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하라는 거다. 전세가 기울면 병사뿐 아니라 장수 역시 의기소침해지고 좌절해 나약해지기 쉽다.

8대2의 법칙에 따라 자신이 인내한 시간보다 시세 분출 기간이 훨씬 짧은 것이 역사적 평균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자칫 이 시세가 영원할지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이벤트가 발생한다. 위 표는 그중 몇가지를 예로 든 것일 뿐이고 분류 자체를 투자자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해태의 부도로 롯데가 큰 반사이익을 봤다는 사례를 머리에 넣고 있었던 투자자라면 2008년 9월 BLU업체인 태산LCD의 파산으로 경쟁업체인 한솔LCD에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며, 전환사채로 재미를 본 투자자 중에는 아예 전환사채만 눈에 불을 켜고 탐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이른바 신주인수권 부사채 독소조항으로 불리는 리픽싱(행사가액 재조정)을 경험하거나 사례 연구를 한 투자자라면 BW 발행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리픽싱이 가능한 BW를 발행한 기업치고 주가가 급락하지 않은 경우가 드물 정도다. 리픽싱이 가능한 BW를 발행한다면 하한가에라도 빠져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앞날이 거의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주사 전환 기업들은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주가가 역사적 평균이라 할 정도로 유사한 패턴들을 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2003년 10월 턴어라운드 중이던 현대건설이 감자를 발표했을 때 하한가로 직행하는 주가 폭락을 경험했지만 그 이후 행보를 잘 살펴둔 투자자라면 2005년 9월 역시 턴어라운드가 진행 중이던 현대상사의 감자 발표가 악재로 비치지 않았을 거다. 기업분할이나 공개매수를 통한 무위험 차익거래 기회도 빼놓지 말고 챙겨둬야 할 분석 사례들이다. 특히 악재가 터져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일회성 단기 악재인지 펀더멘털에 금이 갈 정도의 악재인지를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예컨데 북한 리스크는 단 한 번도 펀더멘털에 근본적인 영향을 준 적이 없으며 매번 매수기회였다는 걸 사례 분석을 통해 알고 있는 투자자라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신이 나서 주식을 주워 담을 수 있다는 말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웬만한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을 단기에 올릴 수 있는 확실한 기회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정말 큰 사고를 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그랬다. 기타 개별기업들의 경우에도 삼성물산의 파생 손실, 삼성중공업 LNG선 결함에 대한 미확인 외신보도(실제로 끝까지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코오롱 공장 화재 등 단기 악재는 언제나 절호의 매수기회였음을 사례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위 표에서도 느끼겠지만 시장 이벤트는 실시간으로만 모니터링 하는게 아니다 비슷한 사례를 과거에서 들춰내 먼지 털어가며 정리하고 분석해 역사적 평균을 만들어야 한다. 한두 개의 사례만으로는 평균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역사적 평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한 다음 시행착오를 거쳐 나름대로 가설을 정설로 완성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언뜻 처음 대하는 이벤트라 할지라도 시장의 역사를 찾아보면 유사한 이벤트가 수도 없이 많다. 그 사례들은 분석해 대응하는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의 승률이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를테면 다음은 가설을 세우고 충분한 사례 분석을 통해 나름대로 거의 정설로 확인한 경우다.

-리픽싱 조항이 들어간 신주인수권부발행은 그 자체로서 펀더멘털 훼손이라 할 수 있으며 장기간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다.

-턴어라운드가 확실시되는 기업의 감자는 악재가 아니라 매수 기회다.

-기존 주주의 지분이 분할되는 회사의 비중에 따라 나눠지는 인적분할의 경우 비중이 적고 핵심사업이 아닌 기업의 주가는 단기에 과도하게 폭락한다(예컨대 대두골판테크라는 기업이 3대97의 비중으로 인기가 없는 골판지 사업 회사와 첨단장비를 만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대두테크로 분할될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보유 중인 3%의 골판지 사업회사 지분을 가격불문하고 거의 내다 버리다시피 하기 때문에 과도한 주가하락을 불러오고 이를 노리는 가치투자자들에게는 꽤 큰 폭의 담배꽁초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100% 성공할 공개매수라면 확실한 무위험 차익 거래 기회다. 단, 공개매수가 실패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100% 성공이 보장되는 경우라야 한다.

-1회성 악재로 인한 투매는 절호의 매수 기회다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비슷한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해 나름대로 역사적 평균에 따른 가설을 세우고 여기에 경험을 보태 정설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시장 모니터링이라는 거다. 바로 이런 모니터링 및 기록 습관이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아 주고 끝없는 투자 아이디어로 이어지기 때문에 좋은 습관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거다. 시장 이벤트를 사례 분석해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면 손실은 피가고 확실한 이익은 챙길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일지를 써야 하는 나머지 절반의 이유다. 투자일지는 오늘장이 어떻게 움직였고 그에 따라 얼마 팔고 얼마 샀네 따위를 기록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시장의 이벤트와 그 인과관계, 대응 방법등을 분석 정리하면서 역사적 가설을 정설로 만들어 가는게 절반이어야 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신이 잘한 일은 칭찬하고 잘못한 일은 질책하는 희망이 담긴 반성문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