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63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거든요. 특히 4분기 클라우드 부문의 영업이익이 105억원이나 되면서 진짜 기술기업으로 전환이 시작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으잉? 야놀자가 기술기업? 클라우드 사업?? 아직까지 야놀자를 그냥 숙박예약 앱으로 알고 계신 구독자분들이 계신가요?


야놀자가 지난 5일 신규 기업 아이덴티티(CI)를 공개했습니다. 신규 CI는 지구와 여행의 각 터치 포인트를 연결하는 라인을 형상화한 심볼을 더해 전 세계 여행시장을 연결하는 '하이퍼 커넥터'로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관계자 말을 더 들어보면 야놀자가 제공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만들어갈 여행의 무한한 기회와 연결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오호라. 여기서도 '혁신적인 기술' 이라고 표현을 했네요. 야놀자는 여행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플랫폼 중개수수료 기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9년부터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클라우드 부문의 지난해 1, 2분기 매출은 284억원, 3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56%, 20% 상승했습니다. 하반기는 더욱 상승세가 도드라졌습니다. 같은 해 3분기 매출은 628억원, 4분기 54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9.7%, 86% 상승했구요. 클라우드 부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몸집을 키우는 것 뿐 아니라 수익도 함께 창출하고 있습니다. 야놀자클라우드는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사업진출 이후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해왔지만 지난해 3분기 92억원 영업이익을 냈고, 4분기 역시 105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거든요. 실상 야놀자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흑자를 기록하며 방어에 성공한 건 클라우드 사업 부문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야놀자클라우드 성장과 흑자전환이 유의미한 건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이 대부분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야놀자는 현재 200여개국 대상으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수출 및 공급 중입니다. 지난 4분기 글로벌 사업매출(해외 계열법인 실적 기준)은 3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96% 이상이나 폭증했습니다.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후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클라우드 솔루션(Saas) 및 아웃바운드(Outbound·내국인의 해외 여행) 사업을 키우는데 박차를 가했죠. 회사는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히는 동시 글로벌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고글로벌트래블, 인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반 기업들을 대거 인수하며 내실을 다졌습니다. 사실 시장에서는 손정의 회장의 야놀자에 대한 투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습니다. 적자만 걷고 있던 야놀자를 선택한 손정의 회장의 안목을 믿을수가 없었던 것죠. 손 회장의 선택을 받은 다수 기업이 부진을 겪은 히스토리도 존재했구요.

이쯤에서 드는 질문! 도대체 왜 야놀자가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여행앱으로 한참 잘 나가던 야놀자는 갑자기 고민에 빠집니다. 국내 숙박과 여행 시장을 모두 끌어모아도, 심지어 독점을 이뤄낸다고 하더라도 시장 자체의 파이가 작아 지속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거죠. 지금 야놀자 클라우드 그룹을 이끄는 김종윤 대표는 구글과 맥킨지 출신입니다. 출신에서 딱 느껴지듯이 김 대표의 야놀자 합류 후 미션은 숙박앱의 확장성 한계를 딛고 회사를 키우는 것이었죠.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클라우드 회사가 된 아마존처럼 말입니다. 2018년 국내 기준 가장 점유율이 높은 숙박 예약 앱이었던 야놀자는, 현재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한 겁니다.


물론 잘하고 있던 숙박앱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타진해 봤죠. 글로벌 여행 시장은 수천조 원에 달하는 큰 시장이지만 냉정하게 시장을 분석했을 때 야놀자 플랫폼이 익스피디아 그룹, 부킹닷컴 그룹 등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후발주자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발주자들을 이기는 사례는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서 야놀자는 현지 유력 플랫폼과의 협업을 택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숙박 상품을 각자의 플랫폼에서 교차 판매하는 식인거죠. 일본의 라쿠텐과의 협업에 이어 미국의 트립어드바이저, 대만의 공유숙박 플랫폼 아시아요와 손잡으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더불어 2021년 인터파크 여행, 공연 등의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국내 여행시장의 파이도 더욱 키웠습니다.

<세계 최대 여행 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저>

자 그렇다면 클라우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봅시다. 야놀자가 클라우드로 그리는 그림은, 여행객의 여행 전 과정에서 빈 구멍 없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야놀자 관계자에 따르면 “파편화된 전 세계 여행 정보와 데이터를 야놀자의 플랫폼 및 클라우드 솔루션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AI·빅데이터 기술로 누구나 여행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세상을 만들겠다" 는 건데요. 야놀자의 클라우드란 흔히 알고 있는 웹 저장 데이터가 아니라 호텔이나 숙박업체들에 제공하는 원격 관리 프로그램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여가 예약 사업의 경우 소비자 거래(B2C)는 이미 디지털화 되어 있지만 숙박업체나 여행지 등 기업 간 거래(B2B)는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서 착안한 사업이죠.

