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심당의 매출은 1243억원으로 전년(817억원) 대비 50% 넘게 증가했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단일 빵집 브랜드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건 성심당이 처음인데요. 더욱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이 315억원으로 전년(154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성심당의 영업이익 315억원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199억원)과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14억원) 같은 대기업의 영업이익보다 많은 금액이라 더욱 화제가 되었죠.

'성심당에 가기 위해 대전에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심당의 인기는 전국구입니다. 대전 중구 은행동 본점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고, 케이크 구매를 위한 '오픈런'도 자주 볼 수 있죠. 성심당의 대표 제품인 '튀김소보로'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9600만개에 달하고, 지난해 2월 출시된 '딸기시루' 케이크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쳤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이 딸기시루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기다리거나 8시간 넘는 줄을 서는 행렬이 이어졌고, 온라인상에서는 원가의 3배 가격에 되파는 경우도 등장했거든요. 딸기시루는 케이크 하나에 딸기를 가득 채워 넣어 ‘가성비 케이크’로 불립니다. 딸기시루의 인기가 멈출 줄 모르자 지난달 대전 롯데백화점은 딸기시루 전용관까지 열었습니다.

<성심당 딸기시루 케이크>

성심당의 대표 효자상품인 튀김소보로는 MLB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 했습니다. 지난달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 투수가 ‘MLB 월드투어’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LA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성심당 빵을 선물했는데요. 그 빵이 바로 튀김소보로 였죠. 로버츠 감독이 덕아웃에서 튀김소보로를 맛본 뒤 엄지손가락 치켜드는 모습을 많은 야구팬들이 직접 봤습니다. 국뽕을 넘어 대전뽕이 차오르는 순간이었죠.


현재 소셜 미디어에서 난리난 아래 사진 보신 적 있나요? 대전역 물품 보관함에 가득한 성심당 빵 봉투 사진이요. 엑스(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 ‘대전역 코인 로커 근황’ ‘대전역 코인 로커가 하는 역할’ 등의 제목으로 여러 건의 사진이 올라왔는데요. 대전을 찾은 관광객들이 성심당 빵을 사서 보관용으로 넣어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진 한장으로 "대전 = 성심당" 이라는 공식을 정확하게 확인시켜 주죠. 대전시는 성심당을 주축으로 빵의 도시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지난해 10월 '대전 빵축제'를 열기도 했습니다. 축제 기간 이틀동안 10만여명이 다녀가며 문화체육관광부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죠.

<X 갈무리>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에서 시작한 성심당은 대전 내 4곳 지점을 제외하면 타 지역 지점이 없고 진출할 계획도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 주민은 물론 ‘빵지순례’에 나서는 외지인의 발길을 사로잡는 대전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기 위한 선택인데요. 그만큼 성심당은 대전 사람들에겐 빵집 그 이상의 추억을 상징합니다.

아니 그런데, 대전에만 딱 4개 있는 성심당이 어떻게 전국에 퍼져있는 파리바게트 보다 영업이익이 높을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인 빵집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사업구조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수치들은 본사만의 단순 영업이익 규모를 비교한 것이어서 실제 수천개에 이르는 가맹점까지 합친 총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실제와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성심당은 가맹점이 없지만,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보다 가맹점 영업이익이 더 높을수도 있구요. 실제 파리바게뜨 가맹본부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한 판매촉진비로 약 1400억, 콜드체인 물류비로 약 1500억원 등을 지출합니다. 판관비가 높기 때문에 가맹본사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거죠. 파리크라상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매출의 45% 수준으로 성심당보다 2배 이상 높은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성심당은 점포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비교하면 물류비용 등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동네 빵집이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영업이익이 많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있죠.

