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꽤나 좋은 상황인데 여기 4년 신저가(52주 신저가도 아니고 무려 200주를 넘었다)를 찍은 주식이 하나 있다.



바로 슈피겐코리아다.




<슈피겐코리아 주봉차트>





표시해둔 30,350원선이 1년 반동안 이어진 초강력 지지선인데 반등이 가능하긴 한건지 의문일 정도로 하향돌파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시총은 1,860억. 지난 해 순이익은 426억이다. PER은 대략 4.37배, PBR은 0.38배정도. ROE가 10% 언저리 나오는 회사인데 이 밸류로 평가받고 있다는 건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생각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역성장이 지속될 회사라면 밸류에이션이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ROE가 계속 떨어지면서 PBR 하락이 정당화되고, 그러다 적자로 전환하면 PBR은 급격히 상승할테니까.



슈피겐코리아는 앞으로 오를 수 있는 주식일까?




1. 주요국에서의 판매 둔화


우선 지역별 매출비중을 보자. 그동안 슈피겐코리아는 북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했고 유럽, 아시아 순이었다.





<2018년 ~ 2023년 지역별 매출 추이>



 국내는 매출이 항상 제자리걸음이었고, 비중이 가장 높은 북미지역에서 매출이 가장 빠르게 증가해왔으나 이제는 성장률이 상당히 둔화된 모습이다. 아시아는 아직까지 성장추세가 유지중이지만 속도가 조금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유럽은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 손세정제 매출이 약 6~700억 껴있으므로 이를 감안하고 봐야한다.




<제품군별 매출추이>





스마트폰 케이스의 매출이 수출을 중심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2023년에 크게 꺾였고, 그나마 보호필름과 기타 제품들의 지속적인 판매 증가로 2023년 실적을 간신히 지켜주었다.



사실 이런 수치만 놓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 2023년에 케이스 매출이 꺾였으니 앞으로도 역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부침일 뿐인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장의 성장은 제한된 상황에서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생겨나 슈피겐코리아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가 아마존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영향도 있겠지만 스마트폰 케이스를 검색했을 때 한 페이지에 슈피겐케이스는 1개 정도가 나온다. 보호필름도 마찬가지. 만들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회사별로 제품에 차이가 거의 없다 이제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뭣도 없이 네임밸류만으로?




2. 페스티버 사업 본격화


위와 같은 이유들로 슈피겐에서도 분명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브랜드화, 커스텀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지난번 T1, 유튜버 유후와의 콜라보에 이어 최근에는 먹방 유튜버 애정과의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버 애정과의 콜라보>



 32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인데 영상당 1주일 ~ 1달 평균 조회수가 약 15만 남짓...으로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이렇게 팬덤을 활용한 판매전략은 영향력이 크고 팬덤이 많은 사람일수록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계약에 의한 비용이나 주문제작에 따른 비용을 상쇄할만큼 판매량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서 이익에는 악영향이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연예인 류준열>





보니까 요번에 나락가신 류준열님께서도 페스티버 케이스를 쓰고 있더라..



그 다음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입점했던데 이건 조금 의문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페스티버' >





케이스는 취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이게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는 아이템인가 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다른 아이폰 케이스 리뷰를 보니까 '나에게 선물' 비중도 꽤 되는데 뭐.. 그럴 수도 있겠다.




3. 곳간에 쌓여있는 1,700억 어쩔건데


처음엔 좋아라했던 슈피겐코리아의 낮은 부채비율과 높은 재무 건전성. 하지만 단순히 번 돈들이 쌓이기만 하고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일일 수가 없을 것이다.




<슈피겐코리아 2023년 재무상태표 일부>





유동자산에서 현금성자산으로 1,000억, 비유동자산에 금융자산으로 760억 가량을 들고 있다. 심지어 이것은 부채로 조달된 것도 아닌 순수 자기자본이다. 시가총액이 1,800억인데 현금성자산이 1,700억이라는게 말이 되나? 그럼 매년 벌어들이는 400억의 순이익 가치는 PER 0.25배인 것인가?



에코마케팅처럼 투자할 데가 있어서 주주환원을 크게 늘리지 않고 현금들고 기다린다는 것은 주주로서 납득이 되지만 슈피겐의 경우는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으면서 주주환원에 미온적인 것은 납득이 어렵다. 그러면서 열심히 별관 짓고 사옥 구축하는 데다 돈을 쓰고 있다. 대표님이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싶으신가 보다.



전에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런 이유로 인천 물류센터에 설비도 들이고 있고 ODK Shop이라는 미국 한인 유통 플랫폼 인수도 진행한 것일테다.





<미국 한인 유통 플랫폼 ODK SHOP>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엔 쿠팡이라는 공룡이 있고, 해외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글쎄,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이미 거대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유통, 물류업계에 진입하려면 수 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쿠팡처럼, 중국 알리, 테무처럼 초저가 전략으로 들어가야 할텐데 보수적인 성향의 김대영 대표가 할 수 있을까?



종합해보면.. 본업에서의 성장성도 스마트폰 산업 성장속도 수준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신사업도 그리 기대가 되지 않는다. 성장이 끝난 기업이라면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성숙기와 쇠퇴기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런 기업은 드물다. 슈피겐코리아 역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싸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호재이다. 하지만 주가가 싼 이유와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할 것이다. 나는 매우 매력적인 숫자만을 보고 이 회사에 처음 접근했고, 회사와 동행하며 개선 포인트를 계산했지만 빗나갔으며, 최종적으로 오래 동행해서는 안 될 기업이라고 결론 내리게 되었다. 슈피겐코리아에 대한 투자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올해 중으로 천천히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