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시작한 무신사지만 2021년 5월 서울 홍대 입구를 시작으로 2022년 강남, 지난해 서울 성수와 대구 동성로, 부산 서면 등 총 다섯 곳에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해서 운영중입니다. 이달 중엔 서울 명동에 새 매장을 오픈하구요. 또한 3월 안에 롯데몰 수원점에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오픈하면서 기존의 로드샵 형태의 매장을 대형 유통업체 입점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죠. 4월에는 요즘 정말 핫한 그곳, 스타필드 수원점 그리고 현대백화점 부천 중동점에도 오픈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 무신사 주식 관련 엄청난 뉴스가 나와서 개미들의 주목을 끌었는데요.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권리락이 제때 발동하지 않아 1만원짜리 주식이 100만원에 거래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거죠. 신주 배정 기준일에 대한 해석 차이로 한국예탁결제원과 무신사 사이에 혼선이 생긴 탓입니다. 무신사는 지난 1월 5일 1주당 신주 99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1월 22일 0시, 즉 21일까지 무신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100배로 더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쉽게 말해 100만원짜리 주식 1주가, 1만원짜리 주식 100주로 바뀌는 셈인데, 이때 100만원에서 1만원이 되는 과정을 권리락이라고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22일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해야 했는데 0시가 지났는데도 주가는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1만원에 거래돼야 할 주식이 100만원에 거래된거죠.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무신사 주식 896주가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거래금액이 약 9억원 수준입니다. 내용만 봐서는 무슨 혼선이 생긴지 잘 모를수 있을텐데요. 문제는 신주 배정 기준일인 1월 22일 0시를 해석하는 차이에서 발생했습니다. 무신사는 22일 0시를 21일까지 보유하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예탁원은 22일까지 보유한 이들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으로 입력한거죠.

<무신사 무상증자 공고문>


결국 1만원선에서 거래됐어야 할 주식이 100만원에 거래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등 비상장주식 플랫폼에도 22일, 무신사 주식이 한 주당 100만원 선에서 거래된 흔적이 있거든요. 비상장주식이다 보니 투자자 간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무상증자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지 모르는 투자자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일 거래된 문제의 896주의 행방이 묘연한 것도 참 문제입니다. 한 비상장주식 플랫폼에서는 당시 이상 거래를 인지하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거래를 되돌리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요.

무상증자 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긴 했지만 무신사는 지금 잘 나가는 기업입니다. 무신사는 셔츠와 바지 등 패션 기본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국내 대표 SPA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며 2017년 무신사 스탠다드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처럼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는데,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더욱 타겟으로 삼고 있습니다.

2024년까지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30호점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 목표를 갖고 있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


일본 공략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무신사 쇼룸에 글로니, 기준, 락피쉬웨더웨어, 레스트앤레크레이션, 스탠드오일, 코스트퍼킬로, 토앤토 등 총 7개 브랜드가 참여해 24 FW(가을·겨울) 시즌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쇼룸은 럭셔리 부티크를 비롯해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감각적인 브랜드가 밀집한 미나미 아오야마에서 운영되면서 무신사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음을 잘 알수 있었는데요. 4일간 운영된 쇼룸에서는 일본 유명 편집숍과 백화점 등 패션·유통업계 바이어 150여 명이 참여해 K패션 브랜드의 새 시즌 상품을 눈여겨 봤다고 합니다.

<24FW 무신사 도쿄 쇼룸>


이쯤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기는 구독자분들이 계실텐데요. 바로 '온라인에서 잘나가는데 도대체 왜 오프라인에 공을 들이는거지?' 말입니다. 무신사와 산업군은 다르지만 요즘 컬리도 오프라인 확장에 힘을 쏟고 있거든요. 답을 바로 말씀 드리자면 이제 엔데믹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옴니 채널'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옴니채널이란 온·오프라인과 모바일을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구매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고 맘에 든 제품이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면 그 상품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품절인데 특정 오프라인 매장에만 재고가 있다면 그곳까지 가서 구매하기도 하는거죠. 이게 바로 옴니채널의 간단한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컬리가 CU 타워팰리스점에 컬리 PB 상품 110여 종을 판매한다는 것도 비슷한 예입니다. 국내에서 e커머스가 오프라인 채널과 손잡고 정규 매장을 연 것은 처음이라 많은 관심을 받았었죠. 가격은 컬리 앱과 동일합니다.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오프라인 채널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했는데요.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더 현대 서울’입니다. 더 현대 서울의 성공을 바탕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e커머스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더욱이 매장을 늘리면 온라인 물류 센터로도 활용할 수 있어 최근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 ‘CU 컬리 특화 편의점’ 인 서울 도곡동 ‘CU 타워팰리스점’>

팬데믹으로 소통 단절을 겪은 뒤 인간적인 연결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고 있다.

