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그룹은 지난해 삼양라운드스퀘어로 그룹명 변경을 공식화하고,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두 축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습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출시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1929억원과 146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겹경사를 맞이했었죠.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삼양식품 본사>
전세계를 강타한 K라면 덕분에 사실 삼양 뿐만 아니라 농심과 오뚜기도 함박 웃음을 지었습니다. 농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120억6474만원으로 전년 대비 89.1% 늘었고 매출액은 3조4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습니다. 오뚜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했스니다. 오뚜기 지난해 영업이익은 2548억9384만원으로 전년 대비 37.3% 증가했고 매출액은 3조4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었거든요. 라면 3형제의 호실적은 단연 늘어난 라면 수출 덕입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4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 2020년보다 37.7% 증가했거든요. 올해만 해도 벌써 8574만1000달러가 수출됐습니다.
K면의 맏형인 농심 '신라면'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7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습니다. 미국, 일본, 호주, 베트남 법인의 신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9%, 19%, 26%, 58% 성장했구요. 국내에서도 1위 자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 신라면의 소매점 매출은 3836억원으로 라면(봉지·용기) 중 1위를 차지했거든요. 어쨌든 지난해 신라면이 국내외에서 달성한 전체 매출액(1조2100억원) 중 59%가 해외에서 발생했다는게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이제는 "세계인을 울리는 신(辛)라면"이라는 문구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출처: 농심>
‘진라면’ 이 대표상품인 오뚜기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모두 늘었습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1616억원으로 41.9% 감소했는데, 오뚜기 측은 재작년 오뚜기라면지주,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의 흡수합병에 따라 발생한 역기저 효과의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이라 라면 3형제 중에 가장 해외시장에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오뚜기는, 올해 해외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 전망입니다. 지난해 8월 미국법인인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 산하에 생산법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설립했고 현재는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삼양 이야기를 이제 집중적으로 해볼까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7월 누적 판매량 50억개를 넘어섰고, 지난해 3분기 해외매출은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과 불닭볶음면의 성공 신화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부회장을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김정수는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양식품 오너 2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결혼한 뒤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부도위기까지 겪었던 삼양을 잿더미 속에서 부활시킨 불닭볶음면을 만든 사람이 바로 김 부회장입니다. 불닭볶음면은 국내 인기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돌풍을 일으키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라는 신화를 써 내려가는 삼양의 대표주자이죠.
잘 아시듯이 사실 삼양식품은 라면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기업이었고 국내 라면의 역사를 시작한 것도 삼양입니다.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은 1961년 삼양식품을 창립하고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을 출시했거든요. 그 후 30년 가까이 국민라면으로 시장을 호령했지만, 1989년에 문제의 '우지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1989년 검찰이 삼양식품 등 일부 식품회사가 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우지(공업용 소기름)를 써서 식품을 생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검찰의 발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보건사회부가 이들이 사용한 우지가 무해하여 식용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였으나 소비자 불신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수사 대상이 된 기업들은 순식간에 곤두박질 쳤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89.11.21.>
삼양식품은 8년간의 긴 법정 공방끝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회사는 이미 다 쓰러진 뒤였습니다. 법정 공방이 오가는 사이 100만 상자가 넘는 라면을 폐기했고 직원 3000여명 중 1000여명이 회사를 떠났거든요. 최고 60%를 웃돌았던 시장점유율은 10%대로 떨어져 돌이킬 수 없는 적자 속에 1998년 부도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업계 1위 자리를 경쟁업체에 내주고도 모자라 만년 꼴찌 신세가 된거죠. 그렇게 뚜렷한 성과 없이 뒷걸음질만 치던 삼양을 다시 끌어올린 것이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입니다. 김정수 부회장은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다가 1998년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자 경영에 참여했습니다. 마치 구원투수처럼 말이죠.
회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입사했지만 섬세한 미각과 디자인·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꾸준한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받은 김 부회장이기에, 며느리가 경영에 참여한 얼마 안 되는 사례 중 성공 신화로 유명합니다. 불닭볶음면의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에까지 열정적으로 참여해 '불닭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하구요. 김 부회장은 2010년 고교생인 딸과 외출했다가 매운맛으로 유명한 식당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신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불닭볶음면이 초대박을 쳤습니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억~8억원 정도였으나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거든요.

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라던 불닭시리즈는 해외까지 인기가 이어졌습니다.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2016년 26% 정도였으나 2019년 처음으로 50%를 넘기더니 2023년 기준 70%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출국은 100여개국에 이르며 특히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시리즈에서 발생하고 있구요. 삼양그룹은 본격적인 수출에 앞서 2014년 일찌감치 할랄 인증을 받아두었습니다. 세계인들이 좀 더 친근하게 불닭시리즈를 즐길 수 있도록 현지화 전략도 펼치고 있죠. 일본-야끼소바 불닭, 중국-양념치킨 불닭, 미국-하바네로 라임 불닭 등이 대표적입니다.