<https://www.sungsimdangmall.co.kr>

그렇다면 도대체 성심당의 인기는 무엇때문일까요? 재료를 아낌없이 투하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 ‘가성비 전략’이 소비자를 끌며 급속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만장일치의 답입니다. 당일 판매하고 남은 빵과 제과는 모두 기부하고, 월 3000만원가량의 빵을 양로원과 보육원에 별도로 보내는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도 사람들이 성심당에 열광하는 이유이구요. 튀김소보로는 1700원, 판타롱부추빵은 2000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또한 딸기로 가득 채워져 무게가 2.3㎏에 달하는 케이크 '딸기시루'는 4만3000원이죠. 기억하시나요? 작년 크리스마스 케이크 중에 유명하다는 케이크들은 10만원이 넘었다는 사실을요. 이처럼 성심당 빵은 고물가 시대에 '착한 가격'으로 온라인에서 크게 알려지면서 대박을 친겁니다.

성심당 매장은 4개밖에 없지만 온라인 매장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인 '성심당몰'에서 주요 제품등을 택배배송으로 판매하며 매출을 늘리고 있거든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성심당몰의 케이크 상당수는 예약 시작과 동시에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작년에 대박을 친 딸기시루를 이번달까지만 판매하기로 결정하는 대신에, 여름 한정으로 생망고를 가득 담은 '망고시루'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성심당 케익부띠끄 본점과 롯데점에서는 오는 19일부터, DCC점은 23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망고시루는 벌써부터 인기가 급상승 중입니다.

성심당이 이렇게 승승장구 하는 동안 국내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인 파리크라상과 뚜레쥬르는 해외 사업에 힘을 팍팍 주고 있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해외 사업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허 사장은 2019년 중국에 SPC 텐진 공장을 준공하고 같은 해 싱가포르 주얼창이 입점 등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2021년에는 합작법인(JV)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잇달아 진출하기도 했죠. 현재 파리바게뜨는 해외 영역확장에 집중하며 550개의 매장을 출점했습니다. 해외 사업 매출액은 2020년 3120억원에서 2021년 4008억원으로 28.46% 성장한 이후, 지난 2022년 말에는 49.76%의 성장률을 보이며 6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이탈리아 파스쿠찌의 CEO인 마리오 파스쿠찌>

SPC는 현재 글로벌 사업 확장을 앞둔 중요한 시기인데, 사실 안타까운 사건이 터졌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을 탈퇴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지난 5일 검찰에 구속됐거든요. 지난달 24일 허 회장은 방한 중인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와 만나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었는데요. 이번 허 회장의 검찰에 구속으로 해외 사업에 여파가 생기지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파리크라상보다 더욱 나은 상황입니다. 사실 CJ푸드빌이 지난해 호실적을 보였는데, 그 중심에는 뚜레쥬르가 있었기 때문이죠. CJ푸드빌은 지난 연결기준 매출액 8447억원, 영업이익 4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2%, 73.6% 증가했습니다.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래로 영업이익은 연평균 300% 이상 성장했으며 지난해 실적은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뚜레쥬르는 현재 LA,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주 등 국내 베이커리 업계로는 최다인 미국의 절반이 넘는 26개 주에서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100호점을 돌파하고 가맹점 출점에 탄력을 받고 있으며 2030년 미국 내 1000개 매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구요.

<대전역과 성심당이 KTX 개통 2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빵>

최근 몇 년간, 소셜미디어 에서는 ‘빵지순례(빵+성지순례)’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국의 이름난 빵 맛집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찍고 다양한 제품에 대한 시식평을 올리는 콘텐츠가 바로 주요 내용이었죠. 명실상부 성심당은 빵지순례 1순위 입니다. 성심당에 빵지순례 하러 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KTX를 탑니다. 왜냐하면 대전역에 성심당 직영점이 있거든요. 이번 KTX 개통 20주년에 의미를 보태기 위해 'KTX 20'을 새긴 빅매치빵과 기차 마들렌 패키지 등 2종의 기념빵을 선보이는 것은 성심당과 대전역의 상생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성심당 하나로 전국에서 대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니, 이것이야 말로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입니다. 언제쯤 성심당이 대전 바깥에 그리고 어디에 매장을 오픈할지 모든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성심당이 그렇게 할까요? 구독자 분들의 각자 생각에 오늘의 결론을 맡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