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가 업계 최초로 한국 편의점의 인기 PB상품을 소매 유통 강국인 일본과 홍콩에 직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일본 돈키호테와 홍콩 파크앤샵에 두 곳에 중간 수출 업체를 거치지 않고 해외 유통 채널에 직접 수출하게 되었거든요. 그만큼 한국 편의점의 차별화 상품이 해외 시장으로도 뻗어 나갈 만큼 영향력과 상품력이 좋아진 것입니다.

일본의 돈키호테는 식료품부터 의약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인기 쇼핑 채널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할인 잡화점입니다. 일본의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유명한 핫플레이스이죠. 돈키호테에는 이미 라면, 과자, 주류 등 한국의 인기 식음료들이 입점돼 있지만 국내 편의점의 PB상품이 판매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CU가 돈키호테에 수출하는 제품은 HEYROO 치즈맛 컵라면으로 일본 전역의 450여 개 지점에서 4월부터 본격 판매될 예정입니다.

<일본 돈키호테에 수출하는 PB 제품 ‘HEYROO(헤이루) 치즈맛 컵라면>

라면업계가 지난해 해외에서 선방하며 전례 없는 실적을 낸 가운데 편의점 업계도 덩달아 그 수혜를 누리게 되었다는 평가가 존재합니다. 라면 3형제인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이 해외에서 먼저 선방하지 않았다면 CU가 이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게 식품업계의 인식이니까요. 해외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종주국인 일본에까지 라면을 직수출하게 되었으니 라면 3형제의 하드캐리를 인정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해외 시장에서는 K팝 등 한류 콘텐츠의 열풍에 힘입어 라면을 비롯한 한국 먹거리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관세청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달러(약 1조2500억원)로 잠정 집계되었는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 ‘K라면’ 특화 편의점(CU홍대상상점)의 모습>

홍콩 파크앤샵에 직수출할 예정인 상품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수제맥주와 하이볼 10여종 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말표 흑맥주, 대표 밀맥주, 백종원 예산사과맥주 등 6종과 청신 하이볼, 김제언 하이볼, 안동소주 하이볼 등 4종입니다. 다음달 말부터 파크앤샵의 300여개 매장 안에 따로 마련된 한국 식음료 코너에서 제품을 판매할 예정입니다. 또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기록한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도 오는 상반기 중 몽골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죠. CU는 20여개 국가로 라면, 과자, 음료 등을 수출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전문 무역 상사 지위를 얻은 만큼 해외 직수출에 더 힘을 쏟을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수출액은 900만달러인데 올해는 1000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홍콩에 직수출할 수제맥주와 하이볼>

일본 돈키호테는 국내 식품·유통사 상품기획자(MD)라면 누구나 꿈꾸는 채널입니다. 영업이억만 1조원에 달하는 일본 최대 할인 잡화점이거든요. 게다가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일본 여행 시 꼭 들려야 할 곳'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더 많은 판매채널과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린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CU는 돈키호테를 뚫기 위해 작년부터 공들여왔습니다. 특히 GF리테일에 경력 입사한 이태건 글로벌트레이딩팀 MD가 1년간 협상을 이어오면서 20kg 넘는 샘플을 싸들고 돈키호테 본사에 방문한 사실이 유명합니다.

HEYROO 치즈맛 컵라면이 일반 한국 라면보다 덜 맵다는 점이

매운 맛에 익숙치않은 일본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이태건 글로벌트레이딩팀MD


CU만 직수출에 힘쓰고 있는건 아닙니다. 모든 편의점 업계가 모두 그렇죠. GS25는 홍콩 파크앤샵, 중국KKV, 태국 탑스 등 33개국의 20여개 업체에 총 700개가 넘는 상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어스 왕교자갈비만두’ ‘유어스 왕교자김치만두’ 등 냉동만두가 홍콩에서 인기인데요. 현지 만두와 달리 얇고 쫄깃한 만두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외에도 홍콩·중국 등에서 ‘공화춘짜장면’ ‘오모리김치찌개라면’ 등 한국의 특색이 담긴 라면류가 잘 나가고 있습니다. 홍콩 파크앤샵 관계자는 “한국의 편의점에선 늘 재미있고 신기한 상품들이 빠르게 출시되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고 하죠. 세븐일레븐도 이달 PB 제품인 ‘세븐셀렉트 바프허니버터팝콘’과 ‘세븐셀렉트 버터갈릭바게트’를 하와이 세븐일레븐 매장에 수출했습니다.


<GS25의 ‘오모리김치찌개라면’>

이마트24는 2020년 미국·홍콩·호주 등에 휴지, 과자 등으로 PB 상품을 수출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7개국에 35종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미국 등에서 마스크 제조에 펄프가 사용되면서 화장지 공급이 부족해지자, 가성비를 앞세운 휴지를 내다 팔아 수출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수출의 재미를 톡톡히 봤죠. ‘치즈 소프트콘’ ‘체다치즈볼’ 등 과자도 전체 수출 품목 중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에서 자체PB 상품은 현지에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큰 무기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까지 좋은 PB 상품을 해외 유통업체에 입점시키면 브랜드 자체의 선호도를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거든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급부상으로 내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PB 상품 수출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고 있기도 합니다.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편의점의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PB 상품 수출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편의점 PB 상품 수출은 중소 납품업체의 해외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CU가 몽골과 말레이시아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30%는 국내 중소기업 제조 상품이거든요. GS25가 수출하는 제품의 대다수도 중소 협력업체가 생산합니다.