승승장구 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본사를 다시 종로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이전을 마칠 경우 97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으로 이주한 지 27년 만에 다시 종로에 둥지를 틀게 되는 셈이 됩니다. 부지로는 광화문 인근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하는데,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도 최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일대를 찾아 물건을 살펴보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여기서 재밌는 최근 조사 결과를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바로 서울 종로구 소재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의 평균 급여가 420만원대로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는 뉴스입니다. 종로구에 있는 임금 근로자 30만2천명의 최근 3개월간 급여는 월평균 426만원으로, 전국 시군구 229곳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이어서 서울 영등포구(415만원), 서울 중구(404만원), 서울 서초구(392만원), 서울 강남구(390만원) 등의 순으로 높았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은 평소 입버릇처럼 “사대문 안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죠. 앞서 이야기 해드렸던 우지파동때문에 22년 간 종로 수송동에 자리잡았던 삼양식품 본사가 1997년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겼고, 2002년에는 끝내 구 사옥을 매각해야 했던 아픔이 있었습니다. 회사가 안정된 이후 삼양식품은 수차례 사옥 이전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불닭볶음면으로 상승세를 탄 지금, 다시 사대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겁니다.
삼양식품이 작년 회사명을 바꿨다고 알려드렸죠. 바로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말입니다. 며느리가 삼양의 전성기를 다시 되찾았다면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는 삼양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불닭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워낙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삼양식품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전병우 상무가 서있습니다. 지난해 9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음식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한 단계 더 진화된 식품을 만든다'는 그룹의 비전을 공개했습니다.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두 축을 중심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을 강조했구요.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전병우 상무는 단순히 얼굴만 비춘 것이 아니라 그룹의 신사업을 설명했습니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
전 상무는 지난해 그룹의 기업 이미지(CI) 리뉴얼을 추진하고 '맵탱' 출시 과정에 참여하는 등 그룹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의 중장기적 계획은 전략 브랜드를 중심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 나간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전략 브랜드'가 바로 불닭과 맵탱입니다. 전 상무가 브랜드 기획,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에 참여한 맵탱은 '다채로운 매운맛'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내세운 라면 브랜드로 출시 직후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하루 만에 3000개가 팔려나가며 품절 사태를 빚었습니다. 출시 한 달 만에 300만개가량이 판매됐구요. 최근에 '나 혼자 산다'에서 출연진들이 '맵탱'을 먹는 장면이 공개된 직후 맵탱의 매출은 전주 대비 5배 증가하는 등 방송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습니다.
삼양식품은 맵탱은 물론 신사업 확대에도 공들이고 있습니다. 전 상무는 지난해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 선포식에서 발표한 대로 식물성 단백질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는데, 해당 사업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식물성 단백질, 글로벌 커머스 구축 등이 목표입니다. 그중에서도 전 상무는 식물성 단백질 사업이 기후변화와 건강 문제 해결에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기능성 식품 분야 사업 확장을 위해 기존 유가공 사업부를 통폐합하고 뉴트리션 사업부를 신설했습니다. 뉴트리션 사업부는 백색우유, 원료, 가공우유, 기능성식품 등을 취급합니다. 아직 뉴트리션 사업부 매출은 전체 매출 비중이 1%도 되지 않지만, 전 상무를 중심으로 본격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구요.

그런데 맞춤형과 마이크로바이옴이라.. 최근에 포스팅한 코스맥스에서도 이런 내용이 있었죠? 요새는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바이오가 대세인가봅니다.
삼양이 정말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삼양애니' 입니다. 애니? 애니메이션?? 진짜 콘텐츠를 만들 작정인가 봅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자회사 삼양애니가 김학준 전 스튜디오룰루랄라 CP(책임프로듀서), 샌드박스네트워크 CCO(최고콘텐츠책임자)를 신임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거든요. 김학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CJ ENM의 제작PD 출신으로 스튜디오룰루랄라(SLL)에서 CP를 맡아 '와썹맨', '워크맨', ‘시즌비시즌’ 등을 제작했습니다. 이후 샌드박스네트워크 CCO로 자리를 옮겨 샌드박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콘텐츠 프로덕션 환경 조성 등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삼양애니는 김학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을 기점으로 글로벌향 K-푸드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새로운 슬로건으로 ‘먹는 즐거움에서 보는 즐거움으로’를 공개하며 향후 방향성을 제시했죠. 삼양애니가 바로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를 실현하기 위한 무기입니다. 삼양애니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 시청자를 타겟으로 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먹는 행위에 집중된 기존 푸드 콘텐츠와 달리, 삼양애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K-컬쳐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폭 넓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생산하고, 지속적인 확장을 이뤄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할 계획인데요. 먹는 브랜드에서 만드는 콘텐츠라.. 정말 앞으로 될지 제일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