최대 소비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잘파 세대(Z세대+알파세대)’

디지털에만 익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타인과의 연결성을 확인하고

소통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쓴다

책 『잘파가 온다』 에서 발췌


무신사는 현재 PB 사업으로 '무신사 스탠다드'와 뷰티 브랜드 '오드타입'을 전개 중인데요. 새로운 PB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대기중입니다. PB 상품은 높은 마진을 자랑하기 때문에 유통업에서 많이들 탐내는 부분입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로 제대로 성공하면서 더욱 PB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새로운 브랜드로 '아트&티' 브랜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트&티는 의류뿐만 아니라 화장품, 액세서리, 잡화 등 범위가 다양합니다.뷰티 쪽에 진출한다니 떠오르는 경쟁자가 딱 있죠. 바로 올리브영입니다. 사실 신생 및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무신사의 브랜드 육성 정책은 신생·중소 브랜드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며 성장한 CJ올리브영의 전략과 '닮은꼴'이기도 하거든요. 비슷한 사업전략을 구사하며 커가고 있는 무신사가 이제는 뷰티사업까지 넘어오면서 CJ올리브영의 영역까지 넘보는 상황이 된겁니다.

무신사는 '패션'을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뷰티'에 중점을 둔 올리브영과 산업군이 다르고,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한 올리브영과 아직 체급 차이가 나는 것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양사 모두 입점 브랜드의 성공이 곧 기업의 전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동반성장 전략을 추구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무신사의 뷰티 진출에 자동적으로 올리브영이 거론되고 있죠. 지난 5일 무신사가 단독으로 출시한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와 패션 브랜드 엠엘비(MLB)의 콜라보 상품인 '바닐라코 x MLB NY 핑크 한정판 에디션'은 판매 1주일만에 정상가 기준으로 3억원에 달하는 8500개가 팔렸습니다. 바닐라코 브랜드의 전체 판매액도 같은 기간 3억2000만원을 넘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약 4045% 급증한 수준입니다. 판매 수량도 1년 전 400여 개에서 1만1300여 개로 2746% 뛰어올랐구요.


<무신사 단독 '바닐라코 x MLB NY 핑크 한정판 에디션>


무신사와 올리브영의 평행이론을 조금 더 말씀드릴께요. 올리브영은 지난해 기준 입점 브랜드 중 100억원 이상 연매출을 기록한 '100억 클럽' 브랜드 수가 전년 동기보다 30% 늘어났습니다. 특히 100억 클럽의 절반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이구요.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중소기업 브랜드 2곳도 처음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신사 역시 지난해 기준 100억 클럽 브랜드 수가 전년 보다 2배 늘어난 60% 이상 될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6년 무신사에 신생 브랜드로 첫 입점한 이후 단독으로 무신사에서만 거래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도프제이슨'은 지난해 기준 연매출 100억원대로 성장했습니다.양사 모두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까지 동시에 강화하면서 실적이 골고루 향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무신사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올리브영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한거죠.

무신사의 성장에는 SPA 브랜드의 높아진 위상이 한몫을 했습니다. SPA 브랜드는 유행하는 옷을 빠르고 저렴하게 선보여 급성장했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과 함께 플렉스 문화가 부상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던 적이 있는데요. 2019년부터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한 플렉스는 로고가 큰 옷이나 명품을 입은 모습을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과시하는 문화로, 명품과 고가 브랜드의 소비를 주도했던 그 시기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당 유행이 주춤해 지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절약형 소비처로 다시 살아나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대표 SPA 브랜드인 자라는 2022 회계연도(2022년 2월~2023년 1월) 매출이 5552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39억원으로 71%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H&M 운영사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 80% 증가한 3368억원, 166억원을 기록했구요.

고물가의 영향으로 패션 소비가 양극화하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옷은 가성비가 높은 SPA 브랜드에서 구매하고,

외투나 가방, 신발 등은 고급 브랜드를 소비하는 현상이 두드러져 관련 브랜드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무신사는 최근 패션 e커머스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1위를 굳히는 모습입니다. 이용자 수는 물론 거래액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2022년 무신사의 연간 거래액 규모는 3조 원대, 2023년에는 4조 원을 웃돌았을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게다가 2022년 70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알려지구요. 그렇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5% 급감했습니다. 플랫폼 간 경쟁 심화로 광고비를 비롯한 판매·관리비가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났기 때문이죠. 무신사는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에서 938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올해 말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연 이자 8%를 더해 투자금을 물어 주는 계약(풋옵션)을 체결했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무신사의 연내 상장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작년 11월에 2025년까진 IPO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다행인건지 현재 기업가치는 약 3조 5000억원으로 세콰이어캐피탈과 계약할 당시보다 높아 풋옵션 행사 시 상환받을 금액보다 세콰이어캐피탈의 기대금액이 더 높습니다. 쉽게 말해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다는 거죠.

무신사는 과연 2025년 이후에는 상장을 성공할 수 있을까요? 무신사 상장에 항상 커플로 따라다니는 기업이 바로 컬리이죠. 두 기업 모두 이커머스 업계의 대표 유니콘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컬리나 무신사가 추진 중인 사업들이 수익성 개선 증명 등을 아직 완전히 이룬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리 등 시장 상황에 따라 IPO 시기나 성공 여부는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