이번 CU의 PB상품 라면이 일본 돈키호테에서 판매되는 것은 CU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CU가 지난 2012년 일본 브랜드로부터 독립해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 현지에 PB 제품을 판매하게 된거니까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1990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 편의점 매장을 처음 낸 뒤 2012년 일본 브랜드를 떼고 독자 브랜드 CU로 전환했습니다. 국내 편의점은 초창기에는 일본 편의점을 벤치마킹했지만지금은 몽골 편의점 시장을 접수하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추세이죠. 참고로 현재 국내 편의점 매장은 5만5천개를 넘어섰는데 예전에 힘을 내던 로손·훼미리마트·미니스톱 등 일본 브랜드는 자취를 감추고 있고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대형 4사 체제'로 굳어진 상태입니다. 참고로 작년 말 기준 CU 1만7천800여개, GS25 1만7천500여개, 세븐일레븐 1만3천800여개, 이마트24 6천700여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713억 원, 영업이익 54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2022년 4분기보다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3.5% 늘어난 수치입니다.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9조4032억 원, 영업이익 315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실적추정치보다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9.7% 늘어나는 거죠. 이러니 BGF리테일이 성장 여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BGF리테일은 견조한 매출 성장과 별개로 비용 부담으로 인해 이익 성장이 제한되어 있다며 올해는 재차 증익하면서 실적 우려를 지워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향이 컸던 비용 이슈는 높은 본부임차형 비중에서 발생했는데요. 올해부터 임대차 재계약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비용 증가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되죠. CU는 올해 본격적으로 변화를 꾀할 계획입니다. 우선 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량점을 개발하고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인데요. CU의 점포당 매출액은 2020년 5억8400만원, 2021년 5억9400만원, 지난해 6억2180만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존 점포의 수익 향상을 위한 상생 지원을 지속 제공하고 디지털·정보기술(IT)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사업도 더욱 확대합니다. CU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500호점을 돌파하며 현지에서 연간 1억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기록을 세웠죠. 이런 인기에 힘입어 몽골 CU의 연평균 매출액은 12.0%, 말레이시아 CU는 10.5% 증가했습니다. 회사측에 따르면 2018년 몽골, 2021년 말레이시아에 잇따라 진출하며 국내 편의점업계 중 가장 많은 해외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카자흐스탄 1호점 오픈도 앞두고 있구요. 민승배 대표의 목표는 ‘해외 1000호점’입니다. 내년까지 몽골 500호점을 달성하고 2028년까지 말레이시아 500호점을 열어 1000호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죠.

국내에서는 편의점 CU와 GS25가 업계 1등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통상 편의점업계에서 점포수는 곧 시장 내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이는데 최근 점포수와 매출 순위가 달리 나타나면서 기준이 애매해졌습니다. 매출액 기준으로 하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를 업계 1위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GS25는 CU에 매출이 역전될 위기에 있었으나 CU와의 격차를 벌리며 업계 1위를 수성했거든요. 지난해 3분기 GS25 매출은 2조2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성장했고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2068억원으로 7.4% 늘었습니다.

그런데, 점포수에서는 CU가 업계 1위입니다. CU와 GS25의 점포수는 최근 3년 200~400개 안팎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2022년 말 기준 CU의 점포 수는 1만6787개로 GS25(1만6448개)를 339개 앞선 상황이죠. 양사의 매출 차이는 고작 141억원에 불과하며 점포 수 역시 약 300여개 차이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습니다. 국내사업 외에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해외사업에서도 이 둘은 경쟁 구도에 있다. 양사가 동시에 몽골에서 경쟁하고 있거든요.


1위 수성을 위해 CU는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데요. 편의점 주류의 구매 편의를 높이기 위해 주류 스마트 오더 플랫폼 데일리샷과 손잡고 내달 1일부터 주류 픽업 서비스 확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최근 모바일을 통해 주류 예약 구매를 하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인데요. 데일리샷 앱에서 CU 점포를 선택하고 상품을 골라 ‘방문 픽업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면 주문할 수 있고 픽업은 구매 후 최대 40분 이후부터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BGF리테일은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인 포켓CU의 CU BAR의 매출성장률이 2021년 102.6%, 2022년 145.2%, 2023년 190.8%로 해마다 2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죠.

온라인 시장 재도약을 위해 컬리와도 손을 잡았습니다. CU는 과거 새벽배송 업체 헬로네이처를 인수했다가 온라인 시장에서 쓴 맛을 본 경험이 있죠. 지난달 서울 도곡동 CU 타워팰리스점에 'CU 컬리 특화 편의점'을 열었는데요.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던 컬리의 상품을 해당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겁니다.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컬리 앱에 CU의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도 도입합니다. 현재는 CU의 자체 모바일앱 '포켓 CU'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류 사업에도 꽤나 힘을 들이고 있는 모습 보이시죠?

CU는 요새 핫하디 핫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자칭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서 화제가 되었죠. 지난 8일 인스파이어 리조트 2층 다목적홀에 2호점(188㎡)의 영업을 먼저 시작했고, 상반기 중에 리조트 내 포레스트타워 호텔 1층에 1호점(278㎡)을 개점할 예정입니다. 점포 입지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라면과 스낵, 디저트, 가공유 등의 K-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주류 특화 코너 및 한국 기념품 '서울 과자' 판매 등으로 특별함을 더했다고 하죠. 아레나 공연장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공연 관람 고객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매장의 인테리어를 우주선 콘셉트로 만들어 공간적 차별화를 시도했는데요. 내부는 카운터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진열대를 배치하고, 안내문을 붙여 외국인 고객도 원하는 상품을 헤매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CU가 과연 GS25를 누르고 매출과 점포수 모두에서 1등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