야놀자는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호스피탈리티 운영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시스템(PMS), 채널관리시스템(CMS), 키오스크(Kiosk), 부킹엔진(BE) 등’ 을 제공하는데요. 클라우드 솔루션을 통해 야놀자는 여행객이 움직이는 모든 동선의 데이터를 구멍 없이 확보하게 됩니다. 다시말해 사람들이 여행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어떤 숙소를 정하는지, 해당 숙소에서 어떤 비품을 구매해서 쓰는 지, 무엇을 먹는지, 어떤 것을 하고 노는지 등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얻게 되는거죠.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호텔, 리조트 등의 숙박업체는 운영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고, 여행객은 편해지는겁니다.


<야놀자의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중 하나인 '스마트 객실관리시스템'>

야놀자는 2019년 이지테크노시스를, 2021년에는 산하정보기술을 인수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지테크노시스는 사실 현재 야놀자클라우드솔루션의 전신이구요. 야놀자의 호스피탈리티 솔루션은 호텔과 숙박 시설뿐만 아니라 레저, 골프, 식음 등 다양한 여행 공간에 적용 가능합니다. 클라우드 환경을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므로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어디든 솔루션을 수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구요. 야놀자는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SaaS 기업으로 아예 체질을 바꿀 계획입니다. 3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50번째 해외지사를 오픈하며 해외오피스를 활용해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및 디스트리뷰션 솔루션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지속 확장하겠다고 밝혔죠. 현재 야놀자는 190여 개국에 클라우드 솔루션을 수출 중이며, 전 세계 27개국에 50개 오피스와 4개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야놀자가 여행 인벤토리를 취급하는 이스라엘 B2B 솔루션 회사 고글로벌트래블(GGT)을 인수했습니다. GGT는 전세계 100만개 이상 여행 인벤토리를 1만여 온오프라인 여행 기업에 제공하고 있는 기업인데요. 관련해서 아주 놀라온 뉴스가 하나 있었죠. 바로 나스닥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를 띄운 것인데요. 아직 나스닥에 상장도 하지 않은 야놀자라는 한국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고 나스닥이 공공연하게 축하를 해 준 것은 참으로 의미하는바가 크죠. 야놀자 이수진 총괄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스닥으로부터 축하를 전광판으로 받으니, 원톱 트래블 기업이라는 목표에 한발 한발씩 걸어 가고 있다 느낀다”는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전광판에 뜬 축하메세지>

이수진 총괄대표는 여가 업계 첫 유니콘 신화를 쓴 자수성가 인물로 유명합니다. 이 대표가 힘들게 모은 4000만원을 주식으로 다 잃고 갈 곳이 없어 선택한 것이 모텔 청소였다고 하죠. 모텔에서 청소부 일을 하며 숙박업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이후 2005년 모텔 사용자들이 후기 등을 공유하는 다음 카페인 '모텔투어'를 500만원에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1년 만에 회원수 3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사업은 급성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2007년 5월 정식으로 야놀자닷컴을 열고 숙박예약 서비스업을 시작했죠. 인터넷 홈페이지로 시작했던 야놀자닷컴은 스마트폰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2015년부터 애플리케이션의 형태로 바뀌었고 2019년에 호텔예약 스타트업 데일리호텔을 인수해 예약 서비스 대상을 고급 호텔 및 레스토랑으로 확대했습니다.

2023년 12월, 야놀자가 굵직한 글로벌 인재를 한명 영입했습니다. 알렉산더 이브라힘이 그 주인공인데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근무하며 아시아, 북남미 등 비 미국 글로벌 기업의 기업공개와 자본조달일을 담당했던 엄청난 분이죠. 대표적으로 한국의 전자상거래기업 쿠팡과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앱 디디(DiDi), 남미에서 가장 큰 인터넷은행인 누뱅크(Nubank)의 NYSE 상장이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 야놀자 CFO직을 맡고 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지난해 12월 8일 거래소 건물 내 전광판에 이브라힘의 야놀자행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냄새가 나죠? 야놀자의 미국 상장이 임박했다는 냄새요.

<알렉산더 이브라힘의 야놀자 CFO 수락에 대한 축하 메시지>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이 성공할까요? 상장 이후에는 정말로 세계적 여행 솔루션 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이수진 총괄대표는 모텔 청소로 시작해서 글로벌 여행 솔루션 기업의 대표가 될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전개가 매우 기대되는 기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