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최대한 많은 기업에 투자를 분산할수록 비체계적 위험이 줄어든다.'
여러 기업, 또는 여러 자산군에 분산하여 투자해야 한다는 분산투자론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투자 대가들이 분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죠.
저 역시 분산투자를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분산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포트폴리오는 20여 개의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상위 10종목의 비중이 90%, 상위 5종목의 비중이 60%에 달합니다.
사람에 따라 집중투자와 분산투자의 기준이 조금씩 다를 겁니다. 누군가는 몰빵을 집중투자라 말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3종목에 투자한다 하더라도 집중투자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둘 사이에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또 큰 돈을 벌고 싶다면 집중투자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분산을 하는 것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잘 모르며 확신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거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분명 그런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마냥 틀렸다고 부인할 수도 없을테죠.
<워런버핏 바이블>
저는 투자를 마음 편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아무리 잘나간다 해도 갑자기 무슨 악재가 발생할지 모르는게 이 세상인데 어떻게 남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에 올인해놓고 마음이 편할 수가 있을까요? 그 경영진이 나의 지인이든, 아무리 성장성이 눈에 보이는 업종이든지간에요. 승리할 확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100%가 아닌 베팅에 올인하다보면 언젠간 크게 잃을 날이 올 수 있습니다. 금액이 커질수록 그 리스크는 더 커지겠죠.
집중투자가 반드시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집중투자는 계좌의 변동성이 그 한 종목에 연동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이 나기도 하지만 큰 폭의 손실을 입기도 쉽습니다. 이 때문에 장기수익률 측면에선 오히려 수익률이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높지요. 항상 높은 수익을 얻는 타이밍 싸움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산을 위한 분산을 하는 것만 아니라면 분산투자로도 충분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A, B, C 세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당신이 보기에 A 기업은 실적도 좋고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게다가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기까지, 정말 매력적입니다. B 기업의 경우 성장성이 높지는 않지만 실적이 아주 우수합니다. 배당성향도 높아 배당률이 매우 높네요. 마지막으로 C 기업은 지금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지만 성장세가 워낙 가팔라서 향후 수 년내로 앞의 두 기업의 밸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봅시다.
이런 세 유형의 기업이 있을 때 각자가 좋아하는 유형은 다 다를 것입니다. 전형적인 우량주인 A를 선호하는 사람, 고배당주인 B를 선호하는 사람, 고성장주인 C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들은 이러한 기업들에게 서로 다른 밸류를 부여하겠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기댓값입니다. 서로 특성이 달라 어떤 기업이 더 낫다 라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자신의 가치평가법에 따라 계산한 세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모두 같다면요? 그러니까 1) 상승 가능성, 2) 오른다면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 3) 하락 가능성, 4) 떨어진다면 어디까지 떨어질지 를 모두 고려했을 때 위 세 기업이 서로간 분명한 우위를 가지지 않는다면 세 기업을 모두 33%의 비중으로 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는 줄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죠.
반대로 어느 한 기업의 우위가 보인다면 그 기업의 비중을 높게 잡아야하고, 완전한 상위호환과 하위호환이 존재한다면 하위호환에 해당하는 기업은 아예 배제시켜야겠지요. 단순히 분산을 해야 리스크가 줄어든다고 하니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지는 기업을 매수하여 분산투자를 할 경우, 분산을 위한 분산이 되어버려 포트폴리오가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과도하게 분산투자하지 말라는 말이, 집중투자를 해야 크게 번다는 말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분산을 위해 안 좋은 기업까지 매수할 필요는 없겠죠. 이것만 지킨다면 분산을 하더라도 집중투자와 동일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산주 투자의 대가로 불리던 분의 계좌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수십개의 종목에 분산투자를 하고 있었음에도 연 수익률이 100%가 찍혀있었죠. 레버리지를 쓴다고는 했으나 가치 기반의 투자를 하시는 분이 무리한 레버리지를 썼을리는 없습니다. 그 분은 레버리지가 없었더라도 충분히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테구요. 분산투자를 하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완전히 깨버린 사례가 되었죠.
제가 분산투자를 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기대가치 사고체계 때문입니다. 아무리 회사의 사업에 대해, 경쟁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도 그 주식이 몇 년안에 원하는 수익률을 안겨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실적추정을 한다 하더라도 틀리기 마련이고 예상대로 실적이 좋아지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화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종목이어도 주가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산이 필요합니다.
분산투자를 하게 될 경우, 한 종목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팔아야 할 이유가 발생했을 때 더 쉽게 팔 수 있습니다. 그 한 종목의 주가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어 내가 원하는 투자 아이디어들이 발현될 때까지 기다리기가 수월합니다. 순환장세 속 내 종목만 오르지 않아서 고통받는 FOMO를 느끼지 않을 수 있어 자신의 투자원칙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게 됩니다(물론 포트 종목들이 모두 안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건 하루이틀입니다. 만약 그것도 버티지 못한다면 집중투자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투자는 심리가 꽤나 중요합니다. 빠른 정보, 탁월한 분석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주식을 사놓고 하루하루 주가 움직임에 마음을 졸인다면 제대로 된 수익을 얻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분산투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모로 상당한 심리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개인투자자 중에서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탁월한 분석력을 가진 사람은 좀 더 많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매우 적습니다. 결국 우리는 심리에서라도 우위를 가져야 승산이 있지 않겠습니까?