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의 23년도 매출이 1276억원으로 전년도 499억원보다 156% 증가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 사업을 본격화한 2020년의 매출이 118억 원 이었으니 약 3년 만에 10배 이상 매출이 급증한 셈이죠. 무엇보다 작년 영업이익이 173억원을 기록하면서 2015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당근의 영업손실은 2020년 134억원, 2021년 352억원, 2022년 400억원대로 꾸준히 늘다가 작년에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건 무엇때문일까요? 짐작하시겠지만, 네 바로 광고 때문입니다. 작년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 이상 성장했는데요. 최근 3년간 광고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은 122%로 매년 두 배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 연결 기준으로는 북미, 일본 등 해외 법인과 당근페이의 자회사 비용이 영업비용으로 편입되면서 1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당근마켓 자체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면서 전년 대비 98% 이상 영업손실을 줄이게 되었으며, 당기순이익 관점에서는 2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은 누적 가입자 360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900만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성인 중에 당근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얼마전 개그맨 박명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할명수'에서 패션 관련 내용이 업로드 되었는데요. 내용 중에 박명수가 <당근>을 많이 이용한다고 직접 밝혀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당근을 언급한건 제작진이었지만 박명수가 실제로 당근을 많이 이용한다고 인정(?)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박명수도 진짜 당근으로 옷을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죠.


당근은 지난 2015년 ‘당근마켓’으로 출발한 스타트업입니다. '당신의 근처'의 줄임말인 <당근>은 설립 초기부터 이웃과의 소통을 내세웠죠. '당신의 근처에서 중고거래를 하세요' 라는 목표에서 시작했지만 지난해 8월 사명을 ‘당근’으로 변경하면서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서의 하이퍼로컬 사업을 확장하면서 더욱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당근을 단순한 중고거래 앱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는 ‘당근알바’, ‘동네생활’에 이어 최근 주목받는 숏폼 ‘당근 스토리’까지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중고거래도 아직 순항 중입니다. 지난해 당근에서 중고거래로 이뤄진 연결 수는 1억7300만건인데 그중 나눔 건수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1300만건이라고 합니다. 이웃 간 중고거래와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며 자원 재순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죠.


당근마켓의 첫 기관 투자사가 어디인지 아세요? 카카오벤처스 입니다. 카카오벤처스는 2016년 당근마켓의 기관 첫 투자로 나선 뒤 2023년 부분 회수해 150배가 넘는 멀티플을 달성했습니다. 이 업적으로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2월 열린 '2024 한국벤처캐피탈대상’에서 Best Investment Deal(ICT분야)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국내 ICT 발전과 창업 생태계 다양성과 경쟁력을 높인 하우스에 수여하는 상인데요. 카카오벤처스는 당근마켓을 발굴할 당시 중고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지역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당근마켓은 현재 기업가치 3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2016년 시리즈A를 시작으로 총 4차례 투자를 유치했고 누적 투자금은 2270억원에 달합니다.


지금이야 당근이 첫 흑자도 내면서 승승장구 있지만 사실 몇년 전만 해도 무너질 뻔 했습니다. 이상하죠? 내 주변 사람들 다 당근하던데 왜 망할뻔 했을까. 수익모델이 없었거든요. 당근마켓의 이용자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착한 아들이 없었던 겁니다. 특히 2022년에는 매출 499억원보다 더 많은 56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우려가 커졌는데요. 적자 565억원은 당근 설립 이후 최대 적자였는데요, 개발자 초봉이 6500만원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높은 인건비가 초유의 적자 사태로 이어졌다고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대 적자의 원인에는 파격적인 복지도 한 몫을 했습니다. 당근은 직원들 식비 뿐아니라 도서, 어학, 교육 등도 비용 제한 없이 지원하거든요. 특히 휴가를 일수에 제한이 없이 마음껏 쓸수 있는 ‘무제한 자율휴가’ 제도를 운용하면서 MZ 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주 핫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적자의 늪에 빠지고 말았죠. 2022년 급여로만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24억원을 썼고, 복리후생비에도 50억원을 썼거든요.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다음내용인데요. 그럼에도 당근은 직원 복지에 대한 투자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당근에 취직하고 싶어지죠.

좀 전에 언급한 내용인데요. 왜 돈을 벌어다 주는 착한 아들이 없었을까요? 당근을 한번이라도 이용해 본 분이라면 아실겁니다. 수수료가 없거든요. 글로벌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가 거래 건당 20%의 수수료를 매기는 것과 참으로 대조적이죠. 포쉬마크? 네, 맞습니다 네이버가 큰 돈주고 인수한 그 기업이죠. 최근에 밝힌 네이버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대의 성장세를 보였는데요. 커머스 사업 부문은 포시마크의 편입 효과, 크림의 수수료율 인상, 스마트스토어 전체 거래액 성장과 함께 브랜드솔루션패키지와 도착보장 서비스 수익화가 시작되며 전년 동기보다 35.7% 오른 66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4분기 전체 거래액은 브랜드스토어와 서비스 거래액 성장으로 전년동기 대비 11.0% 증가하면서 12조4000억원을 기록했구요.


