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산투자철학 (1/2)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저는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지 이제야 6년차인 투자자입니다. 아직 경험도 짧고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처음보다 지식은 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주식투자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오히려 초반에 자신감이 더 충만했던 것 같네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봤습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몰빵하던 종목이 횡령으로 거래 정지되기 몇 분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폭락했다고 해서 반드시 반등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구요.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여도 재무제표가 조작되었다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증시의 폭락이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어디까지 더 빠질 것이라는 예측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여러 개의 기준을 통과한 종목이라도, 내가 아무리 확신을 가지고 있는 회사여도 외부 변수로 인해, 또는 비대해진 조직 탓에 경쟁에서 밀리거나 안에서부터 썩어들어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과, 주가는 더더욱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좀 더 큰 확신을 가지고 비중을 크게 키운 종목이 예상대로 잘 되면 정말 좋겠지만, 오히려 확신이 낮았던 종목에서 훨씬 큰 수익률이 나왔던 경험. 계산한 내재가치까지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주가의 움직임, 차트를 보고 매매를 섞었으나 결국은 매매하지 않고 홀딩했더라면 더 큰 수익을 얻었을 종목들.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확증편향 때문입니다. 문제는 거기에 자신의 경험이 들어가있다면 그 편향은 굉장히 강할 것이구요. 내가 좋아하는 어떤 사람, 권위자의 의견과 일치할 경우 그 편향이 더더욱 강화되기 마련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위에서 나열한 경험들이 쌓이고 제가 좋아하는 투자자들의 철학이 모여서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일테죠. 이렇게 형성된 '나' 라는 존재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옳은지, 틀렸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않아요. 이게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저에게도 반대 질문을 던집니다. 그것이 종종 혼란을 야기할 때도 있지만 나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누군가는 집중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얻습니다. 누군가는 분산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얻구요. 또 다른 누군가는 집중투자로, 분산투자로 크게 잃습니다. 어떤 방식이라도 누군가는 벌고 누군가는 잃기 때문에 정해진 정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수익을 결정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분산투자를 해야한다, 성장주 투자를 해야한다, 장기투자를 해야한다 는 식의 어느 한 가지의 방법론만으로는 사실 어떤 것도 결정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내가 어떤 존재인지, 내가 아는 것이 얼만큼인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선을 확실히 알고 있는지 를 생각해본다면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하는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너 그거 틀렸어'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저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제가 아는 영역이 그리 넓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종목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의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가 좁은 것은 물론, 내가 세운 투자 아이디어가 타당한 것인지, 어떤 사건을 시장의 오해라고 판단했을 때 그 오해가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 또는 그게 정말 오해인지 사실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요.
이 중 많은 부분은 자신의 능력범위를 키움으로써, 더 많은 경험을 쌓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내가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낼 수 있다면 어떤 종류의 옷이 잘 팔릴지, 어느 브랜드가 잘 나가게 될지를 보다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반도체 제조공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HBM이라는 것이 이슈화되기 전부터도 어떤 기업이 HBM 관련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밸류체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운이라는 요소를 절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반도체 사이클이 챗GPT로 인해 터지게 될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을 이렇게나 바짝 추격할거라는 건요?
결국 내가 아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깨달음의 표시가 바로 분산투자입니다.
저는 그린플러스 라는 기업에 큰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1차산업 노동인구의 부족, 농업과학의 기술발전으로 인해 스마트팜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 중 그린플러스는 국내에서 상위 포지션에 해당합니다. 스마트팜 업체들의 기술들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그린플러스가 독보적인 기술경쟁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오랜 업력을 통한 레퍼런스와 노하우, 해외 고객사가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이 시장 자체의 성장이 회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거라 판단됩니다.
<그린플러스 주봉차트>
약 4년 가까운 시간동안 이 기업에 투자하고 추적하고 있지만 성장에 대한 확신이 약해졌던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긴 주가 하락 국면에서도 지속적으로 추가매수를 단행했고 지금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종목에 큰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몰빵을 하거나 비중을 50%씩 가지고 있었다면 다른 종목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큰 수익들을 모두 놓쳤을 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22년, 23년 연속해서 큰 손실을 봐야만 했을테니까요.
앞으로 1~2년은 더 봐야 어떤 선택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지 알 수 있겠지만(25년, 26년이 된다고 한들 그 때를 결과로 단정지을 수 있느냐 이것 역시 문제이긴 합니다만) 몰빵은 지속하기 어려운 방식임은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분산에도 1) 내가 다 커버할 수 있는 수량인가? 와 2)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질 정도로 덜 매력적인 종목까지 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필요하겠죠.
내가 직장인이라 기업분석에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한다면 10개, 20개 이렇게까지 종목을 들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재평가를 해줘야 하는데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어 모든 기업을 제대로 살필 수 없다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너무 많은 종목을 담아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뭐든 확실한 것은 없다 라는 전제로 시작되는 분산이지만, 기댓값이 떨어지는 종목들을 섞을수록 포트폴리오의 기댓값은 떨어지겠죠. 확률적 사고를 기반으로 알파를 창출하는 것이 투자의 목적인데 오히려 그 사고의 본질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세줄요약
나의 앎은 한계가 있다.
세상은 불확실하다.
그래서 분산해야 한다.
(집중투자로도 잘 하고 계시는 분들은 그대로 하셔도 됩니다. 저는 이게 안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