피 원두를 직접 수입해 최상급 품질을 내세웁니다. 커피 수입·유통 전문 회사인 MH파트너스가 최근 한국에 독점적으로 인텔리젠시아 커피 매장을 열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는데요. 만약 국내에 인텔리젠시아가 첫 매장이 오픈되면 미국 이외 지역에 처음으로 오픈하는 글로벌 1호 매장이 됩니다.

<Source: https://www.intelligentsia.com>

미국 서부지역 3대 커피 ‘피츠커피’도 지난해 5월 국내에 상표권을 등록하며 국내 첫 매장을 개점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6년 설립된 피츠커피는 미국에서 프리미엄 커피 시장을 연 선구자로 불리는데요. 스타벅스의 창업자들이 회사를 세우기 전 피츠커피 창업자 앨프리드 피트로부터 조언을 받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한국에 들어온다면 '스타벅스 보다 피츠커피' 라는 마케팅을 잘 활용할 것 처럼 예상되죠? 하지만 아직 출점 시기와 장소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이 너도나도 이루어 지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 처럼 한국의 커피 시장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매력적인 한국 시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커피는 누가 뭐래도 '스타벅스'이죠. 국내 진출을 하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은 모두 제2의 스타벅스를 노리고 있습니다. 스벅은 한국에서 참 잘나가고 있습니다. 2021~2022년 연매출 2조원을 넘기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최근 기준 국내 점포 수는 1870개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국내에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스벅이 아니라는거.


점포 수로는 3000개 넘는 매장을 보유한 이디야커피가 선두입니다. 참고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말 국내 커피 및 음료점업 점포 수는 9만9000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대한민국에서 스벅을 이기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국내에 진출했던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힘을 쓰지 못한 사례가 많이 있거든요. 대표적인게 바로 블루보틀입니다. 2019년 한국에 진출한 ‘블루보틀’은 4년 간 13개 매장을 여는데 그쳤습니다. 서울 성수동에 1호 매장을 낸 뒤 2021년 영업이익 27억원을 달성하며 2년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이 서울 중심에 몰려있고, 지방에는 제주 매장 단 한 곳뿐이라 규모면에서 아주 많이 밀리고 있죠. 블루보틀 이외에도 일본의 퍼센트 아라비카, 베트남 콩카페, 덴마크 에이프릴커피 등 각국의 대표 커피 브랜드들이 야심 차게 국내 매장을 선보였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인데 반해, 국내 커피 업계는 ‘가성비’를 내세우며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저가 커피 브랜드 대표주자인 메가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본 사이즈 가격이 2000원, 빽다방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도 2000원, 컴포즈커피는 무려 1500원입니다. 이러니 캐다나에선 가성비 커피라고 알려진 팀홀튼이 비싸다는 뭇매를 맞고 있는게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팀홀튼의 최대 강점은 높은 인지도 입니다. 캐나다에서 유학이나 여행을 하면서 팀홀튼을 경험한 사람들이 캐나다 커피인 팀홀튼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사로잡으면 이들을 중심으로 팀홀튼을 몰랐던 사람들까지 유입시킬 수 있게 때문이죠. 실제로 팀홀튼은 캐나다를 상징하는 단풍나무를 로고로 사용하면서 '우리는 캐나다 브랜드 예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팀홀튼은 '팀스(Tims)’ 또는 ‘티미스(Timmys)’ 로도 불리는데요. 창업이야기가 참 캐나다스럽습니다. 창업자가 아이스하키 선수 였거든요. 1964년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팀 호턴이 온타리오주 해밀턴에 자신의 이름을 따 연 도넛 가게로 첫선을 보인 후 은퇴한 해밀턴 경찰 론 조이스와의 동업을 통해 팀홀튼이라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습니다.

<Tim Horton>

창업 초기에는 매장 확장세가 더뎠지만, 1995년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웬디스와 합병하면서 매장 수를 크게 늘려나갔죠. 하지만 2006년 분사해 다시 캐나다 기업으로 돌아왔고2014년 8월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을 보유한 사모펀드 3G캐피털이 110억 달러 규모로 팀홀튼을 인수하며 캐나다-미국 공동 자본의 소유가 됐습니다. 당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인수 자금 중 30억 달러를 지원해 주목받기도 했죠. 여튼 3G캐피털은 팀홀튼 인수 이후 RBI(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 Inc.)로 사명을 바꾼 후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팀홀튼은 커피 원액에 설탕과 크림 투 샷을 추가한 ‘더블더블’과 커피 원액과 얼음을 갈아 만든 ‘아이스캡’, 프렌치바닐라와 우유가 어우러진 ‘프렌치바닐라’ 등이 대표 메뉴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팀홀튼은 사실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브랜드입니다. 팀홀튼을 국내에 들여온 비케이알(BKR)은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거든요.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이 존재합니다. 인수로 돈을 벌면 높은 가격에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특징 때문이죠. 비케이알이 인수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구요. 비케이알은 팀홀튼에 앞서 인수한 버거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거든요. 인수 5년 차인 2021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팔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황미연 BKR 팀홀튼 사업부 전무>

어쨌든 팀홀튼은 성공적인 데뷔에 힘입어 브랜드 고유의 강점은 살리면서, 철저히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커피공화국에서 저변을 넓히려 애쓰고 있습니다. BKR 팀홀튼 사업부를 이끄는 황미연 전무는 BKR에 합류하기 전 매일유업 해외사업 본부장, 영양식 카테고리 본부장을 거쳐 CJ 주식회사 전략기획팀까지 사업전략과 마케팅 부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 업계 베테랑이라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죠. 팀홀튼이 속한 RBI(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그룹의 라파엘 오도리지 아시아태평양지약(APAC) 사장은 “한국은 전 세계에 많은 문화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가장 경쟁력 있고 발전적이며 활기찬 커피 시장 중 하나”라며 “100% 프리미엄 아라비카 커피, 매장에서 매일 소량씩 갓 구워서 제공하는 도넛과 팀빗, 주문 후 즉시 조리하는 따뜻한 멜트 샌드위치 등 언제나 신선한 커피와 푸드 메뉴를 제공하겠다” 며 국내 시장 진출에 힘을 더욱 보태겠다고 말했죠.

스타벅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팀홀튼, 과연 메이플이 별을 이길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따뜻한 커피 한잔 드시고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