포시마크가 포함된 커머스의 연간 매출은 전년(1조8011억원) 대비 41.4% 성장한 2조5466억원입니다. 포시마크 인수 전후로 매출이 약7455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네이버 실적에서 포시마크의 기여도가 높아지자 투자금 회수 시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포시마크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포시마크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거든요.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포시마크의 대표적 특징이 ‘커뮤니티 중심의 커머스’ 입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의 강점을 살려 지역 단위 커뮤니티 기능을 도입하여 많은 가입자를 끌어모았죠. 포시마크 사용자 중 MZ세대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밀레니엄 세대 여성의 약 90%가 포시마크 커뮤니티에 가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시마크와 달리 수수료가 0원 이었던 당근은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요? 답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광고'입니다. 그런데 그냥 광고가 아니라 '지역광고' 이죠. 동네 식당과 미용실, 헬스장 등이 전단을 뿌리며 오프라인으로 영업해온 지역 광고시장을 당근이 온라인으로 싹 옮겼습니다. 읍·면·동 단위, 걸어서 5분 거리(가게 반경 300m) 고객 등 지역 기반으로 이용자를 타깃해 광고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거든요. 당근의 지역 광고는 기존엔 없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3600만명이라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할 수 있다는데 어떤 광고주가 망설이겠어요? 지난해 당근 광고주와 집행 광고 수는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고 작은 동네 점포들은 물론이고 쿠팡, 베스킨라빈스 등 대형 브랜드들도 지역 타깃형 광고를 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인근 주민에게 가게를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로컬 마케팅 채널 ‘비즈프로필’도 호평을 받고 있죠. 지난 2022년 62만개였던 비즈프로필 가입 가게 수는 지난해 85만개로 37%가량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2022년 광고 매출액은 495억원으로, 117억이었던 2020년과 비교해 323.1% 늘어났죠.


당근의 새로운 시도인 '공공프로필' 서비스도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공공프로필은 당근 앱을 이용하는 지역주민이 공공기관이 게시한 소식을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채널인데요. 남양주시는 3월 초부터 시범운영 중인 '당근 공공프로필' 공식 채널을 4월부터 정식으로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말에는 경기도 포천시 공공프로필도 개설되었고, 최근에는 광주시 북구(구청장 문인) 구정 소통 채널’ 도 개설되었습니다. 당근의 공공프로필에 가입한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 작년 5월 26일 서비스 출시 이후 약 100일만에 누적 가입 계정 수가 100개를 넘어서기도 했죠. 당근이 공공기관과 지역 주민 간 소통 채널로 빠르게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실제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연결되어 밀도 높은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국 단위로 노출되는 기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달리 당근은 지역을 인증한 주민들이 모여있는 국내 유일의 커뮤니티라는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거죠.



당근은 다양한 지역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광고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근 앱에는 중고 거래 외에 중고차 직거래, 부동산 직거래, 과외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열려 있는데, 각 카테고리가 활성화되면 더 정확한 타깃 광고가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카카오가 카카오톡 트래픽을 기반으로 게임, 페이, 택시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듯 당근마켓도 여러 지역 서비스를 시도하며 새 수익원을 찾고 있는 겁니다.

해외 시장 진출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11월 'Karrot(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첫 선을 보인 당근은 현재 캐나다, 미국, 일본 등 4개국 560여 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북미 시장 진출의 거점지로 삼은 캐나다의 경우 2024년 2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일본 역시 전년 대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3.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해외 사업은 국내 초기 모델과 유사하게 중고거래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모으는 중입니다. 거래를 통해 매너 온도(캐롯 스코어)를 높이고, 특정 활동 조건을 충족할 때 뱃지를 제공하구요.


글로벌 성과의 배경에는 문화적 유사성이 존재합니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이미 이웃끼리 저렴하게 물건을 사고파는 야드세일이나 차고세일(Garage sale) 문화, 플리마켓이 생활화되어 있죠. 캐나다 캐롯의 지난해 MAU는 매월 평균 15%씩 성장세를 보였으며 중고거래 플랫폼 중에서는 사용자 수 기준으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당근은 해외에서도 GPS 인증을 기반으로 '동네'라는 키워드에 철저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캐롯은 지난 19일캐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소셜앱 부문에서 각각 5위와 7위를 기록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의 5위라는 순위는 7위를 기록한 글로벌 소셜미디어(SNS) '엑스'보다 높은 수준이니 정말 칭찬할 만 하죠. 캐롯이 중고 거래 플랫폼이 주로 등재되는 '쇼핑' 카테고리가 아닌 '소셜' 카테고리 인기 항목으로 등재된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입니다.

당근은 2021년 토론토에 현지법인을 세웠으며 2022년부터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김용현 대표가 캐나다 현지에 주재하며 글로벌 서비스 확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캐롯은 서비스 현지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같은 해 6월 캐나다 국적의 현지 전문가 로버트 킴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기도 했죠. 캐나다 내 인기 확산에 고무된 당근은 미국 시장에서도 서비스 지역 확대에 속도를 낼 예정으로 뉴욕, 뉴저지 지역에 이어 곧 시카고로 지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당근이 첫 흑자를 내고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면서 지금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투자 유치를 하지 않고 곧바로 상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외형 확장을 잠시 미룬 만큼 보유 현금이 충분하기 때문이죠. 당근은 약13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22년(1021억원)과 비교하면 약 27.3% 증가한 금액입니다. 당근, 쿠팡, 컬리 등 버티면서 흑자를 만들어 낸 기업들이 속속 나오면서 시장은 지금 들썩이고 있습니다. 1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그야말로 "계획적인 적자"를 이겨낸 쿠팡과 작년 12월에 창립 이후 처음으로 조정 상각전영업이익(이하 EBITDA) 흑자를 기록한 컬리도 주인공이죠. 매출의 99%를 차지하는 광고사업의 비중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하고 있는 당근이 어떤 계획을 들고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